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영화스틸컷

▲ 실종 영화스틸컷 ⓒ 영화사활동사진


시나리오 작가로 유명했던 김성홍 감독이 오랜만에 돌아왔다. 2001년 <세이 예스> 이후 무려 8년 만에 다시 감독으로 복귀했다. 김성홍 감독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년),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1990년),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1990년),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년), <투캅스>(1993년), <마누라 죽이기>(1994년) 등으로 90년대를 주름 잡았던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였다.

시나리오 작가로 명성을 얻던 그는 스릴러 영화 <손톱>(1994년)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다. 그의 첫 데뷔작은 흥행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작품완성도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후 두 번째 작품 <올가미>(1997년)를 통해 한국 스릴러 영화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비록 이 작품이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올가미>는 고품격 한국 스릴러영화의 원조라 불러도 될 만큼 좋은 작품이었다.

두 작품이 작품 완성도면에서 제법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흥행에서 좋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세 번째 작품 <세이 예스>(2001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박중훈을 기용하여 또 다시 스릴러 영화에 도전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영화 완성도면에서 큰 비판을 받고 흥행에서도 실패를 거두게 되면서 더 이상 김성홍 감독 이름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비록 <세이 예스>가 실패를 했지만 <손톱>과 <올가미>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김성홍 감독 새 작품 <실종>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스릴러 매력 살아 있나?

영화 <실종>은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영화 <검은집>과 <추격자>를 떠올리게 한다. 소재 면에서 이 작품들과 유사성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연쇄살인범 판곤(문성근)과 그에게 납치되어 성적학대와 신체학대를 당하는 현아(전세홍), 그리고 실종된 동생 현아를 찾아 나선 현정(추자현)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스피드하면서 긴장감을 가져다주어야만 성공한 스릴러 영화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이 영화는 이 세 명의 인물이 보여주는 긴장감이 살아 있는 스릴러 영화가 되었을까? 이 질문에 답 하자면 그저 잔인하기만 한 영화가 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을 것 같다. 영화 <실종>에는 슬래셔 공포영화에 나올 것 같은 잔인한 장면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혹자는 그래서 이 작품은 공포스릴러 영화라 칭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잔인한 장면들이 스릴러 요소로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판곤의 잔인한 성적학대와 신체학대, 그리고 살인 등이 관객들에게 긴장감 있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왜 이런 장면들이 이 영화에 이렇게 많이 들어 있는지 오히려 반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차라리 공포영화였다면 이런 반문은 우문이 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이 범죄스릴러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에 해당한다.

<실종>은 판곤이 현아를 납치한 후, 현정이 실종된 동생을 찾기 위해 범인 판곤의 실체에 접근해가는 것이 관객들에게 큰 긴장감을 조성해야한다. 하지만 세 명의 인물들이 보여준 이야기 구도는 상당부분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남은 것이라곤 잔인함뿐이기에 문제가 된다. 특히 현정이 판곤과 스릴감 넘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좀 더 일찍 실체에 접근해야했지만, 그녀가 판곤에게 접근한 시기가 영화상에서 너무 늦어져 긴장감 대부분을 죽여 버린 결과가 되고 말았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러한 단점은 심각한 패착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만 빛났다

실종 영화스틸컷

▲ 실종 영화스틸컷 ⓒ 영화사활동사진


영화 <실종>이 가장 큰 아쉬움을 남기는 것은 배우들 연기가 너무 좋았다는 것이다. 아무런 긴박감을 느낄 수 없는 영화진행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서 일말의 희망을 본다면 출연한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다. 특히 판곤 역을 맡은 문성근의 연기는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전율을 흐르게 한다.

문성근뿐만 아니라 같이 출연한 추자현, 전세홍 역시 자신들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다. 영화가 빈곤한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밑바닥으로 가라앉지 않은 것은 모두 배우들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배우들이 아무리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었다 해도 연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출이 없으면 모든 것이 허사일 뿐이다.

결국 <실종>이 <추격자>에 미치지 못하고, <검은집>에도 근접하지 못한 이유는 영화를 연출한 김성홍 감독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아쉬운 연출, 좀 더 순화시켰더라면...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상당히 잔인하다. 물론 이런 잔인한 장면이 영화 전개에 꼭 필요했다면 참을 수 있겠지만, 실제 영화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혐오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관객들에게 큰 적대감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문성근이 보여준 연기가 빛을 잃어버리는 가장 큰 이유도 결국 잔인한 장면만 나열된 영화 연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은 <실종>에 대해 언급하면 잔인한 장면 외에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가능성도 많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잔인한 장면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다.

영화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잔인한 장면들이 의도된 연출이라고 한다면 완전히 판단 미스라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잔인한 영화, 혹은 슬래셔 공포영화는 마니아용으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영화들은 적절히 잘 만들어도 관객들 모으기가 쉽지 않은데, 웬만한 슬래셔 공포영화를 능가하는 잔인한 장면들이 점철되어 있는 이 영화가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지 우선 대충 짐작이 된다.

잔인한 장면 연출보다 좀 더 순화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 영화가 되었다면, 배우들의 연기도 살고 보는 관객들 역시 더 큰 만족감을 얻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실종>은 참 아쉬운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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