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마민주항쟁30주년 한국의 민주주의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강연 플랜카드
 <부마민주항쟁30주년 한국의 민주주의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강연 플랜카드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요즘 부산대 대학생사람연대 회원들과 함께 80년대 현대사에 대해 학습하고 있다. 80년대 현대사를 공부 하다 보면 87년 6월 항쟁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한다. 80년대 초반에 대해 학습을 하고 있는데 벌써 87년 6월 항쟁의 '직접 민주주의' 쟁취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시기만 해도 87년 6월 항쟁을 이야기 하면 문제제기를 하는 새내기 학생들이 흔치 않았다. 6월 항쟁을 통해 쟁취된 정치적 민주주의가 노무현 정권이 되면서부터 차츰 안정화 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자 많은 09학번 새내기들이 현재 한국 사회가 민주주의 국가인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부산대 정외과 09학번 새내기
"6월 항쟁에서 얻은 정치적 민주주의는 값진 성과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현재 이명박 정권의 모습을 보면(언론,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 되지 않는 모습 등) 지금의 민주주의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많이 들어요."

"저도 정치적 민주화가 우리의 삶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근데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형성되어서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문제는 알겠는데 답을 모르겠어요. 결국 역사책에서나 다룰만한 문제 아닌가요?"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

나는 09학번 후배들에게 정치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이야기 하며 실질적 민주화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지 후배들은 쉽게 나의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때마침 부산민주공원에서 주최 하는 '부마항쟁 30주년, 한국의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라는 강연이 있어 후배들과 함께 참가하였다.

강연자는 서울대 법대 교수에 재직 중이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계시는 조국 교수였다.

"87년 6월 항쟁을 통해 재정된 헌법은 거대한 성과였습니다. 한국 사회가 정치적 민주화를 이루었던 역사적인 사건이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현재 사회를 돌아보면 아직 부족한 것이 많습니다. 그 중 저는 두 가지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수자가 소수자를 억압하는 인권의 문제,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문제입니다."

다수자가 소수자를 억압하는 사회

서울대 법대 교수 교수의 강연 모습
 서울대 법대 교수 교수의 강연 모습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조국 교수는 먼저 다수자가 소수자를 억압하는 인권의 문제를 이주노동자, 혼혈아, 장애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동성애자, 형사피의자, 피고인의 권리 등의 예를 들며 설명하였다.

"1973년 중국 화교가 운영하는 중국집에서는 쌀로 만드는 음식을 팔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정부에서는 한국 사람이 하는 식당에 방해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화교는 집 분양도 못 받고, 취직도 불가능 했었습니다.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일원이지만 한국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차별을 받았던 것입니다."

"베트남 노동자들이 한국어를 익히기 위해 들고 다니는 '한국어 실용회화' 라는 책을 본적 있습니까? 거기에 보면 '아저씨 왜 때리세요.', '월급 주세요.' '나도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적날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95%의 이성애자는 5%의 동성애자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95%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윤리적, 도덕적 편견 때문입니다. 심지어 '아웃팅' 이라고 이성애자가 동성애자로 가장하여 동성애자에게 인터넷상으로 돈을 뜯는 일도 있습니다."

"장애인의 90%는 후천적인 장애인입니다. 즉 비장애인이 사고로 장애인이 될 확률이 선천적으로 장애인이 될 확률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올해 저희 친인척 중에서도 2분도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에 대해 관심도 없고 장애인과 관련된 것에 투자하는 걸 아까워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장애인은 시혜와 동정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권과 권리의 문제로 봐야 하는데 말입니다."

밥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2층 강연 장소를 뺴곡 매운 참가자들. 약400명이 강연에 챰가하였다.
 1-2층 강연 장소를 뺴곡 매운 참가자들. 약400명이 강연에 챰가하였다.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두 번째로 한국 사회의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짧게 언급하였다.

"우리 사회는 말할 수 있는 입이 자유롭지만, 밥의 문제나 일자리의 문제는 불안하고 어렵습니다.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미성숙함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잠시 저의 개인적인 견해를 이야기 하겠습니다. 저는 일자리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을 줄여 정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한국 사회는 임금을 줄이고 인턴제, 계약직 등의 노동자를 늘리려고 합니다. 한국의 유한킴벌리 노동시간 감축 정책과 네덜란드의 정규직 채용과 관련된 법을 보면 한국사회에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국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문제를 인권과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나누어 살펴본 후 정리를 하였다.

"nowhere?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갑자기 저희 강연이 영어 수업 시간이 되어버렸네요. nowhere 이라는 말은 '그런 공간 혹은 생각이 없다' 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걸 조금 다르게 해석 해봅시다. know where, now here 이라고 보면 뜻이 완전 달라집니다. 한국어로 해석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혹은 생각을 알고 탐구 하면 바로 여기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 이라는 뜻입니다. 이제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가 아니라 불이익은 나누고 불의는 참지 말자로 바꾸어 생각해봅시다. 끝까지 강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모여자고등학교 학생들과 인터뷰 중인 모습. 한 학생에게 질문했는데 우루루 몰려와서 이야기 하며 신문에 실어달라고 했다.
 성모여자고등학교 학생들과 인터뷰 중인 모습. 한 학생에게 질문했는데 우루루 몰려와서 이야기 하며 신문에 실어달라고 했다.
ⓒ 배성민

관련사진보기


강연이 끝나고 성모여자고등학교 참가자들과 오늘 강연에 대해서 짧게 인터뷰를 했다.

"학교에서 쉽게 접하지 못하는 내용을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리고 이 강연을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고등학교 라는 공간에서의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해보았어요.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않는 입시제도, 야간자율학습, 두발 검열, 복장 검열 등 우리가 살아가는 고등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렇게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조금 힘들지만 대학생이 되면 이런 현실에 대해 바꾸어 가고 싶어요."

민주화는 우리 공간에서부터 시작 하는 것

강연이 끝나고 함께 강연에 참가 했던 후배들이 이렇게 물어 왔다.

"선배 강연을 듣고 실질적인 민주화에 대해 조금 감이 오는 것 같아요. 조국 교수님의 말씀대로 실질적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대학교라는 공간을 민주화 시켜야 되겠네요?"

학교에서 80년대 현대사 학습을 할 때는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 공간 속에서는 상관없고 역사책에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후배들이 이렇게 태도가 변하자 뿌듯했다. 후배들과 함께 바로 지금 여기서(now here) 우리 공간을 알고(know where)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대학생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와 다음블로그뉴스에 송고합니다.



태그:#민주주의, #조국, #민주공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