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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딸아이와 함께 재미나게 샤워를 하고 밖에 나오니 이 녀석이 갑자기 뭔가 주섬주섬 들고 왔습니다. 자기가 목욕시켜주던 인형('아가' 라고 함)과 담요를 들고 오는 겁니다. 그러더니 저를 보며 무어라 무어라 얘기를 합니다. 잘 들어보니 자기가 아가를 업어주겠다며 담요를 이용해 '어부바'를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을 보니 갑자기 "몽실언니"가 생각나더군요. 어때요 좀 닮은 것 같지 않나요? 몽실언니처럼 착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진 중간에 있는 자전거 트렁크가 바로 건희 보물상자인데요. 아가도 목욕을 했으니 로션도 바르고, 추우면 안된다며 자신의 보물창고에서 이것저것을 뒤집니다.

 

 

잠시 후 보니 인형 양말과 신발을 꺼냈더라구요. 아가 발시렵다면서 말입니다. 하, 이 녀석. 자기는 아무것도 안 신었으면서 저럽니다~

 

 

잠시 후 인형 신발이 젖은 걸 확인한 녀석이 신발을 말려야 한다며 서랍장 손잡이에 꽂고 있습니다. 자기 신발은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저러네요~

 

아이가 어른(특히, 부모)을 모방하는 것은

 

흔히 교육학에서는 3-4세 아이들이 제 1 반항기를 겪는다 합니다. 그리고 나서 급속한 정신적, 육체적 성장을 하는데요. 이 시기 바로 전에 오는 것이 바로 모방의 단계입니다.

 

삐아제라는 학자는 이 시기를 Begining of Thought 라하여 사고의 시작 단계라 하였는데요. 말하자면 아이들이 사고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자아가 형성되고, 눈 앞에 없는 사건이나 사물 상황 등을 표현 또는 행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게 바로 아이들의 모방 대상이 가까이 지내는 엄마나 아빠가 되곤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의 화장품을 이용하여 얼굴에 바르기도 하고, 자신을 업어주던 엄마의 행동을 따라 하기도 하는 거지요. 심지어 아빠가 서서 '쉬~' 하는 걸 보고 따라하기도 합니다. 이건 아이가 자신의 부모를 행동모델로 삼는 걸 의미합니다.

 

여기서 참 신기한 것이요. 이건 신생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멜초프와 무어는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엄마와 함께 있게 한 후 행동을 관찰 실험하기도 하였는데요. 그랬더니 신생아들도 어른들의 행동을 따라하며 그것을 학습하더라는 것입니다. 부모의 행동이 아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행동 뿐 아니라 언어까지도 모방

 

기왕에 아이들의 모방 얘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나아가볼까요. 아이들의 모방은 행동뿐 아니라 언어에도 그대로 이뤄지게 됩니다. 우리는 이것이 아이들의 언어구사능력이나 인지 및 사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침을 잘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풍부하고, 다양한 표현으로 끊임없이 "대화"를 해야하는 겁니다. 대화를 통해서 성장한 아이가 남과 대화할 수 있는 어른이 되는 거지요.

 

물론 발달단계에 따른 주의는 필요합니다. 대개 18-24개월 쯤 되는 아이는 간단한 단어 예컨대 "아빠~빠이빠이~" 등으로 시작하여 만 3세쯤 되면 약 1천여개의 단어를 구사할 줄 알게 됩니다. 만 4세가 되면 문장이 상당히 만들어지게 되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고 말이지요. 바로 이런 단계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해줘야 한다는 거지요.

 

언어 지도시 주의할 점

 

혹시 아이들이 발음이 틀리거나 잘못 말해도 그 때 그 때 틀렸다며 고쳐주는 것보다는 자연스레 바른 표현을 익힐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바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너무 그 때 그 때 고쳐주다보면 아이가 오히려 주눅들게 되어 표현의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한 대화는 말 그대로 쌍방향으로 오고 가야 하는 것이지요. 아이들을 다그치 듯 질문하고, 대답을 요구 또는 기대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모방하는 아이와 놀이, 대화를 통해 교육적 효과를!

 

저희 애는 요즘 엄마, 아빠 따라잡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엄마 신발을 신어보는 건 물론 속옷까지 입어보려고도 하구요. 아빠 스쿠터 헬멧을 집어 써보기도 합니다. 모두 일종의 정보탐색이자 모방의 과정이라 할 수 있겠지요.

 

저희는 그럴 때마다 지켜보거나 같이 놀아줍니다. 같이 얘기도 하고, 한바탕 웃어가면서 말이지요. 말하자면 아이의 모방 습관을 잘 활용하면 좋은 교육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런 아이를 보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기도 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아주 나쁜 습관 중 하나가 '아, 놔~'를 무의식중에 자꾸 내뱉는게 있는데요. 요즘 애가 이것까지 따라해서 많이 조심하고 있습니다. 역시 애들 앞에서는 냉수도 함부로 못 마십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라이프]하늘바람몰이(http://kkuks81.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육아, #행동모델, #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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