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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월 18일치 1면 기사.
 <동아일보> 2월 18일치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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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중고 학업성취도 결과를 보면 교원평가제와 공교육 정상화를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서울 남부교육청 관할구역은 이번 평가에서 초등학교 6학년의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

그러나 … 2008년에 교원평가제를 시범 실시한 Y초등학교는 5개 과목 모두에서 기초학력 미달자가 없었다. 이 학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96.7%. 지역평균인 79.1%보다 17.6%포인트 높을 뿐 아니라 '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90.3%)보다도 높았다. - <동아일보> 18일 1면 보도

(2) 초중고 학업성취도 결과를 보면 교원평가제와 공교육 정상화를 따로 떼어놓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교육청 관할구역은 이번 평가에서 초등학교 6학년의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수학과 과학에서 전국 1등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8년에 교원평가제를 시범 실시한 강남 지역 7개 초등학교 가운데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이 지역 평균(1.1%)보다 높은 학교가 5개교였다. D초등학교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이 지역 평균보다 5배 많은 5.5%였다. 3개 학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도 지역평균인 90.3%를 밑돌았다. '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에서는 교원평가제가 학력신장에 역효과를 보이고 있다. - <동아일보> 기사 패러디

강남지역 교원평가 시범초 71%,  미달자 속출?

<동아일보>는 18일 일제고사(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놓고 (1)번과 같은 1면 머리기사를 썼다. 제목은 '교원평가 시행 학교가 학력 높았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근거로 기사는 교원평가제를 시범 실시한 서울 남부교육청 소속 Y초등학교 사례를 보여준 뒤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분석한 교원평가 시범실시 초등학교는 36곳. 이번 학력평가에서 이 중 23개 학교의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이 지역 평균보다 높았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지역 평균보다 적은 곳도 36곳 중 23곳이었다. 시범학교의 64%가 지역 평균보다 학업성취도가 나았던 셈이다."

교원평가를 실시한 36개 초등학교 가운데 23개 초등학교의 학력이 주변 지역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교원평가를 실시했더니 13개 초등학교의 학력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2)번 패러디 기사와 같은 강남지역 사례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는 이 같은 사실을 외면한 채 '교원평가 시행 학교가 학력 높았다'고 지면에 간판으로 내걸었다. '교원평가가 학력을 높게도 하고 낮게도 한다'는 교원평가 결정론인 셈이다.

(1)번 <동아일보> 기사를 패러디한 (2)번 기사도 교원평가 결정론에 따라 작성되기는 마찬가지다. (2)번 기사는 교원평가를 시범 실시한 강남지역은 오히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7곳 가운데 5곳의 비율이 높으니 시범학교의 71%가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지역 평균보다 높아 부진아가 많다는 얘기가 된다.

중학교 1,2학년 대상으로 일제고사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에서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제고사 반대, 부당징계 철회와 공정택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학교 1,2학년 대상으로 일제고사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일제고사 반대 기자회견'에서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제고사 반대, 부당징계 철회와 공정택 교육감 퇴진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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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 같은 교원평가 결정론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교원평가제의 성과를 내세우려는 <동아일보>의 주장이 맞으려면 교원평가 시범 학교의 성취도를 지역 평균(주변 학교 성적)과 견줘선 안 된다. 해당 학교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변인, 환경 변인, 교장 변인, 학교 변인 따위를 모두 무시해버리는 결과가 나오는 탓이다.

<동아일보>가 예로 든 서울 남부교육청의 교원평가 시범 초등학교는 3곳이다. 이들 학교 가운데 <동아일보>가 거론한 Y초등학교와 또 다른 Y초등학교는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지역 평균을 웃돌았지만, S초등학교는 지역 평균보다 낮았다.

서울 남부교육청과 이 지역 교사들에 따르면 성적이 높은 앞의 Y초등학교는 중류층, 또 다른 Y초등학교는 여의도 지역 상류층 학부모가 많은 반면, 성적이 낮은 S초등학교는 사회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았다. 부모의 빈부격차에 따라 학업성취 결과가 갈린 경우다.

문제는 주변학교 단순 비교... 허망한 주장

핀란드는 교원평가제도는 물론 교원 성과금 제도도 없다. <동아일보> 주장대로라면 이 나라는 학업성취도에서 하위권을 기록해야 한다. 하지만 핀란드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 세계 1등을 독차지하는 나라로 유명하다. 이른바 '교원평가 결정론'이 얼마나 허망한가를 보여주는 국제 사례다.

<동아일보>가 교원평가의 성과를 제대로 밝히려면 해당 학교의 학업성취도를 주변 학교와 견줄 것이 아니라 해당 학교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변화 추이를 종단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같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전 해의 성취도와 다음해의 성취도를 비교해야 맞다는 얘기다.

이런 노력과 근거 없이 작성한 (1)번과 (2)번 같은 기사는 보도라기보다는 선전선동에 가깝다. 특정 목적에 따라 사실을 짜깁기한 뒤, 소리 한 번 질러보는 꼴이다.


태그:#동아일보, #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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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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