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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 면회온 아내는 남편에게 줄 책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 남편에게 책을 구치소에 면회온 아내는 남편에게 줄 책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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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기씨 내일 아침 영도씨 면회가는데 같이 갈래요?"

영도형 아내인 명숙 누님께서 문자를 보냈습니다. 불구속 된 줄 알고 있었는데 구속되어 있다니 이건 또 무슨 이유일까요?

지난 토요일 아침 공업탑에서 명숙 누님을 만나 면회를 가보았습니다. 명숙 누님이 운전을 하고 뒷 자리엔 명숙 누님 어머니와 언니가 타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 성내서 해안도로로 미포조선 가는 길에 있는 중공업 소각장인 100미터 높이 굴뚝에 올라갔을 때 무척이나 사위 걱정을 하셨다는 영도형 장모님이었습니다.

그렇게 넷이 명숙 누님 차를 타고 울산 외곽에 있는 구치소로 향했습니다. 얼마 안가 구치소에 도착했는데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한산한 분위기였습니다. 오래 전 영도형이 감옥 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는 절차를 밟고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면회 요청서에 기재를 해서 담당 경찰관에게 주니, 얼마 후 간판에 번호가 뜨더군요. 번호가 뜨고 안쪽 대기실로 들어가 잠시 기다리면 "누구 면회"하고 방송으로 말합니다. 그후 칸막이 방으로 들어가 있으니 영도형이 나왔습니다.

저는 그냥 지켜만 보았습니다. 별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먼저 장모님과 사위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장모님은 그냥 건강한지 물어 보았습니다. 정해진 시간 10분이었습니다. 빨간 숫자로 10분에서 9분으로 넘어 갔습니다. 예전과는 사뭇 다른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엔 구멍 뚤린 유리로 대화가 가능했는데 요즘은 유리가 완전히 막혀 있고 마이크로 서로 이야기하면 스피커로 음성이 흘러 나왔습니다. 처음엔 참 세상 좋아졌구나 생각했습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에서 3개월째 월급을 차단해서 아들 교복도 못사 줬어요."

명숙 누님은 감옥 안에 있는 남편에게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감옥에 있어 어찌 할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그저 옆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영도형은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고 상근자로 노조활동을 해왔습니다. 임기가 끝나도 본인이 사표를 내지 않는 한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월급을 당연히 주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명숙 누님께 궁금해서 자세한 사연을 나중에 물어 보았지만 대답해 주지 않았습니다. 내부문제라면서...

영도형은 건강해 보였습니다. 지난 헤 12월 24일 아침 6시 30분경 100미터 굴뚝에 올라간후 1개월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 추움을 견뎠습니다. 몸조리 했는지 많이 좋아 보였지만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다시 감옥에 갇혀 버렸으니까요.
▲ 감옥 안에 갇혀 있는 영도형 영도형은 건강해 보였습니다. 지난 헤 12월 24일 아침 6시 30분경 100미터 굴뚝에 올라간후 1개월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그 추움을 견뎠습니다. 몸조리 했는지 많이 좋아 보였지만 안타까운 현실이었습니다. 다시 감옥에 갇혀 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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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형 가슴 왼편엔 '각 35' 이라 쓰여 있고 오른쪽 가슴엔 '2사 13'이라 쓰여 있었습니다.

10분은 금방 가버렸습니다. 10분이 다 되니 음악이 들리면서 안과 밖의 소리가 자동 차단되어 버렸습니다.

"요즘 감옥 참 냉정하죠?"

명숙 누님이 말했습니다. 그랬습니다. 예전엔 시간 지나도 몇 분은 더 이야기하도록 배려해주더니만 요즘은 어림 없습니다. 나는 아쉬움을 편지 한 장으로 메웠습니다. 그리고 영도형에게 보냈습니다. 면회 끝나고 우린 구치소를 빠져 나와 각자 집으로 갔습니다.

나는 영도형이 왜 감옥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말 100미터 굴뚝에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다 현대미포조선 원청에서 원인을 제공한 것입니다. 대법에서조차 불법파견 판결을 하였고 당장 복직시키라는 법정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미포조선 사측은 나몰라라 하고 있었지 않았습니까.

현대미포조선 사내 하청 용인기업 노동자들은 그 문제로 지난 5년이 넘게 극심한 생활고통을 참아가며 투쟁을 해온 것입니다. 사측이 해도 너무하니 100미터 굴뚝에 올라갈 수밖에 더 있었을까요. 그제서야 미포조선 사측은 노동자의 요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받아들였으면 끝난 거지 영도 형은 왜 잡아가두냐구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그나저나 3개월째 민주노총 울산본부로부터 월급이 차단되어 생계곤란을 겪고 있으니 감옥 안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지도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규약까지 바뀌는 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밀린 임금 지불하여 주는 게 마땅한 처사 같습니다. 영도형이 뭐 나쁜 짓 한 것도 아니고 현대미포조선 비정규직 노동자의 못찾을 뻔한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맡은 바 책임을 다하다 그리 된 거잖아요. 민주노총 울산본부 지도부의 배려를 기대해 봅니다.

구치소에 비치되어 있는 편지지에 몇자 적어 영도형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 영도형에게 구치소에 비치되어 있는 편지지에 몇자 적어 영도형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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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감옥, #영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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