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W 카디코프스키

FW 카디코프스키 ⓒ 심재철

때는 3월의 마지막 수요일이었지만 장갑을 끼어야 할 정도로 꽃샘 추위가 매서웠다. 평일 저녁에다가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았으니 공식 관중 숫자는 2,615명에 불과했다. 지난 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정규리그 개막전 관중 숫자에 비해 1/10도 안 되는 숫자였지만 응원 열기만은 뜨거웠다.

 

축구장 관중석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구단에서 나눠준 막대 풍선을 두들기는 관중들이 많았다. 그 중에는 다음 주(4월 4일) 프로야구의 개막을 기다리는 야구팬들도 보였다. 가끔씩 야구장에서나 어울리는 독특한 막대 풍선 응원을 유도하며 SK 와이번스를 외치는 바람에 동쪽 관중석에는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일리야 페트코비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25일 저녁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9 K-리그 컵대회 대전 시티즌과의 첫 경기에서 골잡이 카디코프스키의 귀중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해결사 '드라간 카디코프스키'

 

인천 팬들은 이번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성남으로 건너간 골잡이 라돈치치의 빈 자리를 많이 걱정했다. 그 대신에 새내기 유병수를 데려오기도 했지만 힘과 기술을 겸비한 해결사가 필요했다.

 

지난 8일에 벌어진 부산과의 시즌 첫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주목받은 유병수는 상대 수비수와의 직접적인 몸싸움을 이겨내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와는 다른 성격의 골잡이가 필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라돈치치가 남기고 간 등번호(31)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골잡이가 조금씩 그 실력을 인정받으며 인천 팬들의 마음 속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마케도니아 국가대표 출신의 키다리 골잡이 드라간 카디코프스키다. 큰 키 때문에도 민첩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공 간수 능력이나 높은 공 처리 능력은 수준급으로 보인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2010 남아공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 마케도니아 축구협회로부터 부름을 받지 못한 것이 인천으로서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핌 베어벡 호주 감독 곁으로 날아간 수비수 제이드 노스의 경우를 생각하면 인천에게 행운이 깃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실제로 카디코프스키는 최근 두 경기 연속골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21일 광양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정규리그 두 번째 경기에서 이마로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려 승점 1점을 벌어들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57분, 또 한 번 골냄새를 맡았다. 새내기 박정혜가 이끌고 있는 대전 시티즌의 수비수들 사이에서 어슬렁거리던 그가 재빠르게 빈 곳으로 빠져나가며 가볍게 오른발로 밀어넣은 것이었다.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탁월한 감각 없이는 성공시킬 수 없는 각도였다.

 

특급 도우미 '김민수', 친정팀 울리다

 

 후반전, 인천의 특급도우미로 떠오른 김민수가 대전 미드필더 한재웅을 등지고 공을 처리하는 장면

후반전, 인천의 특급도우미로 떠오른 김민수가 대전 미드필더 한재웅을 등지고 공을 처리하는 장면 ⓒ 심재철

 

카디코프스키가 아무리 탁월한 감각의 골잡이라고 하지만 그의 곁에서 득점을 돕는 단짝이 없다면 무용지물일 것이다. 그에게 특급 도우미가 샛별처럼 등장했다. 얼짱 미드필더 김민수다.

 

그는 지난 해 대전 시티즌 미드필더 겸 공격수로서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시즌 초반 3골 2도움을 기록하며 신인왕 유력 후보로 거론될 정도였다. 하지만 김호 감독의 전술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는 바람에 그의 이름은 조금씩 팬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그리고 새로 갈아입은 옷이 인천의 푸른 줄무늬 옷이었다.

 

그렇게 프로데뷔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되었고 그는 새로운 팀에서 두 경기만에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확실하게 자기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전남과의 방문 경기에서는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전에 오른쪽 측면에서 자로 잰 듯한 오른발 띄워주기로 카디코프스키의 데뷔골을 도우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왼발을 잘 쓰는 측면 미드필더로 알려졌지만 오른발 킥 실력도 모자람이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컵 대회를 통해 안방 팬들 앞에서 첫 발걸음을 떼자마자 천금같은 결승골의 도우미로 활약한 것. 그는 55분에 또 다른 새내기 정혁과 바꿔 들어간 뒤, 단 2분만에 오른쪽 끝줄 앞에서 낮게 띄운 찔러주기로 두 경기 연속 도움을 기록했다.

 

2009년 인천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된 오른쪽 미드필더 이준영이 첫 경기(3월 8일)를 치르다가 무릎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많은 이들이 걱정을 하고 있지만 그 빈 자리를 훌륭하게 메우고 있기 때문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앞으로 정혁, 박재현, 김상록, 보르코 등과 함께 인천의 취약 지점 중 하나였던 날개 공격을 활기차게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컵 대회에서도 출발이 좋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이번 시즌 세 경기 무패(2승 1무)의 기세를 몰아 다음 달 5일 돌풍의 팀 강원 FC를 불러들여 정규리그 상위권 진입을 노린다.

 

한편, 이 경기의 패배로 지난 해 9월 21일 이후 승리 기록을 남기지 못한 대전 시티즌(7무 6패)은 다음 달 4일 대구 FC를 안방으로 불러 정규리그 하위권 탈출과 목마른 첫 승을 노린다.

덧붙이는 글 | ※ 2009 K-리그 컵 대회 첫 경기 결과, 25일 인천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대전 시티즌 [득점 : 카디코프스키(57분,도움-김민수)]

◎ 인천 선수들
FW : 카디코프스키(81분↔우성용), 보르코
MF : 김상록(67분↔유병수), 노종건, 김영빈, 정혁(55분↔김민수)
DF : 전재호, 임중용, 안재준, 윤원일
GK : 김이섭

◎ 대전 선수들
FW : 치치, 이제규(46분↔이경환)
MF : 고창현, 바벨, 김성준, 한재웅(61분↔김다빈)
DF : 김민섭, 박정혜, 이윤표, 양정민
GK : 최은성

2009.03.26 10:23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09 K-리그 컵 대회 첫 경기 결과, 25일 인천월드컵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1-0 대전 시티즌 [득점 : 카디코프스키(57분,도움-김민수)]

◎ 인천 선수들
FW : 카디코프스키(81분↔우성용), 보르코
MF : 김상록(67분↔유병수), 노종건, 김영빈, 정혁(55분↔김민수)
DF : 전재호, 임중용, 안재준, 윤원일
GK : 김이섭

◎ 대전 선수들
FW : 치치, 이제규(46분↔이경환)
MF : 고창현, 바벨, 김성준, 한재웅(61분↔김다빈)
DF : 김민섭, 박정혜, 이윤표, 양정민
GK : 최은성
카디코프스키 김민수 인천 FC 대전 시티즌 K-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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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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