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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7일 용산 철거민 참가 집회 도중 종로 퇴계로 앞에서 필자는 박정훈 기자(대학생사람연대 대표)와 경찰서에 연행이 되었었다. 필자는 부산 촌놈이라 그 때 보았던 서울 집회의 모습은 충격이었다. 사회적 약자의 주장을 정당한 방법으로 거리에서 외치겠다는데 그것조차 불법으로 간주하며 집회를 원천 봉쇄 하였다. 그리고 집회 참가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평화 행진을 진행하려고 했지만 경찰들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게 막았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박정훈 기자의 '죄 없는 대학생들 붙잡아서 '배후' 대라고?' 참고 하십시오)

 

서울 집회를 갔다 와서 충격을 받은 필자는 부산 집회는 집회 축에도 못 끼는 문화 행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에서는 도로를 막지 않는 한 전 지역에서 집회를 할 수 있고, 경찰이 에스코트를 해주면서 행진을 하고, 경찰의 진압도 흔치 않는 일이다.

 

부산 집회도 불법이었다

 

25일 필자와 대학생사람연대 회원들은 서면 쥬디스태화 앞에서 열렸던 이명박 1주년을 맞이한 집회를 참가하기 위해 유인물을 제작했었다. 유인물의 내용은 '2MB 악법'이 통과되면 벌어 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MB 악법'을 막아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인물을 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시민들에게 한 장씩 돌리며 'MB 악법'의 문제점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그런데 필자와 대학생사람연대 회원이 유인물을 돌리고 있던 거리에 표지판 하나가 있었다. 처음에는 교통정리를 하기 위해서 급하게 설치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안내문>

"문화제관련 판결사항(부산지법 2008. 5. 6 선고)-집회의 명칭이 촛불문화제로 되어 있더라도, 현수막을 걸고, 유인물을 배포하며 집회사회자의 선동 발언에 따라 집회참가자들이 구호를 제창하고 깃발을 흔든 행위는 순수한 목적의 문화제로 볼 수 없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적용이 배제되지 않는다."

"문화제 대상(집시법 제 15조)-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 제외: 노동기본권쟁취, 사회양극화해소, 한미FTA저지 현수막 피켓 등 게시행사는 문화제 제외에 해당함"

"구호제창, 도로행진 등 집시법위반 행위는 위법 조치함을 알려드립니다."

 

안내문에 따르면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는 필자와 대학생사람연대 회원 그리고 집회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법을 어긴 범죄자인 것이다. 필자는 어이가 없어 폰 카메라로 안내문을 여러 번 찍었다. 필자뿐만 아니라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도 안내문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둥 쓴 웃음을 짓기도 하고,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어라 불법이라도 서울이랑 분위기가 다른데?"

 

부산 집회도 불법으로 간주 되어 무장한 전투경찰들이 서면 주위를 가득 메웠다.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위화감을 줄 정도로 전투경찰이 많이 배치되어있었다.

 

얼마 전 경찰서에 연행 되었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오늘 부산에서도 큰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되었다. 경찰들은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거나 다른 액션을 취하면 언제라도 진압할 태세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필자가 걱정했던 일은 집회 진행 내내 벌어지지 않았다. 평화적인 문화 공연과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고, 이명박 불신임 투표에 대한 결과도 순조롭게 발표되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정규 집회도 마무리가 되었다. 정규집회에는 사람들이 많이 참석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들이 쉽게 건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정규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미리 약속 했던 것처럼 2번을 외치기 시작했다. 2번은 서면 밀리오레였다. 집회 중간 중간에 인터넷 모임들과 학생, 청년 단체를 중심으로 서면 행진을 하기 위해 비밀리에 장소를 공지 했던 것이다. 1번은 서면 롯데백화점, 2번은 서면 밀리오레 앞에서 모이기로 했던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2번을 외치며 밀리오레로 향했고 정규 집회는 순조롭게 마무리가 되었다.

 

질긴 놈이 승리 한다

 

인터넷 모임과 청년 학생 단체 참가자들은 서면 밀리오레에 모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행진을 시작했다. 예상과 달리 전경 버스는 우리 대오를 보고도 그냥 지나갔다. 근처에도 얼쩡거리지 않고 언제 그랬다는 듯이 조용히 가버렸다. 경찰차 한 대가 행진을 하는 대오 옆에 붙어서 도로 교통을 방해 하니깐 빨리 해산하라고 권고 할 뿐이었다. 

 

참가자들은 경찰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서면 밀리오레를 시작으로 서면 쥬디스태화, 서면 1번가 일대를 행진을 계속 하였다. '이명박은 물러가라!' '김석기를 구속하라!' '한나라당 해체하라!' '뉴라이트 해체하라!' 등의 구호도 외쳤다. 행진 대오를 보고 박수를 쳐주시는 시민들도 있고, 같이 구호를 외쳐주시는 시민들도 보였다.

 

행진 끝 무렴에 사복경찰 한 명이 집회 대오 참가자 한 사람의 얼굴을 폰 카메라로 촬영을 하려고 했다. 이에 참가자들과 경찰들 사이에 잠깐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다행히 체증이 되지 않아 조용히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밤 10시 반경 행진을 마치고 쥬디스 태화 앞에서 정리 집회를 했다. 참가자들이 동그랗게 모여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다 같이 구호를 외치며 마쳤다. 서울 집회 처럼 원천 봉쇄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부산 집회 또한 살벌해지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것을 이번 집회를 통해 느꼈다.

 

"질긴 놈이 승리 한다! 빡시게 아자 아자 화이팅!"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http://blog.naver.com/bsmbsh1


태그:#촛불집회, #이명박,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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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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