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영화스틸컷

▲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영화스틸컷 ⓒ 영화사 진진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한국에서 보기 힘든 독일 영화다. 이 작품은 독일에서 유명한 작가이자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도리스 도리 감독의 작품이다. 그녀는 <파니 핑크>(1994년)란 독특한 영화를 통해 이미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 적이 있다. 이 작품 역시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이 작품은 우선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묻어나는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해준다. 이미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들과 먼저 만났던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당시 전회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관객들에게 영화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이 작품에서 강하게 풍겨져 나오는 아우라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나온다. 트루디(한넬로르 엘스너)는 평범한 아내이자 어머니다. 그녀는 남편 루디(엘마 웨퍼)가 말기암 환자임을 알고도 숨긴다. 그녀에게 단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여태 것 너무 바쁘게 살아오면서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남편과의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그녀는 남편에게 이제는 장성해 자신들과 떨어져 살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러 갈 것을 제안한다.

그들의 추억여행은 그렇게 시작된다. 베를린에 도착한 노부부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에 실망한다. 레즈비언인 딸, 자신의 일에 바쁜 아들 모두 부모가 온 것이 그렇게 달갑지 않다. 하지만 여느 부모들처럼 그런 자식들에게 섭섭해 하면서도 이해하려 노력한다. 트루디와 루디는 자식들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서로 함께 이렇게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더 행복해한다. 품에서 떠나버린 자식들에게 가진 서운한 감정은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그들은 자식들이 있는 베를린을 뒤로하고 발트해를 여행하기로 한다. 하지만 영화는 갑자기 급작스러운 진행을 보인다. 말기암 환자였던 남편 루디보다 먼저 아내 트루디가 여행도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제 홀로 남겨진 루디는 자신의 아내가 남긴 꿈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우리 부모님 이야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한 남자의 이야기!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우리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이자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한 남자의 이야기다. 자식에 대한 애정으로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먹고 살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그래도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평범한 부모님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나오는 부모와 자식 간의 서운한 감정과 느낌, 그리고 트루디와 루디의 여행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현실감 있게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문화와 살아가는 방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마음이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살아온 우리의 부모님들 역시 영화 주인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은 말기암 환자인 루디가 먼저 죽은 아내를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다. 자신의 아내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는지 루디는 잘 몰랐다. 그녀가 죽기 전까지 평범한 아이들의 엄마, 자신의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되는 보조자, 함께 있으면 행복한 사람으로 생각되었던 아내.

아내가 죽고 난후 루디는 그녀가 얼마나 큰 버팀목이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죽기 전에 아내가 가지고 있던 꿈을 대신 이루어주기 위해 떠나는 여행을 통해 두 사람의 사랑이 관객들에게 감동적으로 전달된다.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영화스틸컷

▲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영화스틸컷 ⓒ 영화사 진진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있을 땐 잘 몰랐던 소중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절절히 표현하고 있다. 이런 표현방식이 직접적이지 않으면서 은근하다. 루디는 살아있을 때 잘 몰랐던 아내에 대한 감정과 사랑을 오히려 아내의 꿈을 대신 이루어주기 위해 떠난 여행에서 더 절실히 느끼게 된다.

이렇게 루디가 그녀의 아내를 알아가는 과정이 오히려 혼자 남은 사람의 외로움을 은근히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이런 영화적 표현은 직접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영화는 수십 년 함께 살아오면서 만들었던 추억들이 작은 너울처럼 하나씩 하나씩 루디에게 전달된다. 그 너울은 때론 큰 파도로 변하기도하고 때론 잔잔한 물결로 변하기도 하면서 추억 속에 남은 그녀에 대해 떠올려주게 한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했던 것들이 어떻게 한 사람에 남아 외로움, 슬픔, 행복을 주는지 영화는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다. <파니 핑크>(1994년)가 기억에 남은 나에게 이 작품이 도리스 도리 감독 작품이 맞는지 의아심이 들 정도로 차분하면서 서정적이다. 그리고 인생에 대한 잔잔한 애정이 묻어나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돈, 집, 좋은 직장, 좋은 자동차 등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혼자서만 걸어갈 수 없다. 항상 우리 주위에 좋은 가족들, 친구들 등 인생의 많은 동반자가 함께 한다. 이들과 함께 인생이란 길을 걸어가기에 우리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 물질적인 것으로 절대 만족시킬 수 없는 따뜻함을 주는 존재들이다.

이중에서 가족만큼 소중한 것은 없을 것이다. 특히 자신과 함께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아내에 대한 소중함은 더 클지 모른다. 이런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남겨진 사람의 상실감은 어떨까? 소중한 존재는 있을 땐 모르지만 없어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자신의 옆에 있을 때 그 소중함에 감사하고 사랑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 단순한 진리를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우리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는 영화다. 소중한 사람에 대해 다시 한 번 그 감사함을 느끼고 싶은 관객, 부모님과 함께 볼 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좋은 영화가 될 것 같다. 끝으로 이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인생이란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게 해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2.18 22:09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독일 무비조이 MOVIEJOY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