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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방송법 등 미디어 관련법을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100일간 논의한 뒤 표결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다. 당내 비주류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번 합의를 둘러싸고 민주당내에서 적지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 대표는 2일 오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합의를 마친 뒤  "당 내부와 시민단체의 비판이 적지 않을 것 같다"는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 현실정치는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하는 곳이 아니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번 2차 입법전쟁의 성적표는 몇점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낙제점이지, 뭐"라고 농담을 섞어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한 측근은 "대표가 겸손하게 말하신 것인데, (한나라당에) 만방으로 이기다가 계가바둑으로 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어제(1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세 차례 직접 만나 협의를 하는 등 이번 회담을 직접 이끌었다. 민주당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자신의 중재안을 한나라당이 거부했는데도 오히려 한나라당편에 서서 직권상정을 압박하는 '반칙'을 저질렀다고 비판하고 있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정세균 대표 "과유불급이다"

 

- 어제까지는 민주당이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만 못하다는 뜻)이다.

 

-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신문법, 방송법 등 핵심쟁점을 4개월간 논의한 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자는 중재안에서 후퇴한 것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나.

"(의장으로서는) 부끄럽겠지."

 

- 당 내부와 시민단체의 비판이 적지 않을 것 같은데.

"현실정치의 영원한 숙제라고 본다. 현실정치는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하는 곳이 아니니까. 경우에 따라 비판받을 수 있는데, 비판받아도 타협하는 게 현실정치의 한계 아닌가."

 

- 미디어 관련법이 100일 이후에 또 진통을 겪기보다는 그냥 표결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은데.

"사회적 논의기구가 최소한의 역할을 하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오늘 합의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최악의 입법을 막아야 하고, 국민여론은 존중해야 하고, 나라의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해야 했다. 환율이 1590원까지 간 상황 아닌가."

 

- 한나라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분별없는 사람들이다. 오늘 환율이 얼마인가. 우리가 방향을 틀었으니까 그렇지, 아수라장이 됐다면 어떻게 됐겠느냐. 한나라당은 국회의장 말도 안 듣고, 정말 '막가파'다. 그런 정당이 170석 넘는 의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불행이다."

 

정 대표는 이번 합의에 나서기 전에  대체적으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상태였다.

 

호남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같은 합의를 한 배경에 대해 "지난 연말부터 계속 싸워왔는데 우리 당의 지지도는 10%대 중반에서 그대로였다는 점에 의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오늘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면 우리는 장외로 나가고, 극한대치 상황이 될텐데 그 다음에 다시 국회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 버는 게 중요"... "처리시한 정해졌는데 논의 제대로 하겠나"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로서는 시간을 버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달과 다음 달은 또 다르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누가 장담하겠느냐"고 강조했다. 힘이 달리는 민주당으로서는 4월 재보선 등을 통한 정국반전을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 비판 목소리는 적지 않은 상황이다. 당내 비주류세력 연합체인 민주연대의 이종걸 공동대표는 "당이 몰락하는 계기가 될 것 같은 우려가 든다"면서 "한식(1차 입법전쟁)에 죽나, 청명(2차 입법전쟁)에 죽나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명을 내고 농성에 들어가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관련법 반대에 앞장서 온 최문순 의원도 "대단히 어려워졌다"면서 "방송법의 표결처리 시한이 정해졌는데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논의를 제대로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결국 지도부가 국회의장한테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세계 어느 여당이 국회를 점거하느냐, 국제적인 망신거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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