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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31일 "(우리 정부가) 남북 문제에서 유연성을 갖고 북한과 얘기할 수 있는 단계로 들어간 것으로 생각한다"고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변화를 시사했다.

 

경제정책에 주력해오면서 정치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던 임 의장은 이날 저녁 7시 태터앤미디어 주최로 열린 블로거 간담회 자리에서 "오늘은 툭 터놓고 얘기하는 기회로 알고 말하겠다"며 남북문제, 이재오 전 의원 귀국 등 주요 정치 현안을 바라보는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이재오 전 의원은 자기 지역구 재보궐선거 나가면 된다"

 

임 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30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 "(대북정책 변화를 반영하는) 차원의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남북 당국자간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한 임 의장은 "군사적 대응을 하게 되면 당국자 대화는 한참 더 멀어지게 된다"며 "서로 자극하지 않는 상황으로 관리하면서 대화의 길을 모색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이재오 대북특사설'과 관련 "당국자간 본격적인 대화가 이뤄지기 전에 최고 지도자의 의중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 특사의 단계인데 그것은 누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재오 전 의원을 포함해 나도 할 수 있고 누구도 할 수 있는데, 북쪽에서도 믿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를 원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임 의장은 이날 이재오 전 의원의 10월 재보선 출마설과 관련 "이재오 전 의원이기 때문에 출마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며 "자기 지역구(서울 은평을)에 재보선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간담회 진행자인 정운현 태터앤미디어 공동대표로부터 '이재오 전 의원이 자기 지역구가 아닌 다른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경우처럼 당내 분란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임 의장은 "그런 우려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당내 재논의 방침을 밝힌 다주택자 앙도소득세 중과 폐지 문제와 관련, 임 의장은 "홍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1가구 1주택을 원칙으로 다주택자에 징벌적 과세를 해도 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나는 징벌적 과세는 안된다고 본다"고 반론을 폈다.

 

임 의장은 "지금은 주택 시장에 종부세로 보유세를 매기고 양도소득세와 같은 거래세는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시장에서 주택거래가 원활히 일어나게 된다"며 "거래는 활발히 이뤄지게 하고 소득에 세금을 내면 되지 소유 자체를 죄악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을 거듭 주장했다. 

 

"포털사 블라인드 처리 남발" 불만 제기에 "문제법안은 A/S하겠다"

 

이날 4시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에서 임 의장은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진지한 자세로 블로거들의 발언을 경청했다.  

 

'쓰레기 재활용 시멘트' 문제에 고발성 기사를 기고하고 블로그에 글을 써온 블로거 최병성씨는 시멘트 업체들의 권리침해 신고로 자신의 기사와 블로그 글에 포털사의 블라인드 처리(일정기간 차단 조치)가 남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포털 권리침해신고 남용문제'를 거론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씨와 'doimoi'등 다른 블로거들도 "한 언론사의 무더기 권리침해 신고로 '장자연'과 '언론사주'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글도 다 블라인드 처리되고 있다"고 공감을 나타내면서 지난해 6월 개정된 정보보호 및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법) 44조와 관련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임 의장은  "블라인드 처리를 해달라고 하는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고 섣불리 블라인드 처리를 했다면 그것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런 내용의 법이 어떻게 국회를 통과했는지 모르겠지만 관련 자료를 모아 국회에서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 의장은 또 "블라인드 처리가 그런 식으로 남용되면 개인의 권리 침해 차원을 넘어 뉴미디어 분야를 고사시키는 교각살우가 될 수 있겠다"며 "문제가 있는 법안에 애프터서비스(AS)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네르바에게 구속영장 떨어지는 것 보면서 나도 고민했다"

 

임 의장은 미네르바 구속과 관련 "말을 잘못해 뭔가 잘못되면 학자는 권위에 상처를 입고, 공무원은 자리를 내놓고 물러나야 하지만 사법처리는 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임 의장은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거리인데 법원에서 영장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여당 정책위의장이 말을 잘못해서 일이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정책위의장직을 내놓는 것으로 끝나는 것인지 나도 고민이 된다"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임 의장은 "이런 문제에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의장은 정책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자신의 생각과 배치되는 제안에는 적극적으로 반론을 펴기도 했다.

 

야구 전문 블로거 '카이저'는 WBC 준우승을 한 야구 선수들에 병역특례를 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임 의장은 "나는 병역에 매우 보수적이고 병역 예외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면제하는 것은 안되고 경찰이나 군에서 스포츠 선수와 예술인을 적극 흡수해서 기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은 어떠냐"고 답했다. 

 

또 최근 안산시나 구로구 등이 돔야구장을 짓겠다고 나선 것과 관련 정부 예산 지원 문제가 제기되자 "짓는 것도 문제지만 운영을 하는 지자체에는 굉장히 무리가 갈 것"이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자신의 지역구를 의식한 듯 "서울시와 경기도가 같이 부담해 그 중간에 있는 분당에 돔구장을 만든다면 어떨까 한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태그:#임태희, #블로거, #태터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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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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