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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가 최근 전국의 점포 계산대에 의자를 배치해 기존에 줄곧 서서 일해왔던 계산원들이 의자에 앉아 계산하거나 잠시 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홈플러스가 최근 전국의 점포 계산대에 의자를 배치해 기존에 줄곧 서서 일해왔던 계산원들이 의자에 앉아 계산하거나 잠시 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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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서비스 노동자에게 의자를."

이런 문구의 캠페인이 진행된 것은 우리 '이랜드 투쟁' 중 어떤 집회에서였다. 아마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주최했던 집회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매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항상 미소와 친절봉사 서비스를 몸과 맘과 입에 달고 사는 서비스 노동자들은 항상 고객이 왕이기에 그들을 감동시키고 만족시켜야 한다. 사소한 실수가 손님의 불평으로 이어질 때 골치 아파지기 때문이다. 또한 상사들의 눈치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11월 20일 투쟁 종료와 더불어 포스(계산대) 교육을 시작으로 근무를 재개한 지 며칠이 된 어느 날, 계산대에 의자가 들어왔다. 너무나 낯설기만한 의자가 처음엔 이상하고 쑥스러웠다.

"두 다리로 서 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문득 의자가 없었던 까르푸와 홈에버 때 계산대 생각이 났다. 수많은 고객들을 상대하며 말하고 응대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다리가 너무 아파, 두 다리로 서 있기가 너무 힘들어 한쪽 다리로 교대로 번갈아가며 서 있어야만 했다. 체중을 고르게 분산하는 다리를 교대로 하다 보면 아무래도 두 다리로 오래 서 있는 것보다 다리도 덜 절이고 무릎 관절이 쑤시는 것도 덜한 듯싶었다.

그것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별 소용이 없고, 어느 땐 파스를 다리와 무릎 관절에 붙이고 일하는 동료들이 있었고 심한 동료들 같은 경우엔 하지정맥류가 생겨났다. 그렇게 고객들에게 항상 미소와 친절을 서비스하는 유통 서비스 노동자들은 고객이 한가한 매장에선 어느 땐 몸을 계산대 바(계산 안 된 물건이 지나면 삑삑거리는 경보음이 나게끔 설치한 기둥)에 의지하기도 했다.

지금도 물론 고객이 많아 계산대가 붐빌 땐 의자에 앉는 것을 꿈도 못 꾼다. 그렇지만 계산이 끝나고 한가한 시간엔 의자에 앉아 내 앉은 키에 맞춰놓고 잠시나마 피곤한 다리의 피로도 풀고 흘러나오는 음악 감상도 하고 지저분했던 내 주위 정리도 하며 잠깐의 여유로움을 가져본다. 물론 앞이나 뒤 계산대의 동료와도 잠시나마 짤막한 대화도 건네면서.

그러다 보면 다음 고객이 올 때, 피곤에 지친 얼굴이지만 그래도 고객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할 수 있는 맘의 여유로움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시간만 되면 무조건 의자에 앉는다. 처음엔 적응이 덜된 동료들에게도 "시간되는 대로 앉아 있어요"라는 말도 했었다. 지금 의자가 생긴 지 3개월, 대부분의 동료들은 시간이 나는 대로 의자에 앉아 잠시나마 피로를 풀며 다가올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베풀려고 준비한다.

"보기 좋으시네요, 훨씬 덜 피곤하시죠?"

한 번은 한가한 매장에서 그날따라 여유롭게 의자에 앉아 고객에게 인사하며 계산을 했다. 30대 남자 고객은 내게 웃음 지으며 "의자에 앉아서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훨씬 덜 피곤하시죠?"라고 내게 말했다. 나 또한 웃으며 "고객님, 의자에 앉아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보이세요?"라고 했더니 "네, 보기 좋아 보이네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그렇게 말하는 고객들이 점점 더 많아질수록 우리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은 더욱더 고객들에게 친절과 미소로써 서비스할 수 있다. 또한 유통회사나 매장에서도 직원을 정말 가족처럼 아껴주고 대우해 줄 때 애사심뿐 아니라 매장을 방문하시는 고객들에게 진심어린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나부터 그런 마음과 생각이 든다.

우리 매장은 의자가 있어 편하지만 그렇지 않은 매장이 너무나도 많은 걸 안다. 그 매장들도 하루라도 빨리 의자가 들어가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다.

덧붙이는 글 | 장은미(40)씨는 서울 상암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옛 홈에버 월드컵몰점)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서일하는노동자에게의자를, #홈플러스테스코, #계산대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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