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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여행을 떠날 날을 손꼽는 이에게 그가 있는 곳이 다른 이에게는 속 태우며 기다리는 여행지인 경우가 있습니다.

남대문시장과 이태원은 우리의 24시간 잠들지 않는 치열한 생업의 현장입니다. 하지만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는 흥미로운 여행지이지요. 오지 시골마을은 그곳의 사람들에게는 절기에 늦지 않게 파종을 하고 수확을 해야 하는 때로는 고된 삶의 터전입니다. 하지만 대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지친 삶을 위로받기 위해 방문하고픈 그리운 여행지입니다.

모티프원 또한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 한번쯤 방문을 희망하는 목적지인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 열심히 청소하는 중에 한 여자 분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모티프원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또한 오늘 제가 잘 아는 분들이 모티프원을 방문하고 싶어 합니다. 잠시의 방문이라도 허락될는지요?"

사실 토요일은 제게 일주일 중 가장 경황이 없는 날입니다. 청소 외에도 예약을 하고 오시는 분들에게 시간을 할애해야 하고 전시오픈같은 헤이리내의 행사에도 참석하곤 해야합니다. 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만으로도 미안함을 담은, 그러나 간절한 바람을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전화주신 분이 누구인지, 방문하실 분은 누구인지 알지 못하지만 들르라 말씀드렸습니다.

오후 5시쯤에 찾아오신 분들은 20여 명의 단체였습니다.

모티프원 서재에서의 고도원의 아침편지 '아침편지 여행'의 바이칼 가족
 모티프원 서재에서의 고도원의 아침편지 '아침편지 여행'의 바이칼 가족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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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서 함께 대좌를 하고서도 이분들에게서 공통점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성별과 나이가 제각각이며, 목포에서 서울까지 사는 곳도 모두 달랐고, 신부와 교수, 교사와 주부 등 하시는 일들도 모두 달랐습니다. 딱 한 가지 공통점은 작년 겨울 고도원의 아침편지의 '아침편지 여행'을 통해 바이칼을 함께 여행했었다는 것입니다.

며칠간 함께 바이칼을 여행했을 뿐인데 수십 년간 함께 마음을 나누고 왔던 사이처럼 동질감을 느낀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만나자는 전갈에 전국에서 20명이 모인 것입니다. 이처럼 서로간의 벽을 한순간에 허물어 버리는 것이 바로 마법 같은 여행의 힘입니다. 저도 작년에 바이칼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을 알고 이 분들은 오늘의 인연에 놀라워했습니다.

이 분들은 북시티를 경유해서 모티프원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모티프원을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헤이리를 이해하고 싶어 했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헤이리를 소개해드렸고 성심껏 이 분들이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 답변 드렸습니다.

마침 일행 중의 류해욱 신부님이 생일임을 알게 된 일행이 케이크를 준비해서 깜짝 축하를 해주셨고, 류 신부님은 본인의 시집과 번역한 책들을 차에서 내오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몽땅 일행들에게 나누어 드렸습니다. 일행들은 스스로 책값을 추렴했고 류 신부님은 그것을 '나눔의 집'이라는 기관에 기탁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의 '눈물과 미소' 영시 한 편을 낭독하는 것으로 사랑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신부님의 시낭독에 사람들은 '아,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일행은 선한 미소와 감사의 마음을 모티프원에 남겼고 류 신부님은 직접 번역한 레이첼 나오미 레멘의 <할아버지의 기도>에 평화와 부활의 메시지를 적어 모티프원에 남기셨습니다.

일행은 모티프원으로 여행을 오셨고 저는 이 분들의 가슴속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은 용광로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금방 하나로 녹여줍니다.

여행은 용광로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금방 하나로 녹여줍니다.
 여행은 용광로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금방 하나로 녹여줍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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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포스팅됩니다.



태그:#모티프원,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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