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나무액터스 화보 문근영

▲ 소속사 나무액터스 화보 문근영 ⓒ 나무액터스


배우 문근영은 평가하기 쉽지 않은 연기자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녀에게 따라 다니는 국민여동생이란 호칭과 좋은 일에 앞장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녀의 기부가 연기자로서 평가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최근 SBS드라마 <바람의 화원>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로 공인 받은 그녀이지만 한때 이대로 몰락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던 시절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제 그녀에게 대표작은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방송사 연기대상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백상예술대상에서 TV여자최우수연기상까지 거머쥐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녀가 수상하던 당일 작성하려고 했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개인적인 감정이 듬뿍 녹아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시간을 좀 두고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날 작성했다면 그녀에 대한 예찬으로 시작해서 예찬으로 끝나고 말았을 것 같습니다.

분명 그녀에게 최고의 연기자란 평가를 받게 만든 작품은 <바람의 화원>이지만 그녀가 이런 평가를 받기까지 평탄한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닙니다. 물론 아역 때부터 큰 인기를 얻었기에 그녀의 연기생활이 평탄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연기자로서 부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침은 한때 그녀가 성인연기자로 제대로 길을 잡지 못하고 몰락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되게 만든 것 역시 사실입니다. <바람의 화원> 이전까지 그녀의 이미지가 너무나 한 곳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중들에게 일찍부터 사랑받았던 아역배우가 제대로 성인연기자로 자리 잡지 못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문근영 역시 그런 길을 걷지 않을까 걱정하게 만든 것은 역설적으로 그녀에게 최고의 인기를 안겨준 영화 <어린신부> 이후 출연한 작품들 때문이었습니다. 연기자 이미지가 고정되면 이렇게까지 코너에 몰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확실하게 TV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통해 발산했습니다. 위에서 걱정했던 모든 것들이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그녀 스스로 증명한 것입니다.

문근영이 연기자로 데뷔한지 10년째 되는 2009년, 지난 시간 그녀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한번 되돌아보겠습니다.

<바람의 화원>은 최고의 터닝 포인트 작품!


바람의 화원 문근영

▲ 바람의 화원 문근영 ⓒ SBS


다시 한 번 강조해도 상관이 없지만 문근영에게 있어 최고의 터닝 포인트 작품은 SBS드라마 <바람의 화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 대해 여기서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바람의 화원>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 중에  영화 세 편을 간추려 볼까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들은 그녀 연기 인생에 있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 영화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문근영은 1999년 <길 위에서>로 데뷔를 했습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그녀는 이제 데뷔한지 10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연기자로서 분명 짧은 세월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뷔한 횟수로만 따진다면 중견연기자의 길목에 들어선 것입니다. 1999년 데뷔 이후 그녀가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사랑 받은 작품은 KBS드라마 <가을동화>(2000년)였습니다.

당시 엄청난 열풍을 몰고 온 이 드라마는 송승헌, 송혜교, 원빈을 아시아 톱스타로 만들어주었으며, 송혜교 아역을 맡았던 문근영 역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연기자로서 그녀에 대한 기대보다 너무나 귀여운 모습의 그녀 이미지에 많은 사람들이 사로잡힌 것 역시 사실입니다. 그녀에 대해 연기자로서 어떤 평가를 내리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저에게 있어 그녀를 다시 평가하게 만들어준 첫 번째 작품은 무엇일까요?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눈을 뜨다! <장화, 홍련>


장화, 홍련 영화스틸컷

▲ 장화, 홍련 영화스틸컷 ⓒ 마술피리,영화사봄


저에게 있어 제일 처음 그녀를 연기자로 인식하게 만든 작품은 <가을동화>나 <연애소설>이 아니라 공포영화 <장화, 홍련>(2003년)이었습니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타이트롤을 맡기는 했지만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이 영화는 임수정, 김갑수, 염정아의 작품입니다. 이중에서 꼭 한 명을 꼽으라면 전적으로 임수정의 영화란 평가도 가능합니다. 그만큼 <장화, 홍련>에서 임수정의 존재는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문근영은 이 작품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한껏 발휘했습니다. 임수정(수미역) 동생 수연 역을 맡은 그녀는 영화에서 비밀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전까지 그녀가 단순히 귀엽고 앙증맞은 이미지였다면 이 작품을 통해 확실히 연기자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시켜줍니다. 아마도 당시 이 작품을 본 관객들이라면 쇼트 머리의 그녀 이미지에 매료된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쇼트 머리에 표정 없이 세상을 응시하는 그녀의 모습은 어린 연기자라고 생각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것 역시 사실입니다. 특히 무표정하면서 무엇인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덧 한 표정연기는 이 영화에서 보여준 공포적인 요소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물론 함께 출연한 임수정과 김갑수, 염정아의 연기가 워낙 뛰어났기에 그녀의 연기가 영화에서 잘 살아난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영화 <장화, 홍련>은 분명 그녀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잊을 수 없는 작품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그녀가 어떤 연기자가 될 것인지 충분히 기대할 수 있게 만들어준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매력이 폭발하다 <어린 신부>


어린 신부 영화스틸컷

▲ 어린 신부 영화스틸컷 ⓒ ㈜컬처캡 미디어


문근영이란 배우를 이야기하면서 이 작품을 언급하지 않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이야기 같습니다. 영화 <어린 신부>(2004년)는 10대에 가지고 있던 그녀의 매력을 온전히 발산시킨 작품입니다. 당시 한국영화는 공포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10대 영화가 없었습니다. 물론 그녀가 성인 연기자로 넘어간 이후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10대 영화는 지금 거의 존재 조자 없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어린 신부>는 앞으로 2000년대를 빛낸 10대 청춘영화로 남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작품의 완성도니 배우들의 연기력을 떠나 문근영이란 배우가 가지고 있는 매력 하나로 통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당시 10대들이 이 영화에 보여준 열광적인 환호는 2000년대 공포영화를 제외하면 거의 볼 수 없었던 10대 청춘영화의 부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1970년대 활황기를 맞았던 10대 청춘영화는 1980년대와 90년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명맥을 유지하던 한국 10대 청춘영화들은 오히려 한국 영화가 활황기에 접어들면서 거의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된 박중훈, 강수연, 김혜수, 이미연, 최수종, 최재성 등이 활동하던 시절이 지나가면서 어느 순간 한국영화에서 10대 청춘영화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되었습니다. 전멸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가뭄에 콩 나듯이 나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2000년대 들어 10대들에게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연기자가 거의 없었다는 말이 됩니다.

솔직히 <어린 신부>가 처음 나왔을 때 이 작품이 과연 얼마나 관객들에게 통할 수 있을지 비관적인 시선이 많았던 것 역시 사실입니다. 저 역시 이 작품을 보기 전까지 도대체 이런 영화가 왜 나왔지 하는 편견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편견을 깨고 <어린 신부>는 10대들이 열광한 청춘영화로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주역에는 문근영이란 배우가 있었습니다.

<어린 신부>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한 것 뽐낸 작품이자 그녀의 이미지가 영화 전반을 지배한 영화입니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결코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 영화는 그녀에게 족쇄를 채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동안 그녀의 이미지가 이 작품에서 보여준 서보은 역에 완전히 묶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의 큰 성공 이후 그녀가 출연했던 <댄서의 순정>(2005년),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년)는 오히려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경우입니다. 물론 작품 또 한 뛰어나다고 할 수 없었습니다. 이 두 작품이 연속으로 실패하면서 그녀 연기 인생에도 큰 위기가 다가온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두 작품 중에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그녀 연기 인생에 큰 터닝 포인트를 열어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성인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보다! <사랑따윈 필요없어>


사랑따윈 필요없어 영화스틸컷

▲ 사랑따윈 필요없어 영화스틸컷 ⓒ (주)싸이더스FNH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영화로서는 완전히 실패한 작품입니다. 영화평론가들의 평가, 관객들의 평가, 상업적인 실패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좋지 못한 기억을 남겼습니다. 특히 원작과 비교되면서 그녀에 대한 연기력 또 한 입방에 올랐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도쿄방송 TBS의 10부작 인기 드라마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녀와 같은 소속사 연기자를 남자 주인공으로 선택하면서 영화 외적인 부분에서 상당히 많은 갑론을박을 남겼습니다.

이 작품은 달리 말하면 그녀 연기 인생에 있어 최악의 작품이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그녀 연기 인생에 있어 다른 전환점을 안겨다준 터닝 포인트로 생각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어린 신부>에서 가지고 있던 소녀 이미지를 완전히 희석시켜준 작품입니다. 그녀에게 있어 <어린 신부>는 족쇄 같은 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통해 그녀가 성인 연기자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작품에 있었던 여러 가지 비판과 실패가 그녀에게 더 좋은 영향력을 주었다 평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큰 어려움 없이 연기를 해왔던 그녀에게 있어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입니다. <바람의 화원>에서 그녀가 보여준 연기가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 이런 시련을 겪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할 것 같습니다.

성공한 아역연기자가 성공한 성인연기자로 가는 길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만큼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아역연기자로 쌓아놓은 이미지가 두고두고 자신을 따라다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그녀에게 다른 길을 걸어갈 수 있게 해준 중요한 터닝 포인트 작품임에 틀림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작품들은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모든 분들이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그녀가 출연했던 작품 중 연기 인생에 변화를 준 영화들을 짚어 본 것은 완벽하게 아역 연기자에서 성인 연기자로 변신한 그녀의 노력에 대한 개인적인 감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녀는 <바람의 화원>을 통해 확실한 연기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겸손한 모습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연기한다면 분명 미래가 더 밝은 배우라는데 다른 의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성공한 아역 연기자에서 성인연기자로 가는 길을 함께 한 그녀의 팬들이라면 지금 성공이 누구보다 더 기쁠 것입니다.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한 가지 당부하고자 합니다. 그녀가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완벽한 여배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연기자기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바람의 화원>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연기 잠재력에 대한 폭발이 아닌 더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한 시작이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근영 어린 신부 바람의 화원 무비조이 MOVIEJOY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