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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말>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4·29 재·보선의 최대 뇌관인 그가 돌아왔다. 2007년 대선과 지난해 총선 실패 이후 미국 유랑길에 올랐던 그가 8개월여 만인 22일 귀국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공항 환송식이 끝나자마자 직전 지역구였던 서울 동작을지역위원회를 방문한 데 이어 곧바로 전주 덕진으로 향했다.

 

언론은 특유의 속도감 있는 그의 행보를 좇느라 연일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러나 정치권 내부의 견제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심지어 야권 내부에서조차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당을 도우러 왔다"는 그의 부활의지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13년 전 정치를 시작한 초심으로 재출발하겠다"며 전주 덕진에 출마할 뜻을 재확인했다.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선 "당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선두다. (당이) 그걸 이해해 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런 그를 '갈등의 정치인', '격량의 민주당'으로 표현하는 견제소리를 부각시키는 기사들이 눈에 띈다. 

 

"정동영 출마 찬성, 공천도 찬성"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 일색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덕진 출마에 무게를 둔 의제를 연일 지면과 영상에 아낌없이 반영하는 곳이 있다. 전북지역 언론들은 마치 준비해 놓았다는 듯 머리기사로 그의 귀향 소식과 함께 재·보선 출마를 기정사실화시켰다. 오죽했으면 '정동영 프레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 기색이다. 4·29 재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핵으로 부상한 정 전 장관의 귀향 당일인 22일과 다음날인 23일 전북지역 일간지와 방송사들은 일제히 환영일색이었다. 일찌감치 준비해 온 듯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아 특히 관심을 끈다.

 

<전북일보>는 23일 1면과 4면을 정 전 장관의 출마와 관련된 여론조사를 내보냈다.  '정동영 덕진출마 찬성 42% 반대 29%'의 1면 머리기사에선 "4·29 국회의원 재선거가 실시되는 전주 덕진 유권자들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덕진 출마에 대해 42%가 찬성의견을 보인 반면 29%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전북일보>가 4·29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20일 전주시 덕진구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정 전 장관의 덕진 출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다.

 

기사는 "덕진 유권자들은 정 전 장관의 덕진 출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42.3%가 '잘한 결정이다'고 응답했고, '잘못한 결정이다'고 응답한 유권자가 29.3%로 집계됐다"며 "응답을 하지 않은 유권자도 28.4%에 달해 향후 흐름에 편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해석했다.

 

또한 "정 전 장관이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할 경우 무소속 출마에 대한 찬반 질문에서는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48.1%로 '반대한다' 31.5%보다 많았다"고 보도했다. 무응답이 20.4%에 달했으나 여전히 찬성론이 우세하다는 점을 각인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리서치플러스가 덕진 지역의 만 19세 이상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만을 통해 실시됐다. 이 때문에 응답률이 15.1%에 머물러 신뢰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을 살 만하다.

 

일간지 편집부장들 절반, 정동영 출마에 부정적?

 

그런가 하면 이 신문은 '일간지 편집부장 "DY출마 부정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조적인 결과를 실어 시선을 끌었다.

 

기사는 "지난 20일 한국편집기자협회 소속 24개 신문사(중앙지·지방지 포함) 편집부장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정 전 장관의 출마 선언에 대해 응답자 중 50%인 12명이 '부정적이다'고 답했고 '긍정적이다'와 '관심 없다'는 입장이 각각 25%(6명)였다"고 밝혔다.

 

"출마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응답자 상당수는 그 이유로(복수 응답) '전 대선 후보로서의 자세에 걸맞지 않아서'(5명)와 '지역구를 서울 동작을에서 전주로 옮기는 게 옳지 않아서'(5명)를 꼽았다.

 

이 외에도 '민주당의 내분 초래'(3명)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2명)는 견해를 나타냈다"는 대목은 흥미를 끈다. 기사는 또 "이번 응답자들이 근무하는 언론사의 지역별 분포는 서울 10명, 인천·경기 2명, 충청 4명, 영남 2명, 호남 5명, 제주 1명이었다"고 밝혔다. 

 

'정동영 "당 힘 보태려 돌아왔다"'는 제목의 기사와 큼지막한 사진을 1면 톱으로 장식한 <전북도민일보>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기사는 "밤 10시30분께 전주에 도착한 정 전 장관은 앞으로 선거사무실로 쓸 전주시 진북동 삼영빌딩에 도착해 지역민들에게 환영에 대한 감사의 뜻과 재선거 출마의 의지를 피력했다"며 반겼다. 

 

이어 "귀국 첫 날 밤을 고향인 전북에서 보낸 것에 대해 '고향에서 초심(初心)으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그간의 의지와 각오를 다진 것'이라는 지역 정가의 해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정 전 장관의 지역여론조사 결과를 이날 1면 중톱 기사로 다뤘다. '정동영 출마 찬 57%, 반 25.7%'의 제목의 기사는 전주MBC가 덕진주민 700명을 상대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조사로 이뤄졌다고 밝힌 기사다. "정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재선거 출마에 대해 절반 이상이 찬성한 반면 4명 중 1명만이 반대입장을 나타냈다"고 밝힌 이 기사는 "정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찍겠다'는 응답이 47.2%였고, "찍지 않겠다"는 응답은 32.8%였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신문은 2면과 3면에서도 정 전 장관의 귀국 스케치 및 인터뷰 기사를 비중 있게 내보냈다.

 

'정동영 프레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언론... 속끓는 다른 후보들

 

이날 <새전북신문>도 '민주 지지자 DY 공천 찬성 55.5%'란 제목의 기사에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20일 공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 중 정 전 장관의 덕진 공천에 찬성하는 의견은 55.5%로 절반이 넘은 반면, 반대한다는 28.4%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또 "다른 당 지지자들의 경우 덕진 공천 반대(50.9%)가 찬성(24.9%)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았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층의 경우 69.9%가 정 전 장관의 덕진 공천을 반대한 반면 찬성 의견은 9.6%에 불과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지난 19일 '한길리서치 "정동영 덕진 출마 부정적 60%"'란 제목과 함께 부정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정동영 전 장관의 덕진구 출마에 대한 지역내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은 가운데 전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고 전제한 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정 전 장관이 전주 덕진구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직후인 14~15일 전국 800명을 무작위 추출해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정 전 장관이 지역구를 바꿔 출마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9.2%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는 기사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23.4%)'와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35.8%)' 등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체의 59.2%였으며 '동의한다'는 30.1%(매우 동의한다 6.0%, 다소 동의한다 24.1%)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4·29 재·보선을 앞두고 전북지역 언론은 온통 정동영 프레임에 갇혀 있다. 정치권의 핵으로 부각한 덕진이야 그렇다 치자. 모두 12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는 전주 완산갑의 경우는 '죽음의 조'로 표현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더욱이 한나라당 후보가 1명도 없는 가운데 민주당 출마자들끼리 공천과정에서부터 다툴 공산이 높아졌다. 전주 덕진에서도 현재까지 6명이 공식적인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지역언론은 온통 정동영 전 장관에 초점을 가하고 있다. 다른 후보들은 부글부글 끓는 심정일 것이다. 일부 유권자들은 다른 후보들의 정치적 이슈와 정책 등에 목말라 하고 있다. 선거에서 미디어가 공정하고 유용한 정보를 유권자에게 제공하지 않거나 대안적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편파적 정보만을 제공할 경우 결과는 뻔하다. 낮은 정치참여, 즉 낮은 투표율뿐이다.


태그:#정동영, #4.재선거 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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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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