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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문 케이블채널 스토리온의 <슈퍼맘>이 지난 26일 첫 전파를 탔다. <슈퍼맘>은 조혜련, 이상아, 최정원, 박현영 '스타 엄마'들을 내세워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워킹맘 이야기를 8부작으로 담은 프로그램이다. '30~40대 여성에게 정보와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게 제작진의 제작 의도다.

 

26일 밤 12시, <슈퍼맘> 첫 회를 보았다. 원래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일은 재밌다. 더구나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처지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스타들은 육아를 어떻게 할까? 또래 아이를 둔 같은 엄마로서 그 속내가 궁금한 것이다.

 

<슈퍼맘>의 엄마에게는 '미션'이 주어진다. 이날 미션은 아이의 소원 들어주기였다. 조혜련의 아들은 엄마와 축구하는 것이었고 박현영의 딸은 영어로 영화 더빙하기, 최정원의 딸은 소녀시대의 안무를 엄마와 함께하기였고 이상아의 딸은 애완돼지를 엄마가 돌봐주는 것이었다.

 

그녀들의 고군분투... 재밌기보단 안쓰럽네

 

엄마들은 모두 힘들어했다. 미션이 특별히 어려워서도 아니고 그들이 그것도 못할만큼 시간에 쫓겨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이유가 감정 교류의 부족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50분 이라는 제한된 시간만 보고 그 모녀, 모자간의 깊은 속내까지 단정한다는 것은 아무리 시청자라지만 월권이기 때문이다. 미션이 힘든 이유는 간단하다. 평소 잘 해보지 않았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으로 보여주는 네 명의 미션이 끝나고 나면 이야기가 오가고 그 뒤 전문가의 짧은 조언이 덧붙여진다. 그럼으로써 엄마는 아이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간다는 취지다. 엄마는 그동안 소홀했던 아이의 마음을 읽고, 아이가 원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슈퍼맘>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는 뭘까. 진정 아이와 소통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슈퍼맘들의 고군분투 그 자체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그 취지에 약간 고개가 갸우뚱했다. 물론 프로그램의 특성상 '재미'를 버릴 수는 없었겠지만 같은 워킹맘처지에서 그들의 애쓰는 모습은 재밌다기보다는 무척 안쓰러웠다. 내가 비록 워킹맘이 아니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이와 엄마, 그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좋았다. 그러나 굳이 '엄마'의 역할을 강요하는 설정은 좀 억지스러웠다. 마치 엄마는 영화 속 '미션 임파서블'을 수행해야 하는 만능의 요원처럼 느껴졌다. 죽으나 사나 그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제대로 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리고 '엄마자격' 운운이 뒤따라붙는다. 하지만 왜 엄마에게만 그런 미션을 요구하는가.

 

이상아 편을 볼 때는 정말 딱하기까지 했다. 밤새 촬영하고 이제 막 눈 좀 붙이려는데 딸이 와서 애완돼지(복순이)를 목욕시키고 밥을 먹여달라고 한다. 그 이유는 자기도 엄마에게 잔소리를 좀 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엄마와 함께 놀고 싶다는 투정의 다른 표현이다. 이상아도 그걸 모를 리 없겠지만 어쨌거나 너무 피곤하니 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이불을 부둥켜 안고 딸은 그런 엄마를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엄마도 때론, 자기 한 몸 추스르기도 버겁다

 

시청자들은 평소 보지 못했던 이상아의 아줌마스러운 모습과 돼지를 목욕시키는 생경한 모습에 신선했을 수도 있다. 재밌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었다. 아무리 일회성 프로그램쇼라고 해도 저건 너무 억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아는 마지못해 딸의 요구를 받아들여준다. 겨우겨우 일어나서 복순이 밥도 주고, 산책도 시키고 목욕도 시켜줬다. 하다보니 재밌다. 딸의 환한 웃음을 보면서 이상아의 얼굴도 밝아졌다. '(딸과 놀아주는 일이) 어려운 일도 아닌데 자주 못해줘서 너무 미안하다. 앞으로 더 자주 해줘야겠다'고 말한다. 거기까진 좋다.

 

그러나 딸에게도 엄마에게 지켜야 할 '미션'을 주는 것을 제작진은 간과했다. 딸에게도 미션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내리사랑이라지만 그것은 사랑의 속성일 뿐 원칙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엄마가 잘 동안 집안 정리를 대충 한다거나 엄마가 신고 나갈 신발을 닦아놓아야 한다는 등의 미션이 딸에게 주어져야 한다. 일하는 엄마를 배려하는 마음을 아이도 미션을 통해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 일하는 엄마와 아이 사이에 소통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밤늦게 촬영을 하니까 잠이 부족해. 그러니까 몇 시까지 엄마가 잘 동안 너는 책을 읽으면 어때? 그 뒤에 복순이 밥도 주고 목욕도 시켜주자. 그리고 오늘은 엄마가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산책은 내일. 어때?'

 

세상에는 슈퍼맨도, 슈퍼맘도 없더라 

 

딸에게도 엄마가 힘들고, 잠이 부족하고,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인식시켜 주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프로그램이 더욱 현실성을 띠게 된다. 무조건 아이의 소원만 들어주는 게 소통의 길은 아니다. 프로그램이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통행이 되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아직 종방까지는 7회나 남았으니 그 안에 쌍방간의 소통을 확인하는 기획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슈퍼맨도 없고 슈퍼맘도 없다. 완벽한 슈퍼맘이 되려고 하는 것은 결국 '불가능한 미션'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했지만 슈퍼맘은 예외다. 물론 노력할 수는 있다. 그 노력도 주위 식구들이 이해와 배려가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그러나 완벽한 슈퍼맘을 기대하지 말라. 기대하면 기대할수록 여러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상처만 주게 된다.

 

'스타들은 어떻게 육아를 할까'라는 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보기 시작한 <슈퍼맘>. 그러나 1시간여 동안 보고 난 뒤의 감상은 '저들이나 나나 마찬가지네. 참 힘들구나. 애를 키운다는 건…' 그런 체념 아닌 체념만이 돌아올 뿐이다.

 

그나마 한 가지 건진(?) 게 있다면 일견 화려해보이는 그들도 같은 엄마로서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는 것뿐이었다.

덧붙이는 글 | 케이블 '스토리온'의 <슈퍼맘>은 3월 26일(목) 밤 12시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8회 방송된다. 


태그:#슈퍼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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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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