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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으로 다양한 사회적 현상 재미있게 풀어내

진화론을 통해 다양한 사회현상을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하도록 해설한 데이비드 윌슨의 진화론의 유혹
▲ 진화론의 유혹 진화론을 통해 다양한 사회현상을 대중들에게 쉽게 이해하도록 해설한 데이비드 윌슨의 진화론의 유혹
ⓒ 북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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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는 매우 영향력 있는 종교임에도, 일부에서는 '개독교'라면서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종교의 본질과 동떨어진 많은 목회자들의 탈선, 물량주의, '예수천국 불신지옥' 선교 등 종종 불합리한 면들이 오히려 역기능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순복음, 금란, 사랑의교회, 온누리 등 수도권의 초대형교회들은 일요일만 되면 신자들로 북적인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지만 분명한 현실이다.

이런 문제를 종교학 또는 사회학적이 아닌 진화론적으로 해석 가능할까? 이와 유사한 문제들을 미국의 생물학자이자 진화인류학자인 데이비드 S. 윌슨 교수가 <진화론의 유혹(북스토리, Evolution for Everyone)>을 통해 풀어내고 있다.

사실 '진화론'과 '종교'는, 특히 기독교에서는 상극 같은 관계다. 150년 전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간했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다. 특히 기독교인들은 신의 고귀한 창조물인 인간이 유인원의 후손이라는 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다윈의 진화론은 기독교 근본주의가 탄생하는 데 일조했다.

진화론은 1920년대 이른바 <원숭이 재판>에서 기독교근본주의와 대결을 벌여 판정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완전히 굴복시킨 것이 아니어서 오늘날에는 지적설계론이라는 창조론의 변종과 소모적 대결을 벌이고 있다.

지적설계론 역시 2005년 펜실베이니아 주 도버 시에서 열린 재판에서 패했지만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이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손쓸 수 있는 남부의 공립학교 교육과정에 넣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진화론을 극력 반대하는 이유는 진화론이 신의 섭리를 일체 부정하고 모든 생물이 자연선택에 의해 창조(?)되고 진화해왔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달라이라마가 말한 과학에 대한 겸손한 접근방식의 예를 들며 종교와 진화론은 상호존재를 인정하는 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종교와 진화론은 상호존재를 인정하는 한, 대화 가능하다

이 책이 거의 1/3에 걸쳐 진화론과 종교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저자가 살고 있는 미국이 서구 국가 중에서 진화론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국민들이 사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가 다윈탄생 200주년을 맞이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63%는 어떤 식으로든 창조론을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인의 과반수가 인간이 현재의 모습 그대로 항상 존재해 왔다거나 신의 뜻에 따라 현재 형태로 발전해 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응답자의 26%만이 다윈이 주장하는 자연선택에 의해 인간이 과거로부터 현재 형태로 진화해온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저자는 진화론이 자신의 나라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우리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다윈의 이론을 통해 설명하고 그 이론이 우리의 일상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입덧이 임신 중에 음식물에 들어 있는 독성물질로부터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진화의 산물이며, 미생물 세계에서도 '게으론 놈'들이 동료들을 속이고 영악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설명하는 내용은 고개를 저절로 끄덕이게 한다.

저자는 종교 외에 여러 분야를 망라하며, 해석의 통로를 만들어내는 힘이 진화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진화론은 공룡이나 인간의 기원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에 관해서도 설명한다고 지적한다. 진화론은 상징적 사고와 문화, 도덕성 등과 관련된 인간의 능력을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진화론을 통해 사회현상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학자들은 '사회생물학'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회생물학은 하버드 대학 명예교수인 에드워드(이하 E.) 윌슨에 의해 도입된 이론이다. 윌슨은 개미생물학의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서 벌, 개미, 흰개미 등 이른바 사회성 곤충들의 행동과 그들이 구성하여 살고 있는 사회의 구조가 유인원은 물론 인간의 사회적 행동과도 유사하다는 것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생물학은 물론 다른 많은 학문에 자극을 주었다.

"E. 윌슨을 비롯한 사회생물학자들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사회생물학적 방법론이 가장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인문학과 사회과학은 모두 인간이라는 한 영장류에 관한 사회생물학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모든 인문사회과학은 궁극적으로 생물학의 소분야로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최재천)

해석의 통로를 만들어내는 힘이 진화론의 가장 큰 매력

결국 이들은 삶이란 결국 하나의 물리적 현상에 지나지 않으며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모든 주제들은 인지과학 내지는 신경과학으로 분석이 가능하고 또 그 같은 두뇌 반응은 유전자의 작동 원리(메커니즘)로 풀이된 후 궁극적으로는 물리학적 원리에 의해 설명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생물학이 지금까지 우리가 하잘 것 없다고 보았던 곤충 등을 통해 인간존재의 여러 측면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종교적 해석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기독교 신비주의나 이슬람의 수피즘, 인도의 자이나교, 불교, 힌두교의 수련자들은 깊은 명상과 수련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있는지 파악했다.

자이나교의 교주인 마하비라같은 경우는 미생물조차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 물을 걸러 마시고 길을 다닐 때 빗자루로 길을 쓸고 다니기까지 했다. 위대한 종교가들은 이미 수천년전에 오늘 사회생물학이 발견한 것과 같이 생명의 놀라운 구조를 알아챈 것이다. E. 윌슨이 오늘날 생물다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와 유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저자 데이비드 윌슨 교수 역시 박테리아, 딱정벌레, 새 등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에 관한 연구에 종교, 이타심, 아름다움, 의사결정, 소문, 개성처럼 다양한 주제의 인간 연구를 통합시키고 있다. 또한 하나의 과학 원리를 통해 생명의 기원에서 국가와 종교의 특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창조물'을 생물학적인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풍부한 유머감각과 기지로 설명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책의 뒷부분에 <피서지에서 생긴 일>로 유명한 작가를 아버지로 둔 자신이 어떻게 진화생물학자가 되었는지를 솔직담백하게 풀어낸 부분(연애담을 포함해)도 쏠쏠한 읽을 거리다. 번역 역시 저자의 의도에 맞도록 평이하게 잘 번역했지만, 로마제국의 예루살렘 공격과 관련해 '대성전'을 '템플성전'으로 번역한 것 등은 눈에 거슬린다.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사족으로 서두에서 한국 기독교의 사례는 책 내용 중 일부를 우리 상황에 맞게 번안한 것으로 그것을 저자가 진화론적으로 어떻게 해석했는지는 이 책의 '종교는 진화한다'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읽어보면 된다.


태그:#진화론, #진화, #사회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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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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