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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소박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며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 할미꽃 할미꽃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소박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며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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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동산의 할미꽃 호호백발 할미꽃
젊어서도 할미꽃 늙어서도 할미꽃

어린 시절 '할미꽃'이란 동요를 즐겨 불렀던 기억이 아련하다. 그만큼 할미꽃은 우리들의 마음속에 소박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며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또한 이른 봄, 다른 풀잎이 아직 누렇게 죽어 있는 풀밭 사이에서 봄소식을 먼저 알려주는 꽃이다.

이 풀은 미나리아제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노고초(老姑草), 백두옹(白頭翁), 호왕사자(胡王使者), 할미꽃 등으로 지방에 따라 이름을 제각기 다르게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부지방의 낮은 산지와 양지바른 잔디밭, 또한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묘 등성이에서 흔히 자란다. 

고향의 소박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할미꽃

그런데 왜 이 풀을 할미꽃이라고 부를까. 할머니의 허리처럼 고개가 아래로 구부러진 꽃 모양 때문일까? 바로 할미꽃 날개 씨 모양 때문이다. 할미꽃은 4월에 꽃이 피고 꽃자루 끝에서 밑을 향하여 달린다. 꽃이 핀 후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암술날개가 하얗게 부풀어져 마치 백발노인이 머리칼을 풀어헤친 모양이 되는데, 흰 털로 덮인 열매의 덩어리가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같이 보이기 때문에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할미꽃은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암술날개가 하얗게 부풀어져 마치 백발노인이 머리칼을 풀어헤친 모양이 되는데, 그 모습이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같이 보이기 때문에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할미꽃 할미꽃은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그 자리에 암술날개가 하얗게 부풀어져 마치 백발노인이 머리칼을 풀어헤친 모양이 되는데, 그 모습이 할머니의 하얀 머리카락같이 보이기 때문에 할미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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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할미꽃은 무덤 주변에 흔하게 필까. 할미꽃은 4월에 핀다. 4월이면 들과 산에서는 꽤 추운 날씨다. 이렇듯 할미꽃은 이른 봄에 피다보니 다른 풀꽃들에 비해 많은 양의 양분과 햇빛이 필요하다. 따라서 다른 곳에 비해 볕이 잘 들어오는 무덤근처에 많이 핀다.

그리고 할미꽃의 뿌리는 상당히 곧게 자란다. 뿌리를 곧게 아래로 뻗으려면 무른 땅이 필요하다. 무덤근처는 한번 파냈던 곳으로 땅이 다른 곳에 비해 상당히 무르다는 사실도 역시 할미꽃이 무덤근처에서 피는 큰 이유 중의 하나다.

전설에 의하면 손녀를 멀리 시집보내고 끼니조차 이을 수 없는 형편이 된 할머니가 마음씨 고운 둘째 손녀가 그리워 산 너머 마을을 향해 길을 떠났다. 그러나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할머니는 가파른 산을 오르다가 기진맥진하여 손녀가 살고 있는 마을이 가물가물 내려다  보이는 고갯마루에 쓰러져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손녀는 시집의 뒷산 양지바른 곳에 할머니를 묻고 늘 바라보며 슬퍼했다. 그런데 이듬해 봄이 되자 할머니의 무덤가에 이름 모를 풀 한 포기가 나왔다. 그 풀은 할머니의 허리 같이 땅으로 굽은 꽃을 피웠다. 손녀는 이때부터 할머니가 죽어 꽃이 되었다고 믿고 이 꽃을 할미꽃이라 불렀다.

할미꽃은 할머니의 허리처럼 고개가 아래로 구부러진 꽃 모양은 바로 할미꽃 날개 씨 모양 때문이다.
▲ 할미꽃1 할미꽃은 할머니의 허리처럼 고개가 아래로 구부러진 꽃 모양은 바로 할미꽃 날개 씨 모양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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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꽃잎이 떨어지면 이어서 하얀 꽃술이 부풀어진다.
▲ 할미꽃2 할미꽃 꽃잎이 떨어지면 이어서 하얀 꽃술이 부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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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할미꽃에는 두 손녀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가슴 아프게 전해지고 있다. 할미꽃의 꽃말은 슬픔, 추억이다.

할머니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이 뭉클 되살아나는 꽃

예전에는 할미꽃이 흔했다. 그렇지만 할미꽃의 꽃과 꽃가루에는 독성이 있어 어른들은 아이들이 이 꽃을 만지지 못하게 다그쳤던 기억이 새롭다. 특히 뿌리는 독성이 강해 시골농가에서 재래식 변기 속에 넣어 여름철 벌레가 생기는 것을 예방할 정도였다. 지금도 한방에서는 할미꽃을 노고초, 백두옹이라 하며, 진통·지혈·소염 등에 다른 약재와 함께 쓰고 있다.

요즘은 할미꽃을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관상용으로 심는 이가 많다. 이른 봄, 봄소식을 먼저 전해 주는 꽃으로, 건조해도 잘 자라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다. 그러나 햇빛과 뿌리관리는 잘 해주어야 한다. 자생식물이기 때문에 햇빛을 충분히 받게 해주어야 하며, 뿌리를 다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살펴야 한다.

우리나라의 중부지방의 낮은 산지와 양지바른 잔디밭, 또한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묘 등성이에서 흔히 자란다.
▲ 할미꽃 우리나라의 중부지방의 낮은 산지와 양지바른 잔디밭, 또한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묘 등성이에서 흔히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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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은 여러해살이풀로 잎과 뿌리가 계속 살아있기 때문에 해맞이로 키울 수 있는 풀이다. 이 풀꽃을 맞아들이려면 5월에 하얗게 부푼 씨앗을 채집하여 정원이나 화분에 심는 것이 좋다. 물 빠짐이 좋고 비옥한 흙에 심어 거름이라도 주면 꽃도 많이 피고 뿌리도 더없이 잘 자란다.

올해부터는 베란다 양지쪽에 항상 보는 친근한 식물 곁에 할미꽃을 심어 놓고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 보기만 해도 할머니의 사랑이 그리워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을까. 필자에겐 여든 넷을 사셨던 할머니꽃같은 외할머님이 계셨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할미꽃, #할머니, #여러해살이풀, #노고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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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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