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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스페이스 공감'의 '2008 헬로루키 of the year' 공연 장면.
 'EBS 스페이스 공감'의 '2008 헬로루키 of the year' 공연 장면.
ⓒ EBS 스페이스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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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5와 1200, 500 그리고 뮤지션 제일주의.

2004년부터 쉴 새 없이 달려온 EBS <스페이스 공감>(이하 공감, 매주 월·화 새벽 0시 5분)을 표현해주는 숫자와 단어다. <공감>을 눈여겨봐 왔던 사람들이라면 뭘 뜻하는지 금방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공감>은 지난 '5'년 동안 '1200'번이 넘는 공연을 진행해 왔고 3월 2일 방송 '500'회를 맞았다. 맨 끝에 있는 '뮤지션 제일주의'는 <공감> 제작진들이 5년 동안 지켜오고, 지키려고 노력한 프로그램 제작 제1원칙이다.

"뮤지션 선정 원칙? 라이브 잘하면 된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도곡동 EBS에서 만난 백경석(41), 고현미(30) 피디(PD)는 무엇보다 '뮤지션들'이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현미 피디는 "뮤지션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만들어주려고 한다"며 "공연 외 다른 것에는 신경 안 쓰도록 하기 때문에 뮤지션들도 최상의 공연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뮤지션에 대한 이들의 이런 배려는 방송 촬영 날짜 선정에서도 드러난다. 한 팀이 이틀이나 사흘 동안 공연을 하는데, 거의 대부분 둘째 날 공연을 카메라에 담아 방송한다. 첫날은 조정해야 할 것들이 많고 뮤지션들도 적응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런 원칙을 고수하려면 그만큼 뮤지션 선정이 중요하다. 고현미 피디는 "처음엔 '매일 공연을 하고 라이브를 할 수 있을 만큼 좋은 가수가 많을까', '이 공연을 오래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다"며 "지금은 그런 걱정 안 하지만 그래도 '누가 나오는가'는 항상 고민"이라고.

언뜻 봐선 굉장히 까다롭고 뭔가 복잡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을 것 같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허무하리만큼 간단하고 명료했다.

백경석 피디는 "라이브를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르에 대한 벽을 없애려고 노력해왔고, 대중음악이라면 어떤 것이든 수용할 수 있다"면서 "간단한 원칙이지만 어렵다, 좋은 음악은 책을 봐서도 법전을 봐서도 알 수 없으니까"라고 답했다.

다양성 인정되는 '공영방송'이 <공감> 존재 이유

<EBS 스페이스 공감> 고현미(30)·백경석(41) 피디.
 <EBS 스페이스 공감> 고현미(30)·백경석(41) 피디.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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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감>은 음악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뮤지션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정 기준에 대해 백 피디는 "우리가 하는 일 중 가장 큰 일은 새로운 음악을 접하는 것"이라며 "라이브와 주변의 평을 듣는 과정에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뮤지션 선정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존재한다. 점점 '비주얼'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취향'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 이런 것들이 제작진이 고수하는 '음악적 다양성'과 충돌하기도 하지만, <공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길 원하는 게 미디어의 목적이지만 그런 음악을 소개하는 프로는 많다. 공영방송에선 다양성이 우선돼야 한다. 우리 성격을 유지하면서 '이것이 옳다'고 설득해 많이 보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돈이나 대중적 성공 없이도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뮤지션들과 EBS라는 공영성을 가진 매체가 만나 <공감>이 만들어진 것 같다." - 백경석 피디

그렇다면 음악적 다양성으로 어떻게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고현미 피디는 "평소에 접하지 않았던 음악이라도 와서 보면 공감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공연장의 느낌을 잘 전달하려고 한다. '와서 보면 누구나 좋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공연장의 '공감'을 전하는 데는 공연장 크기도 한몫한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도 150석을 유지하고 있는 이 소공연장에선 뮤지션과 대중간의 거리가 가까워 뮤지션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 이는 <공감>의 특징이자 자랑거리다. 관객석이 적은 만큼 초대할 수 있는 인원도 적다. 신청자들 사이에선 '공감고시'라고 불리기도 한다고.

"무대가 작으니까 악기도 많이 못 놓고 카메라로 예쁘게도 못 찍지만 장점도 있다. 재편곡을 할 수 있다. 무대에 맞게 새로운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 와서 보면 가까워서 정말 좋다. 작은 공연에 맞게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맞춰서 하고 있다." - 고현미 피디

뮤지션 '비주얼'보다 '좋은 음악'인지가 중요

공연장으로 향하는 복도에선 그동안 공연했던 가수들의 명단과 사인이 적힌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복도에선 그동안 공연했던 가수들의 명단과 사인이 적힌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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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공감>은 방송용이 아니었다. EBS '열린 문화 공간' 프로젝트로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시청자들이 방송국을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회를 거듭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굳혀나갔다. 취지는 그랬지만 <공감>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EBS의 간판 프로그램이자, <공감>을 빼놓고는 지상파 음악프로그램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그럼 <윤도현의 러브레터>, <이하나의 페퍼민트>, <음악여행 라라라> 등 다른 방송 음악프로그램과 <공감>의 차이점은 뭘까.

백경석 피디는 "최근에는 달라진 것 같지만, 3사 프로그램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나와서 무대를 꾸미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런데 우리는 좋은 라이브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중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 피디는 "퓨전 재즈, 국악 등 좋은 라이브라고 하면 누구든 소개한다"며 "대중성이 고려되기도 하지만 음악이나 음원을 듣고 어떤가를 가리는 게 중심"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감>은 타 방송 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있는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을 제작해 대중에게 참신한 공연을 선사하기도 했다. 특히 3년 정도 진행된 '언플러그드 공연'은 이들이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기획이다.

피디들 스스로 "우리나라에서 언플러그드 공연을 할 수 있는 뮤지션들은 거의 다 했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 이외에도 자신의 인생과 연주를 버무려 진행하는 '음악의 비밀'과 '재즈, 클래식을 품다', '뮤지컬 콘서트', '거장이라 부르는 이유', '아카펠라 페스티벌'도 피디들이 손꼽는 기획 프로그램들이다.

<공감> '헬로루키' 통해 알려진 '장기하와 얼굴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장기하와 얼굴들'도 <공감>이 진행한 '헬로루키' 프로젝트를 통해서 발굴된 팀이다. 2년 전 <공감>은 '음악의 다양성 추구'에서 한 발 나아간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바로 신인 발굴 프로젝트인 '헬로루키'. 매달 오디션을 통해 신인 뮤지션들을 선정하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공연을 열고, 방송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렸다.

<공감>을 맡은 지 2년이 됐다는 고현미 피디는 '가장 보람 있는 일'로 헬로루키를 꼽았다. 그는 "재작년부터 헬로루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며 "처음엔 동영상을 받아서 10팀을 뽑고 실연하는 것을 보고 또 3팀을 가려내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프로젝트가 단번에 신인 등용문으로 부상해서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인 '헬로루키'의 온라인 광고.
 'EBS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인 '헬로루키'의 온라인 광고.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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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루키가 대중의 관심을 받으면서 이에 참여하는 신인 뮤지션들 간 경쟁률도 15대 1로 치열해졌다. 프로젝트 진행 초기, 백경석 피디는 뮤지션들 간 경쟁 때문에 헬로루키의 의미가 변질될까 우려했지만, 다행히도 오디션이 '비공개'에서 '공개'로 전환되면서 기획의도는 유지되고 있다.

"앨범을 많이 내고 공연을 많이 한 팀이 아니더라도 공연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지난해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함께 하면서 비공개 오디션을 공개 공연으로 전환한 게 효과가 컸다. 심사위원들이 공연장 뒤에 있다 보니 공연에 대한 집중도 잘 되고, 뮤지션들이 관객과 소통하는 과정도 함께 볼 수 있었다." - 백경석 피디

이렇듯 '헬로루키'가 신인뮤지션 발굴에 큰 기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있는 듯했다. 백경석 피디는 신인 뮤지션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좋은 뮤지션을 많이 발굴하고 싶어서 헬로루키를 시작한 것인데, 좋은 팀이 많이 지원해도 한 달에 3팀만 뽑아야 하는 등 제약이 있다. 그래도 올해도 많은 신인뮤지션들이 참가했으면 한다." - 백경석 피디

"서태지를 우리 식으로 소개해보고 싶다"

그렇다면 500회를 맞은 피디의 소감은 어떠할까. 백경석 피디는 그날그날 방송을 준비해야 하는 피디로서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500회라고 감회가 새롭지는 않다. 사다리를 하나씩 올라가다 아래를 보니까 뛰어내릴 수 없게 됐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정도다. 500회를 돌아보기보다는, 1000회는 어떻게 해야 하나란 생각이 든다. 갈 수 있을까.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도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가장 큰 바람은 가능한 많은 기획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하기 힘든, 하지만 의미 있는 공연을 만들고 그것을 이슈화하고 싶다." - 백경석 피디

방송 500회를 맞은 <공감>엔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뮤지션들이 출연했다. 왠지 '섭외 1순위'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찰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서태지"라는 답이 나왔다.

고현미 피디는 "<공감>에 못 초대한 뮤지션이 누굴까, 생각해보면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서태지를 우리 식으로 소개하고 싶다"며 "<공감>이 뮤지션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고, 그 가치를 알아주고 나와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경석 피디도 "서태지는 음악적으로 탁월하고 상징성이 있다"며 "(서태지는) 음악 만드는 사람이 자율적으로 음악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테마형 공연, 디제이 페스티벌 등 여러 가지 계획을 나열하는 백경석 피디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의 1000회 돌파를 눈앞에서 보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공감>이 한국 대중문화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물었다. 거창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백경석 피디는 "1200번 공연, 500회 공연, 3만 시간"이라고 답했다. 몇 단어에 불과하지만, 그에 비해 <공감>에서 보낸 시간이 뮤지션, 대중, 그리고 피디에게 다방면으로 영향을 끼쳤으리란 점은 분명하다.

지난해 12월에 진행된 '2008 헬로루키 of the year' 심사위원이었던 백경석 피디는 당시 관객에게 "스페이스 공감이 있어서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에 스페이스 공감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00회를 넘어 1000회를 바라보는 제작진들과 음악적 소질이 풍부한 뮤지션들, 그리고 대중의 끊임없는 관심이 계속되는 한, <EBS 스페이스 공감>은 계속될 것이다. 앞으로도 한국 음악 프로그램의 모범이 될 <EBS 스페이스 공감>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도 150석을 유지하고 있는 소공연장은 아티스트와 대중간의 거리가 가까워 아티스트의 느낌을 대중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도 150석을 유지하고 있는 소공연장은 아티스트와 대중간의 거리가 가까워 아티스트의 느낌을 대중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
ⓒ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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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EBS, #EBS 스페이스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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