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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읍에서 소백산 희방사로 가는 길은, 우선 국도 5호선을 따라 단양방향으로 길을 잡은 다음, 죽령을 반쯤 넘다가 희방사 초입이 있는 집단시설지구를 스쳐서 우회전하면 된다. 여기서부터는 도보로 소백산 국립공원 사무소 앞까지 가서, 신작로 옆으로 난 희방 계곡 자연 관찰로를 가로질러 희방사 매표소까지 간다. 입장권을 산 후 계곡을 따라 올라 영남 제일의 희방 폭포를 구경한 다음, 절에 도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코스이다.

소백산
▲ 소백산의 봄 소백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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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죽령을 넘는 신작로가 생겨난 이후의 이야기다. 불과 80년 전까지만 해도 죽령을 넘은 방법은 오로지 말이나 가마를 타고 혹은 도보로 넘는 길 뿐이었다. 소백산에 가장 오래된 절 가운데 하나인 희방사 역시도 절을 둘러 본 다음, 연속하여 연화봉, 비로봉을 등반하려면 도보로 올라가는 방법이 거의 유일하다.

주마간산 격으로 '죽령 옛길'을 둘러 본 이후, '희방사 옛길'도 2008년 새롭게 복원된 출발점에서 첫눈을 밟듯이 걸어봐야겠다는 욕심이 났다. 복원된 희방사 옛길은 중앙선 희방사역에서 국도 5호선과 만나는 희방사 집단시설지구까지 길이 1.5km에 폭 3~4m의 흙길로 아직은 안내판만 2~3개 세워져있는 정도이다.

옛길
▲ 희방사 옛길 표시판 옛길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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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옛사람들이 걷던 원래의 희방사 옛길을 걸으며, 희방사를 들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아서 무조건 코스를 잡았다. 풍기읍 창락리 역참터(풍기 온천)를 출발점으로 하여 희방사역(무쇠다리 주막거리 터)~희방사 옛길~국도 5호선과 만나는 희방사 집단시설지구~소백산 국립공원 사무소~희방 계곡 자연관찰로~희방사 매표소~희방 폭포~희방사를 둘러보는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의 코스로 왕복 5~6시간이면 노약자도 시간적으로는 여유있게 도전해볼만한 길이다.

목적지로 잡은 희방사는 643년(신라 선덕여왕 12년)예천군 용문면 두인동에서 출생한 고승 두운(杜雲)조사가 소백산 남쪽 기슭 해발고도 850m에 창건한 사찰이다. 절 주변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연림이 빽빽이 우거져 있으며, 절 바로 밑에 영남내륙의 최대 폭포인 높이 28m의 희방 폭포가 있다. 폭포가 떨어지는 계곡에는 커다란 바위덩어리와 숲이 펼쳐진다.

희방사
▲ 희방사 전경 희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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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8년(선조 1년)에 새긴 <월인석보> 1,2권의 판목을 보존하고 있었는데, 한국동란 중인 1951년 법당과 훈민정음 원판, 월인석보 판목 등이 소실되었으며, 현재는 월인석보 책판만을 보존하고 있다.

<월인석보>는 수양대군이 세종의 명으로 석가세존의 일대기를 국문으로 엮은 <석보상절>과 세종이 석보상절을 보고 석가세존의 공덕을 찬송하여 노래로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합친 책이다.

불경언해서로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글자와 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1권 머리에 훈민정음 판 15장, 30면이 얹혀 있어서 국어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이용된다.

소실되었던 절은 전쟁 직후인 1953년 불자들과 지역 유지들의 성금으로 다시 중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경내에는 조선 영조임금 때(1742)제작된 경북유형문화재 226호 '희방사 동종'이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희방사 동종은 높이88cm, 용뉴18cm, 밑지름 56.5cm의 크기로, 원래는 충북 단양 대흥사의 종으로 스님이자 장인이었던 해철과 초부 등이 제작한 것이다. 조선후기 범종의 한 유형인 혼합형식의 종으로, 전통적인 수법에 외래 요소인 쌍룡의 용뉴와 띠장식이 합해져 있으며, 비교적 안정감 있는 귀중한 범종이다.

온천
▲ 풍기온천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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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방사 옛길을 걸으면서 희방사로 가기 위한 출발점은 풍기읍 창락리에 있던 옛 역참자리인 '영주 소백산풍기온천'(http://www.sobaeksanpunggispa.or.kr)으로 잡았다. 길을 찾기도 쉽고 주차장이 넓어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단체로 버스를 타고가도 이용하기 편리한 장점이 있다. 물론 등산을 끝내고 불소가 함유된 알칼리성 유황온천수에 몸을 담글 수 있어 여독을 푸는데도 도움이 된다.

안내판
▲ 용바위산장식당 안내판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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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온천에서 길을 건너면 바로 희방사 역전 무쇠다리 주막거리에 있는 '용바위산장식당'(http://www.yongbawee.com)이나 '소백산 희방 전통된장'을 알리는 입간판이 보인다. 안내판을 기준으로 소백산을 보면서 길을 잡으면 헤매는 일이 없다.

등산을 할 때 길을 잡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능선을 따라서 길을 잡는 것이다. 소백산의 경우 차를 타고 죽령 정상에 올라 능선을 따라 연화봉과 비로봉을 오르면 쉽게 종주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다른 방법은 물길을 따라 길을 잡는 것이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를 흐르는 물길을 따라 계곡을 오르면 틀림없이 정상이 나온다. 창락리에서 출발하는 길은 무쇠다리 주막거리까지는 남원천을 따라서 오르면 바로 나온다.

개천
▲ 남원천 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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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무쇠다리 주막거리에서 제2연화봉과 도솔봉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와 제2연화봉과 제 1연화봉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로 갈린다. 전자를 따라서 가면 죽령 옛길이 되고, 후자를 따르면 희방사 옛길이 된다. 희방사 옛길을 택한 오늘은 제2연화봉과 제 1연화봉 사이를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오르게 된다.

창락리에서 남원천을 따라 무쇠다리 주막거리가 있는 희방사역까지는 대략 도보로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정면에 소백산이 보이고, 좌측에는 중앙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우측은 소백산을 넘는 국도 5호선이 달리고 있다.

주변의 과수원과 논밭이 남원천과 함께 어우러져 풍광이 좋다. 특히 계절마다 시간, 햇살, 바람, 구름 등의 영향으로 변하는 소백산을 바라보면서 걷는 느낌은 늘 새롭다. 자연이란 이름의 캔버스에 수 만 가지 초록색을 칠해두고 하루에도 수천 번씩 달라지는 빛깔을 보고 있으면 행복하지 않겠는가?

도중에 간이화장실도 보이고, 남원천을 중간에 두고 다리도 2~3개 있다. 과수원 사이사이에 농가주택도 있고, 멀리 산기슭에는 인삼 밭과 농원, 식당, 별장, 체험장 등의 용도로 지어진 집들도 간간히 보인다.

역
▲ 희방사역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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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정도 평지를 걷는다는 기분으로 길을 걷다보면, 희방사역에 닿는다. 희방사 역전 마을인 수철리는 요즘은 쇠락한 농촌마을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옛날에는 희방사에 오르는 길목으로 100년 전만해도 상당히 번창했던 곳이다.

죽령과 소백산, 희방사를 오르내리는 사람들로 늘 북적였고, 물산도 넘쳐났다. 하지만 지금은 농사를 짓는 농가가 대부분이고, 민박과 식당을 하는 집이 4~5집 있고, 나머지는 '소백산 희방 전통된장'과 농가주택을 개량한 별장 등으로 구성된 농촌마을이다. 

옛길
▲ 희방사 옛길과 죽령 옛길 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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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방사 역전을 기준으로 정면으로 난 길이 새롭게 조성된 '희방사 옛길'이다. 도로가 생기고는 그 쓰임이 거의 없던 길을 새롭게 등산로 및 생태로로 복원한 것은 한국철도공사가 기존의 자동차 혹은 버스 중심의 소백산, 희방사 여행코스를 철도와 연계한 등산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 때문인지, 기차를 타고 희방사역에서 하차하여 희방사와 소백산을 등반하는 여행상품이 여러 개 출시되었고, 단독으로 소백산에 오는 경우에도 희방사역에서 하차한 후 열차표를 희방사 매표소에 제시하면 입장료를 50% 할인해 주는 혜택을 희방사와 합의하여 실시하고 있다.

또한 희방사역을 지나는 중앙선 열차 가운데 20명 이상 단체로 등산손님이 내릴 경우 임시 정차를 해주고 있다. 물론 하루 2번씩 상하행 열차가 정기정차를 하고 있어, 방문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희방사역에 서서 잠시 전망을 보고 있다가, 본격적인 희방사 옛길이 시작되는 길목에 있는 '소백산 희방 전통된장'공장을 둘러보았다. 냇물을 끼고 우측에 위치한 공장은 400~500평 정도의 대지에 집과 공장이 한 채씩 있고, 된장독은 300개쯤 되어 보였다. 맛있는 토종 된장이 잘 익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된장
▲ 된장공장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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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의 맑은 공기와 깨끗한 청정수를 이용한 '소백산 희방 전통된장'에서는 국산 콩과 고추를 이용하여 우리식 전통된장과 함께 찹쌀고추장, 청국장, 간장 등을 만들고 있다. 지난 2006년에는 경북도에서 우수 농특산물 명품 브랜드 인증서와 인증패를 받았다.

된장
▲ 된장공장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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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공장을 지나면 별장용으로 지어진 듯한 예쁜 집들이 3~4채 보인다. 시냇가에 지어진 집이라 장마철에는 큰 물소리가 귀에 거슬리기도 하겠지만, 산세가 빼어나고 공기와 물이 좋아 휴양지로 제격일 것 같다.

별장
▲ 희방사 역전의 별장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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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조성된 길이라 아직 크게 정비가 되지 않아서 인지, 희방사 옛길은 나름 옛정취가 있다. 안내표지판 2~3개를 제외하곤 아무런 인공물이 없을 정도로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다듬어지지 않았기에 그냥 고향의 앞마당이나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 든다. 길옆에 과수원들이 있고, 물길을 따라 2~3번씩 개천을 넘기도 한다.

전혀 손이 가지 않은 산길이 도리어 좋다. 물 옆에 있는 바위 위에 앉아 쉴 수도 있고, 물소리를 들으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느낌이 좋다. 간간히 양봉을 하는 농가가 있는지 벌통이 보이기도 하고, 비석 없는 무덤들도 여러 개 있다. 30분 정도 걸으면 복원된 길은 끝나지만, 사랑하는 여인과 찰나의 만남이 도리어 오랜 기쁨으로 남는 것처럼 행복하다.

벌통
▲ 희방사 옛길에서 벌통을 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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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희방 제3주차장과 국도 5호선이 만나는 희방사 집단시설지구에 닿는다. 도로 옆 매점에서 커피와 어묵을 시켜 먹고 마시고 나서 다시 길을 나선다.

지금부터는 15분 정도는 짧은 아스팔트 길이다. 희방 제2주차장과 소백산 국립공원 사무소가 있는 곳까지는 20~30년 전에 현대식으로 개발이 되어 도로 포장까지 마쳤다. 물론 희방사 매표소가 있는 절 입구까지는 우회도로를 만들어 포장이 완료된 상태지만, 소백산 국립공원 사무소 옆으로 희방 계곡 자연관찰로가 바로 연결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걸음을 연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백산
▲ 소백산 관리 사무소 소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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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부터 오랫동안 도로가 있던 곳이고, 탐방객이 너무 많은 곳이라 그런지 곳곳에 화장실이며, 식수대, 야영장, 나무 계단, 철다리, 안내 표시판 등등이 너무 잘되어 있다. 물론 오르내리는 사람도 많다. 복원된 희방사 옛길을 걸으면서는 길손을 한명도 만나지 못했는데, 이곳에서는 사람이 치이도록 많고, 잘 다듬어진 길이라 도리어 어색하기만 하다.

희방
▲ 희방계곡 자연관찰로 희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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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분 정도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희방사 매표소가 나온다.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면 길 양쪽에 숲이 좋다. 여름이면 피서지로 인기가 높은 이유를 금방 알 것 같다. 골을 따라 바람이 불어오면 차라리 춥기까지 하다. 눈 내리는 날에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경사가 심한 계곡을 따라 오르다 보면 물 떨어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영남 제일의 희방 폭포이다. 28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막힌 가슴을 뻥 뚫는 느낌이다. 전후좌우의 풍경이 너무 좋아 잠시 자리를 잡고 쉰다.

폭포
▲ 희방 폭포 폭포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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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물소리와 경치에 반해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시 한편을 써야겠다는 충동도 느낀다. 사진을 3~4장 찍으면서 시원한 바람과 물소리로 땀을 식힌 후, 철 계단을 오르면 희방사가 보인다.

희방사
▲ 희방사 본당의 풍경과 추녀 희방사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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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 위, 계곡 사이에 자그만한 암자로 출발을 했을 것 같은 희방사(喜方寺)는 이름 그대로 '기쁨을 주는 절'이다. 소백산 연화봉을 오르는 길에 잠시 쉬어갈 안식처로, 산행 길 안전과 가족의 평안을 부처님께 빌어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위안이 된다.

최근에 절을 대대적으로 수리를 하여 과거의 맛을 일부 잃기는 했지만, 대웅전 좌우측의 탑과 요사채, 삼성각, 풍경 소리 등에는 옛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다. 희방사는 작은 절이지만, 850m 고지에 있는 1500년 된 고찰이고, 절 아래 폭포가 장대하며, 산과 숲, 계곡이 좋아 1년 열두 달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도
▲ 영주시관광지도 지도
ⓒ 영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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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가 아니더라도 소백산을 오가는 길이면, 마음을 더 크게 열고 희방사에 꼭 들러 부처님께 큰절을 한번하고 길을 나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길 안내: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30분마다 한 대씩 다니는 시외버스를 타고 영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2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다시 30~40분마다 한 대씩 있는 시내버스를 타고 30분이면 풍기읍 창락리에 도착한다. 오전 10시 전에 희방사로 향하여 출발하면 오후 1시경에 희방사에 도착하는 것이 가능하다.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치고 올랐던 길을 되돌아가면 오후 5시면 창락리에 닿는다. 창락리 풍기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영주로 가면 오후 7시 경에 서울로 돌아가는 시외버스를 탈 수 있다.



기차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청량리에서 아침 6시에 출발하는 기차가 희방사역에 오전 9시 10분에 도착하고, 서울로 돌아가는 편은 서두르면 오후 4시 열차를 탈 수 있고, 시간 여유가 있다면 오후 6시편을 이용하면 된다. 하루 밤 영주나 풍기에서 숙박을 하는 경우라면 다음 날 여유를 가지고 소수서원, 선비촌, 부석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태그:#희방사 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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