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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환자 진료.
 한의사의 환자 진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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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이 나이 드신 어른께 반말하는 걸 듣고 있자면 뭐라 그럴 수도 없고,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더군다나 아픈 사람 병 고쳐주는 의사니 뭐라 하겠습니까. 그럴 땐, 얼굴을 빤히 쳐다볼 수밖에요.

지난 2월, 아내가 맹장 수술로 모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당시, 회진 중이던 젊은 과장이 팔순 할머니와 나눴던 대화 한 대목입니다.

"할머니, 아직 아파? 괜찮을 텐데…."
"아이, 아프다니까. 안 아프믄 뭘라고 아직 여그 있것써, 안 그래? 글지 말고 주사나 한 방 팍 놔죠."
"그라믄 한 방 놔 줄 텡께, 맞아보고 아픈지 안 아픈지 보더라고."

이야기를 듣던 중, 젊은 의사를 한참 빤히 바라봤지요. 그랬더니, 그가 웃으며 마주보더군요.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웃는 얼굴을 피해 고개를 돌리고 말았지요.

환자에게 하는 의사의 반말은 친근감이자, 습관

지난 7일, 의사 지인 두 사람을 한꺼번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침 '너 잘 만났다' 싶었지요. 친하게 지내는 터라 그들에게 궁금증을 풀어냈습니다.

- 의사들은 왜 나이 먹은 환자에게 반말하죠? 그럴만한 무슨 이유라도 있나요?
한의사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그냥 친근감이고 편하니까 글지. 전적으로 반말하는 게 아니라 말을 올렸다 내렸다 섞어요. 반말은 습관이죠, 습관."
치과의사 "허허~. 난 반말 안하고, 꼬박꼬박 존대 말 쓰는데…. 요즘에도 반말하는 의사가 있어? 허, 고거 재밌구만."

- 환자를 보자마자 반말하나요?
한의사 "안 그래요. 반말하기까지 1년 정도 시간이 걸려요. 반말을 무작정하면 되나요. 어느 정도 친해져야 하지. 친해지면 환자들도 보자마자 '어이 나왔어' 그래요."

반말하는 연령층은 70대…반말은 개인 성향 탓

- 젊은 사람들한테도 반말 하나요?
한의사 "젊은 사람들한테는 말 못 놔요. 우리가 오히려 젊은 환자들 눈치를 봐요."
치과의사 "우리는 꼬박꼬박 존대 말을 쓰는데, 20대 환자들은 오히려 우리에게 반말 비슷하게 해. 우리도 집에서야 부모들과 거의 반말 비슷하게 하지만 밖에 나와서는 안 그러잖아. 가정교육이 그래서 그런 것 같은데…."

- 의사가 반말하는 환자 연령층이 따로 있는 거네요?
한의사 "대개 70 넘은 환자한테 반말하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걸 더 편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반말도 '어무니, 여기 아파?', '아부지, 이제 괜찮아' 이런 식이에요."
치과의사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은 반말하면 예민하게 받아들이니까 못하는 거지. 젊은 사람들은 무서워."

- 대개 외과 의사들이 반말을 많이 한다던데, 대학에서 그것을 따로 배우나요?
한의사 "그런 거 가르치진 않아요."
치과의사 "옛날에는 선배들이 그런 것 가르치기도 했어. 다 전설이지. 요즘은 없어졌어. 개인 성향 탓이라고 봐야지."

예상대로 반말은 친근함의 표시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젊은 환자들에게 의사들이 반말도 듣는다 하니, 우습네요. 이걸,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라 해야 하나요?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 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의사, #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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