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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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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억울하게도(?) 100% 오리지널 실화랍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사기 9단(?) 박하(제 남편)님께 이젠 무를 수도 없는 억울한 사기(?)를 당한 얘기예요. 마침 오는 3월 26일이 박하님과 사기(?)결혼을 올린지 5주년 기념일인데요. 이 남자의 사기행각(?)을 낱낱이 신고합니다.

"자긴 많이 작아! 자긴 벌써 없어!"

박하님과는 그냥 '아는 사이'에서 '친구 사이'가 되고, 그러다 우연히 애정의 감정이 싹트고, 서로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나봐~"라고 느끼기 시작해 '연인 사이'가 되었답니다. 첫눈에 반하는 그런 드라마 같은 일은 없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박하님이 청혼 비슷한 걸 하더군요.

박하: "결, 결혼해 줄래?"
호박: "……."
박하: "응? 같, 같이 살자구!"
호박: "싫…어!"
박하: "왜?"
호박: "자긴 참 착해! 자긴 많이 작아! 자긴 벌써 없어!"
박하: "응? 그, 그게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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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남자 타입 세 가지를 박하님은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던 거죠. 전 착한 남자를 싫어했습니다. 남자가 착하면 상대방인 여자는 악녀 역할을 맡아야 하거든요. 또 키 작은 남자는 싫었어요. 기왕이면 키 큰 남자였으면 싶은 거죠. 외모야 바꿀 수도(?) 있다지만, 키는 바꿀 수도 없잖아요. 마지막으로, 내 남자가 대머리라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어요(노처녀 주제에 따지는 것도 많았음! ㅋㅋ).

그러자 자기 가문에 대머리인 사람은 절대 없다고 호언장담을 하더군요(이걸 믿을 수도 없고, 안 믿을 수도 없고). 그렇게 자기만 믿으라고, 큰소리를 땅땅 치더군요.

호박: "정말 친가, 외가에 아무도 안 계셔?"
박하: "음…. 우리 동네 그러니까 어머님의 아주 먼~ 친척분의 사돈 되시는 분이 대머리라고는 하더라구! 우리 집안엔 없으니 절대 의심하지 마! 하하하~."

이렇게 절 안심시키고는 사람이 어떻게 100% 다 만족하고 사느냐면서, 3개 중에 한 가지만 포기해 달라고 하더군요. 바로 작은 키였죠~. 키는 자기가 나이 서른 넘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요. 그래서 작은 키는 포기하고(?) 집안에 대머리가 없다는 사실과 자기가 착해빠진 남자는 아니란 걸 증명해 보이라고 했죠.

큰형님, 작은 형님 '반짝반짝'... 아버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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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박하님을 믿고, 박하님의 식구들을 만났습니다. 박하님은 3남 3녀 중에 막내인데요. 여행을 하던 중에 지방에 계신 큰형님을 뵐 기회가 있었죠. 광주 식영정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하기로 하고, 식영정에서 시원한 경치를 구경한 후 큰 형님을 뵈었는데, 이럴수가, 럴수럴수이럴수가!

큰형님 되시는 분의 앞머리가, 앞머리가 거의 없으셔서 반짝반짝 빛을 내고 계시는 거예요. 큰형님은 제가 마음에 드셨는지 연신 온화한 말투와 인자한 성품으로 대해주셨고, 저는 그저 속으로만 박하님을 째려볼 수밖에 없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 어쩜 그럴 수가 있냐고 따지니, 정말 자기는 몰랐다며 "몇 년 만에 뵙는 건데 형님이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하셨나 보다"라며 오히려 형님 걱정을 하더군요. 의심의 눈초리를 키우고 있던 때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형님도 뵐 기회가 왔습니다.

큰형님이야 나이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으니 그럴 수 있다고 작은 형님은 젊으시니까 안 그러시겠지…. 스스로 위안을 삼으면서 작은형님도 뵈었습니다. 그러나, 괄괄한 성격과 다부진 체격의 그분 역시 훤~한 이마를 드러내고 계셨습니다. "박하 이노무자슥!!" 그렇게 자기만 믿으라고, 큰소리를 땅땅 치더니만. 결국 사기를 쳤던 겁니다. 사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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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둘째 누님이 시원하게 결론을 내려주시더군요.

"미친 놈! 아버지도 대머리였는데…."

미친 놈! 미친 놈! 미친 놈! 미친 놈! 미친 놈! 미친 놈! 미친 놈! 미친 놈! 미친 놈! 미친 놈!

머리 좀 휑해도 괜찮아,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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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너무 어이가 없었죠. 그런데 박하님의 마지막 변명이 더 가관이었습니다.

박하: "이것 봐! 나 진짜 못됐지? 하나도 안 착해~ 안 착해~."

당시엔 패줄 수도 없고,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나와 결혼하고 싶었다는 박하님의 진심에 지금까지 작은 위기 하나 없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답니다. 머리카락 숱 많다고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아무튼 그때부터 지금까지 호박은 박하님의 휑해지는 머리카락을 조금이라도 더 풍성해 보이게 하기 위해 샴푸, 미용실, 헤어스타일 등 머리카락에 관한 모든 것을 도맡아 지시하고 가꾸어주고, 눈에 콩깍지가 끼인 채 그러고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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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박툰, #남편의 거짓말, #사기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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