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경기 전날인 31일) 훈련 후에 우리는 숙소에서 남측이 제공한 음식으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정대세 선수와 문지기 2명(리명국, 김명길 골키퍼)이 먹은 것을 토했고, 경기를 하지 못할 상황이었다."

 

지난 1일 월드컵 최종예선 대한민국과의 경기를 마친 북한의 김정훈 감독이 한국전에 대한 경기가 끝난 후 공식 인터뷰 자리에서 나온 말입니다.

 

원정팀답지 않게 강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후반 막판까지 긴장감 늦출 수 없는 멋진 승부를 보여준 북한 대표팀에게 찾아온 아쉬운 패배였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정대세, 리명국 선수의 컨디션이 조금만 더 정상이었더라면 승부를 뒤집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배어 있었습니다.

 

 북한 축구대표팀의 김정훈 감독이 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북한 축구대표팀의 김정훈 감독이 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식중독, 어떤 증상이기에?

 

논란의 쟁점에는 3명의 북한측 선수들 증상이 식중독인지의 유무가 핵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식중독의 대표적 증상은 음식물을 섭취한 후 짧게는 수 분에서 보통 24시간 이내에 나타나는 구토나 설사, 복통입니다.

 

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식중독은 심한 복통이나 구토,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몹시 당황하기 쉬우나 생명을 위협하는 위중한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자연 회복된다"면서도 "그러나 병의 증상이 시작되면 병의 진행을 억제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합니다.

 

식중독은 일반적으로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세균이 방출하는 독소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며, 세균성 독소에 의해 발생하는 식중독의 경우 음식물 섭취로부터 증상이 발현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습니다.

 

일반적으로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끓여 먹기를 추천하지만, 음식을 끓여 먹어도 발생이 가능한 식중독의 원인균들이 있기 때문에 안심하지는 못합니다.

 

북한 선수들, 정말 식중독인가?

 

 북한 축구대표팀의 정대세가 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경기에서 조원희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북한 축구대표팀의 정대세가 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 경기에서 조원희의 수비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유성호

 

31 일 저녁 식사를 마친 정대세, 리명국, 김명길 등 북한선수 3명이 1일 새벽부터 갑작스럽게 복통과 구토, 설사 증세를 호소했고, 북한은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감독관과의 미팅을 요청합니다.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에 즉각 이 사안에 대해 보고한 경기감독관은 FIFA가 북한의 요청을 기각했다는 답변을 북측에 전했고, 변동없이 남북전이 열리게 됩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경기가 끝난 후 북측의 민감한 반응에 대해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정대세와 두 명의 골키퍼는 전문의의 검진 결과 세균성 장염으로 보기 힘들다"면서 "정확한 진단을 위해 혈액 검사를 하자고 했지만 북한 측이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주성 대한축구협회 대외협력국 부장은 "이번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의 경우에는 원정오는 해당 국가에서 모든 비용을 다 지불하고, 숙소와 음식물 등을 모두 원정팀에서 선택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장은 "북한이 머무는 숙소는 이미 3주 전 조총련에서 사전 답사를 끝냈으며, 식음료는 AFC의 후원사에서 공급하고 있으며, 식사 역시 북측에서 사전 검사를 직접 해왔다"면서 대한축구협회와 국내 관계자는 북한측 선수들의 증상에 대해 무관하다는 사실을 설명했습니다.

 

식중독, 단체 증상 나타나

 

이번 북한측 선수단은 25명으로 같은 숙소에서 같은 종류의 식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세균에 의한 식중독은 집단 감염이 특징적입니다.

 

비록 3명의 선수들이 식중독에 준하는 증상을 호소하기는 했지만, 나머지 22명의 선수들에게서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이 중 2명의 선수는 90분의 경기를 무난하게 소화했다는 점을 볼 때 식중독은 경증이었거나 식중독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국가대표선수로 A 매치에 76회나 출전했던 김주성 축구협회 대외협력국 부장은 "해외 원정경기의 경우 음식과 환경이 바뀌고 시차 적응을 하는데 민감한 선수들에게서 설사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고 말합니다. 즉 북측 3명의 선수에게서 나타난 증상도 우리 대표팀이 해외 원정에서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한편 이를 바라보는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스포츠의학 전문의인 나영무 박사가 정확한 진단을 위해 북측의 선수들에게 혈액 검사를 요청했지만 북한 측에서 거부한 사실과 김정훈 감독이 세 선수들의 복통이 발생하자 즉각 FIFA에 제3국에서 재경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 보아 지난 2월 FIFA에 요청했던 제 3국에서의 경기가 무산되자 서울에서의 남북 대결에 부담을 느낀 김 감독의 지략이 아니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이번 북한과의 경기에서는 경기뿐만 아니라 경기 외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정대세 선수가 출국 전 "한국과 북한이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이 월드컵에 동반 진출하여 이번에 벌어진 논란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9.04.03 11:18 ⓒ 2009 OhmyNews
식중독 정대세 김정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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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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