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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인천일보>의 사측이 다시 노동조합 조합원 등 14명을 징계하려하자, 노조는 24일 '바른 언론 지키기 및 노조 파괴 규탄대회'를 열고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인천일보 사측은 24일 오후 2시 노조 조합원 등 14명을 업무방해와 사내 음주 등의 이유를 들어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이에 노조는 이날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 전교조 인천지부 등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집회를 갖고, "경영정상화라는 미명아래 노조간부 해고, 노조사무실 폐쇄, 조합원 징계 회부 등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묵과할 수 없다"며 경영진을 규탄했다.

 

조혁신 전국언론노동조합 인천일보지부장은 "경영진이 인천시민의 품에서 인천일보를 뺏으려는 것"이라면서, "바른 언론을 사수하기 위해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고차원 위원장은 집회에서 "언론을 사유화하려는 경영진과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인천일보노조의 고결한 싸움에 함께 하겠다"면서,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인천일보 입사 2년차인 이재필 기자는 "우리는 돈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니고, 부당한 전보와 징계회부, 단체협약 해지 등으로 노조의 바탕이 되는 것들을 무너뜨리려고 하기 때문에 투쟁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올바르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야 기자로서도 당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제15대 노조 출범식이 개최된 9일, 조합원들이 노조사무실을 출입하고 회사 로비에서 음주한 것에 대해 사측은 24일 사회부 기자 A씨 등 14명을 근무지 이탈ㆍ사내 음주ㆍ업무 방해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하지만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대부분의 조합원은 9일 노조 출범식 후 관행적으로 회사 로비에서 진행된 술자리에 참석했으며, 노조 집행부가 노조사무실에 들어간 이유 등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 된 것이라 사측이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탄압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일보지부는 노조 출범식 후 본사 로비에서 관행적으로 뒤풀이를 진행해왔다.

 

노조 제외한 노사협의회 구성.."노조 와해와 임금 반 토막 수순"

 

한편, 인천일보는 이날 '인천일보 제2도약 심호흡'이란 1면 기사를 통해 "인천일보 노사 간 갈등으로 회사 정상화 방안에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조합원 상당수가 조합을 탈퇴해 회사 정상화에 강한 의지를 보임에 따라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23일 노동조합을 대신해 인천일보 구성원을 대표하는 새로운 노사협의체를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노조를 탈퇴한 인천일보 일부 구성원들은 23일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 선출을 위한 투표를 실시, 95명의 전체 직원 중 56명(59%)이 투표에 참석해 김형태 전산부장을 근로자 대표로 선출했다. 또, 대표위원으로 윤관옥 사회부 차장과 서동렬 영업팀장을 각각 선출했다.

 

아울러 이 보도를 통해 인천일보 사측은 선출된 근로자 대표들과 노사갈등의 주원인이 된 체불임금 해소방안 등 회사정상화를 협의해 회생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측이 노조를 배제하고 노사협의회 근로자 대표 측과 함께 경영정상화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노조는 노조 핵심간부들에 대한 해고 등의 징계에 이어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혁신 지부장은 "사측이 휴간하겠다는 협박 등을 통해 회사 위기설을 퍼뜨려 조합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조합에서 탈퇴하게 한 시도임이 드러났다"면서, "16일부터 휴간하겠다며 조합원들을 회유․협박해 조합을 탈퇴하도록 강제했고, 이를 통해 사측은 노조원 수를 전체 직원 과반수 이하로 만들어 노사협의회라는 어용기구를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지부장은 또, "사측이 어용 노사협의회를 만든 이유는 임금을 합법적으로 반토막내기 위한 것이고, 편집국 기자들에겐 광고를 강요하고 사이비 기자의 굴레를 짊어지게 할 것"이라며, "보름 전 경남일보 노조원들도 소수로 전락했지만 편집국 기자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파업투쟁 8일 만에 무능한 경영진을 내쫓고 임금삭감과 정리해고를 막아냈다. 남아 있는 30명은 바른 언론을 세우고 양심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노사협의회 대표위원으로 선출된 서동렬 영업팀장은 <부평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신문의 강성 노조는 지양하고, 어려운 시기를 같이 극복해야 할 상황"이라며, "매출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문턱을 낮추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전 직원이 고통을 분담해서 슬기롭게 극복해 회사를 정상화하자는 중지를 모으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와해 목적은 전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측, 언론이길 포기"...비윤리적 경영정상화 방안이 핵심논란

 

인천일보 노사가 심하게 대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인천일보 김정섭 대표이사가 '인천일보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하면서부터다.

 

당시 사측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설명하고 찬반투표를 통해 진행하려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무산됐다.

 

사측은 대표이사 교체 이후에도 경영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일 것을 노조와 직원들에게 사실상 강요해왔으며, 노조는 사측이 내세우는 경영정상화 방안이 '언론이길 포기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당시 사측은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신문 16면으로 감면 ▲전 직원 임금 반납(반납 후 세전 월 110만원 수령) ▲직원 20%, 6개월 순환 휴직 ▲광고 리베이트 조정 및 즉시 지급(부장․차장․광고영업 20%, 평기자․주재기자 25%, 내근직원 30%) ▲연 2회 성과급 지급 ▲적자 시 경영진이 월 2000만원, 연간 1억원까지 임금 보전 ▲단체협약 폐지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경영상 이유만으로 기자들에게 광고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단협 폐지 등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것은 회사를 경영진 맘대로 운영하겠다는 뜻으로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수단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http://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일보, #경영정상화 방안, #인천일보 노동조합, #조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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