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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이 어린 학생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고 도전의식을 북돋아주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건 우주인 탄생을 위해 투자된 200억원이라는 돈보다도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닐 것입니다. 그게 저의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하구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소연(40) 박사의 얘기다. 지난 13일 전남도청 왕인실에서 열린 제35회 전남포럼의 강사로 참석한 이 박사는 "우리 학생들이 우주를 날아다니는 로켓과 사람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면 그건 수천억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꿈과 희망을 품은 것"이라며 "꿈과 희망을 가진 학생들이야말로 어렵고 힘든 일도 슬기롭게 이겨내고 큰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강연의 들머리를 열어젖혔다.

 

그 학생들이 나중에 과학자가 안돼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어릴 때 그 꿈과 희망으로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그만이라는 것. 많은 나라들이 당장 눈앞의 돈을 벌기 위해 우주개발에 매달리는 게 아니고, 그런 투자를 통해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주는데 목적이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노력은 또 우주개발 분야에서만 결과물을 내는 게 아니라 문화, 예술, 정치 등 사회 전반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과학기술과 우주기술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이 곧 우리 생활수준의 향상이죠. 우리는 이런 기술의 결과를 매순간 활용하고 있으면서도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공기처럼 말이죠."

 

이 박사는 "우주과학 기술의 발달은 휴대전화, 내비게이션 같은 무선통신의 발달과 가스레인지, 스키복 개발 등을 통해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져 우주에 대한 투자가 엄청난 생활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많은 반대를 뿌리치고 힘들게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려 했던 나라들이 기술개발을 통해 지금은 직접 생산하지 않고도 엄청난 기술료를 받는 나라가 된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미국의 우주인들은 계란도 맞았다고 합니다. 당장 쓸 데도 없는 우주개발에 투자할 돈이면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하면서…. 그런데 그때 들어갔던 비용이 당시 만 명을 먹일 수 있는 돈이었다면, 지금은 각종 기술개발을 통해 앉아서 수십만, 수백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사회복지 재정을 얻고 있어요."

 

그녀의 얘기는 계속됐다. 이 박사는 "우주에 가서 우주인의 눈으로 처음 지구를 보고 드는 생각은, 지구는 하나라는 것이었다"면서 "지구라는 곳에 태어나서 살고 있고 또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살고 있는 것에 대해 무한한 고마움을 가졌다"고 말했다. 같은 지구 안에 사는 모든 이들이 넓은 포용력을 갖고 서로 아끼고 격려하며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러시아에서 우주인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 동안 선임 우주인들로부터 여러 칭찬을 받으며 힘을 얻었다"면서 "칭찬은 사람을 힘나게 하고 발전시키는 힘이 되며, 또 칭찬을 받으면 더 열심히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늘 감사하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자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 과정과 우주인 훈련과정, 그리고 우주비행 경험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우주인 선발에는 3만6200여 명이 응시를 했는데, 사실상 확률 0%의 공모에서 그 누구도 '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라고 밝힌 이 박사는 "도대체 우주인을 어떻게 뽑는지 알고 싶어서 지원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여 마음을 비우고 갖가지 테스트에 최선을 다해 응했으며, 운과 축복이 따라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겸손해 했다. 또 흥분됐던 우주에 대한 경험보다 우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이 자신에게 훨씬 더 소중했었다고 회고했다.

 

우주비행을 마치고 귀환할 당시 불시착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박사는 "귀환 당시 몸에 충격이 상당했다는 것은 오해"라면서 "어떻게 내려오든지 그 정도의 충격은 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귀환궤도에서 400㎞ 바깥으로 벗어난 것 때문에 우주선 안에서 내부기압을 조금 더 받긴 했지만, 바닥에 부딪혔을 때의 충격은 사고라 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허리가 아팠던 것도 우주에서 중력에 의해 키가 2㎝이상 컸다가 원상회복되면서 일어난 통증이었을 뿐이었다고. 사정이 이러한데도 '무사귀환'이라는 외국 언론의 보도와 달리 한국의 언론은 한 마디로 난리법석을 떨었다면서, 이는 우리나라의 우주상식이 일천함을 드러낸 해프닝에 불과했다고 소개했다.

 

강연을 경청하던 초등학생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박사는 "러시아에서 우주인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을 때 '대한민국 대표'라는 생각으로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언제 어디서나 '내가 (가족, 학교, 사회, 나라)대표'라는 생각으로 밝게 행동하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노력할 때 내가 발전하고 우리 사회, 우리 나라가 발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전라남도가 올 상반기로 예정된 고흥 나로우주센터 준공과 7월말 인공위성 발사를 계기로 도민들의 우주에 대한 상식과 이해를 높일 목적으로 마련한 이날 이소연 박사 초청강연에는 전남도청 공무원 외에도 옥암초등학교 등 목포시내 초등학생 200여명이 참석,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우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태그:#이소연, #우주인, #전남포럼, #전남도청, #옥암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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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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