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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River)

 

호주에는 관광객이 많기 때문인지 조그만 마을에도 예외 없이 관광안내소(Information Centre)가 있다.  관광안내소를 찾아가면 숙소는 물론 간단한 지도와 볼거리에 대한 안내책자를 무료로 얻을 수 있다.

 

그라프톤(Grafton) 관광 안내소를 찾았다. 안내소에는 이곳에서 가까운 지브랄타국립공원(Gibraltar Range National Park)을 소개하는 책자가 많다. 지브랄타국립공원에 들려볼 생각으로 교통편을 비롯해 국립공원을 소개하는 책자를 챙긴 후 그라프톤 이곳저곳 둘러본다.

 

그라프톤은 시내 한복판을 지나는 큰 강을 중심으로 호주 특유의 아름다운 공원이 잘 정리된 안정감을 주는 도시다. 제법 큰 강이 내려다보이는 공원에 앉아 경치 구경을 하는데 중학생 정도 되었을 동네 아이 두 명이 신기한 눈초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다가오기가 무섭게 어디서 왔느냐, 한국에도 이런 공원이 있느냐, 시드니는 얼마나 크냐는 등 수많은 질문이 쏟아진다.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만 자란 아이들 같아 보였다. 한국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도 없는 눈치며 재팬(Japan)이라는 말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눈치다. 흔한 표현으로 전형적인 '촌놈'이다. 아마도 우리가 조금은 희귀한 인종(?)으로 보였나 보다. 예전에 오지 해변에서 우리에게 왜 정글에 있지 않고 이곳에서 사느냐고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하던 서너 살된 여자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동자 생각이 난다. 아직도 시골에 가면 동양인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 꽤 많다.

 

 

그라프톤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영국풍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안정된 사람들이 보수적인 삶을 사는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교회 건물을 비롯하여 옛 유럽 냄새가 풍기는 건물들도 많다. 또한, 이곳에는 기숙사를 갖춘 사립학교가 있다.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카누를 타고 강을 즐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 위를 질주하는 이름 모를 물새들, 펠리컨이라 불리는 큰 새의 의젓함, 먹을 것을 찾아 사람주위를 맴도는 비둘기와 갈매기떼, 강물에서 수영을 즐기는 아이들, 낚싯대를 담그고 앉아 세월을 낚는지 고기를 낚는지 여유로움을 한껏 자랑하는 노부부. 한 폭의 그림이다.

 

우리도 이른 저녁을 먹고 조금은 싸늘한 저녁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그림 안으로 들어가는 여유를 누려본다.

 

산(Mountain)

 

아침 일찍 지브랄타(Gibralta) 국립공원을 향해 운전대를 잡았다. 약 1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거리다. 지도책을 따라 높은 산을 어지러울 정도로 뱅뱅 돌며 올라가 지브랄타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공원입구에는 입장료를 받는 사람은 없다. 단지 국립공원 안내게시판과 함께 나무로 만든 통이 있다. 나무통 옆에 있는 봉투에 자동차 등록번호를 적어 입장료와 함께 통에 넣으면 된다.

 

안내판을 보니 국립공원에는 산책로가 많이 있다. 짧게는 한 시간부터 길게는 며칠씩 걸리는 산책로도 있다. 우리는 2시간 정도 걸리는 간단한 산책로를 택해 걸었다. 조금 걷다 보니 우리 앞에 중년 부부가 천천히 산책을 하고 있다. 그 중년 부부는 조금 걷다가 한적한 곳을 택해 자리를 잡고는 그림 그리는 도구를 펼친다. 그림을 그리려고 온 사람이다.

 

우리도 쉴 겸해서 나무로 만든 탁자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커다랗고 둥그런 버섯이 있다. 누군가가 탁자 위에 버리고 간 것이다. 이렇게 큰 버섯은 처음 본다. 어떻게 먹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 큰 버섯이다. 몸에 좋다는 버섯 아닌가 하는 생각도 스쳐갔지만 들고 다니기도 어려워 사진 한 장 찍고 산 속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산 속에서 시냇물과 지저귀는 새소리를 친구 삼아 대낮임에도 하늘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 속을 거닐며 삼림욕을 하니 기분이 좋다. 울창한 밀림 한가운데서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소리, 타잔이 매달려 밀림 속을 휘저으며 다녔음 직한 많은 넝쿨,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끝없이 펼쳐진 산과 산이 우리를 압도한다.

 

나의 조그마함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하는 자연이다.

덧붙이는 글 |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아내와 함께 호주를 떠돌아 다녔던 경험담입니다. 현재 시드니 동포 잡지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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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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