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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혜광학교 졸업을 앞둔 이강원(42)씨
 인천혜광학교 졸업을 앞둔 이강원(42)씨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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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 시각장애인 학교인 인천혜광학교의 졸업을 앞두고 있는 이강원(42)씨를 지난 13일 이씨의 집에서 만났다. 이씨에게 이번 졸업은 각별하다. 후천성 시각장애를 얻은 탓에 늦깎이 공부를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한눈에 봐도 체격이 좋았다. 알고 보니 전직 야구선수 출신이었다. 배제트라는 병을 얻어 시력이 점점 나빠지기 전까지는 야구선수였던 것이다.

인천 동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를 했던 이씨는 대학교 야구선수 특기생으로 발탁돼 활약하다 군대를 갔다. 그런데 군대 제대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시력이 나빠지는 증상이 나타나 제대 후 병원을 찾았는데 배제트라는 병명을 들어야했다. 1991년인 이때부터 투병생활이 시작됐다.

이씨에 따르면, 배제트라는 병은 자가면역세포를 공격해 몸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태어나서 15~20년이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 현재는 고칠 수가 없는 불치병이다. 이씨는 이 염증질환이 눈에 나타나 시력이 점점 나빠진 것이다.

이씨는 염증이 근육에 오거나 내장에 생겼으면 근육이 망가져 움직이지 못하게 되거나 위장에 구멍이 나 결국 죽을 수도 있는데, 다행히 고통은 없는 눈에 염증이 나타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염증이 발생하면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좀 나아지면 퇴원하고, 이러기를 반복하다 결국 2002년 시력을 모두 잃었다.

시력을 잃고 나서 3~4년 동안은 집에만 있으면서 자살을 수없이 고민했다. 그러다 창문으로 뛰어내리기만 하면 되는데, 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죽을 수 있을까, 마지막 고민을 하던 순간, 시력이 나빠지는 과정에 스키캠프에서 강의할 때 봤던 스키 타는 시각장애인 초등학생이 떠올랐다.

당시 만해도 왜 힘들게 시각장애인이 스키를 타나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아이도 탔는데 나도 탈 수 있지 않겠나, 어차피 죽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한번 알아보자”고 해서 연락 끝에 2005년 말 시각장애인 스키캠프에 참가한다.

당시 스키를 타다 넘어져 크게 다쳤는데 한 시각장애인이 침을 놔주고 그게 인연이 돼 인천의 시각장애인 학교를 알아내고 다른 복지관에서 점자와 보행을 배우는 등 준비를 거친 끝에 2007년 혜광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하지만 학교에 막상 입학하고 나서도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다른 학생들의 경우 선천성 장애인 경우가 많아 예전부터 공부해왔지만, 이씨는 새로 시작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보다 많이 쳐지는 상황이었다.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아침부터 전쟁을 치러야 했다.

장애인 콜택시를 부르려면 새벽 6시 30분에 전화해야 학교에 늦지 않고 갈 수 있었다. 아니면 장애인 콜택시보다 요금이 4배가량 비싼 일반 택시를 타는 방법밖에 없다. 그리고 처음에는 학교 앞에 내리고 나서 벽에도 부딪히고 계단에도 수없이 뒹구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학교에 다니고부터 자유가 생겼다. 집 밖엘 안 나가던 그가 혼자 전화해서 장애인 택시나 복지관 차를 타고 학교에 가고, 차에서 내려 교실까지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애가 생기고 나선 누구도 찾지 않았는데, 약시 장애인들과 함께 근처 공원도 가고 전철도 타보고 하니, 정말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씨는 말했다.

그러나 어렵게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취업은 막막하다. 이씨는 “회사나 병원에서 헬스키퍼라고 시작장애인을 위한 제도가 있긴 하지만,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밖에 되지 않아 일을 하려는 사람이 없다. 안마라는 것이 의료행위로 취급되니까 보건소 같은 곳에서 안마사를 고용해서 노인들이 자주 결려하는 곳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정책을 펼쳐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끝으로 “졸업 후 일을 하게 되더라도 양로원이나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안마를 해드리는 자원봉사 활동은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각장애를 얻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노력하는 이씨의 모습에서 희망을 느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졸업, #시각장애, #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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