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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에 자기배 채우기 급급한 농협','‘비리의 온상, 정체성을 상실한지 오래된 기업'이란 평가로 농민들의 분노를 사온 농협이 새정부 출범 후 또 다시 개혁의 도마에 올랐다.
 
농협의 눈부신 성장과는 무관하게 농민은 벼랑끝으로 몰리기만하는 현실속에서 부단히 농협 개혁을 외쳐 온 농민자생조직은 농민회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김영호 의장을 만나 현재 농협개혁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그동안 농민들의 줄기찬 농협 개혁 요구에는 꿈쩍도 않던 농협이 대통령이 한마디 하자 부산을 떨고 있다. 다행인 것은 농협중앙회가 급조해 만든 개혁안을 백지화하고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민간이 참여한 개혁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만든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농민을 대변하기는 커녕 정치권과 결탁해 자기배 채우기에 급급했고, 비리를 저질러 중앙회장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이번에 만든 농협개혁안이 농협의 국회 로비망을 뚫고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 농협중앙회 개혁의 핵심은 무엇인가.

"200만 농민조합원이 출자해 지역농협 1300여개를 결성했고, 이들 지역농협의 출자로 농협중앙회라는 것이 생겼다. 그러나 중앙회가 지역농협을, 지역농협이 농민을 위하는 협동조합 본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직선제로 뽑힌 중앙회장이 막강 권력을 행사하며 정치건달화 된지 오래고, 지역농협도 이를 답습하고 있다.

 

개정안에 포함됐듯이 중앙회장 임기 단임제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농민조합원에 의한 중앙회장 직선제가 빠져있다. 농민들은 중앙회장이 누군지,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무슨 공약을 가지고 출마했는지,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기 때문에 그들이 엉뚱한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농협 개혁의 핵심은 지금과 같이 위로부터의 개혁이 아닌 밑바닥으로부터의 개혁이 중요하다. 우선 농민과 지역농협의 대의원, 이사, 조합장이 진정한 농민 대표로서 개혁하고, 그 힘으로 농협중앙회를 뜯어 고치는 것이 순서인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 농협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신·경분리인데 이번 개혁안에 들어가 있지 않다. 이에 대한 생각은.

"맞다. 지금과 같이 기형적인 농협의 모습을 키워온 것은 신·경분리가 안됐기 때문이다. 신·경분리가 농민들에게는 어려운 말일 수 있다. 쉽게 말해 농협이 돈장사만 하지 말고,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을 수 있도록 팔아주는 유통사업을 제대로 하란 얘기다.

 

농협직원들이 논과 밭을 찾아 농산물 생산현황을 파악하고, 중·소·대도시의 판매시장을 개척해 농민들이 한푼이라도 더 받고 농산물을 팔 수 있게 하는 것이 경제사업이지, 마트 만들어 공산품 파는게 경제사업은 아니다. 겨우 농협이 한다는 경제사업이 신용사업에서 돈을 가져다 창고짓고 마트짓고, 신용에서 차입한 돈 이자 갚고 적자 나면 그만이니….

 

애초 협동조합은 농민중심의 경제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 뒤 자금조달의 방법론으로 신용사업을 추가됐는데, 주객이 전도돼 은행중심의 농협이 돼 버려 돈장사에만 몰두하고 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돈장사를 통해 창출된 이익마저도 농민을 위해 투자하지 않고 농협 임직원을 위해 투자해, 농협중앙회가 자회사 수십개를 거느린 공룡기업이 돼 있다는 현실이다.

 

농협이 정체성을 상실한 것이다. 협동조합을 살리려면 당연히 우선적으로 신·경분리를 해야 한다. 지역농협이 출자하고 통제·결정권한을 갖는 신용사업연합회와 경제사업연합회로 분리해야 한다. 중앙회는 이들 연합회와 지역농협에 대해 지도, 감독과 교육 홍보에 치중하며 농민을 위한 대정부협상 등 운동체적 성격을 가져야 한다.

 

이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중앙회의 권력은 축소될 것이고, 방대하고 불필요한 조직인 도·시·군지부도 없애 지역농협 중심으로 개편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개혁안에 포함이 안된 농협중앙회장 직선제와 신·경분리는 반드시 논의가 식기 전에 2단계로 이뤄내야 한다."

 

- 지역농협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개혁의 방향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농협이 바뀌기 위해선 앞서 말했듯이 밑바닥에서부터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농협의 실정도 중앙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농민조합원에 의해, 농민조합원을 위해 진정 일하는 협동조합이 과연 몇 곳이나 되겠나.

 

협동조합은 조합원의 참여와 이용이 핵심인데, 우리의 현실은 4년에 한 번 조합장 선거할 때 말고는 사실상 무관심하다. 신용사업으로 흑자를 낸 조합도 농산물 판매에는 관심이 없고 농민 호주머니 사정 또한 아랑곳 않는다. 대의원들은 대의원대로 농협운영의 거수기로 전락하고 있으며, 이사들 또한 농협경영에는 전문지식이 없거니와 적당한 대우에 만족하고 있는 현실이다.

 

조합장은 어떤가. 진짜 농민이 농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섰으나 조합장이 되는 순간 농협직원들로 둘러쌓인 벽을 넘지 못한다. 천석꾼이 돼야 누릴법한 고액연봉과 대우는 이 시대의 조합장들을 농민조합원보다 농협직원의 안정된 직장을 위한 지킴이로 만들고 있다.

 

이런 지역농협을 개혁하려면 가장 먼저 농민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농민들이 협동조합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정확히 알고 협동조합에 참여하는 것이 농협 개혁의 첫 단추이다. 사실 농협의 역할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이 농민의식교육인데 농협이 이것을 하지 않고 있다. ‘농민이 깊이 알면 골치 아프다’는 식의 농협운영이 현재의 모습이다."

 

- 이번 농협법 개정안에 지역농협 부분도 포함돼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현 정부는 바닥에서부터의 개혁이 요원하다. 그럼에도 칼을 대야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에 자산 1500억원이상 규모조합에 대해 비상임 조합장제와 조합원가입 선택폭을 확대해 점진적인 농협 통·폐합안이 들어 있다. 이거 역시 지역농협의 비대하고 방만한 경영을 막기 위함이다.

 

어떤 농민은 농협이 통·폐합 되면 내 지역 농협이 사라지고, 비상임 조합장제가 되면 농민으로부터 농협이 더 멀어진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농민들이 농협에 그렇게까지 애정을 갖고 있겠나. 또 그렇다면 이 지경에까지 왔겠는가.

 

농협 통·폐합은 철저히 경제사업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읍면단위의 지역농협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인력과 기구를 줄이고 기능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 실례로 쪽파하나를 가지고 신암농협과 예산농협이 경쟁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어떤 방식이 됐건 농촌에 맞게, 농민에게 득이 되게 개혁할 수 있도록 농민조합원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십년동안 농민들은 농자재값을 비롯한 각종 물가인상에 한숨짓고 자식같이 키웠지만 제값을 받지 못하는 농산물값에 울었다. 이런 농촌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우선 농협부터 되찾아 진정 농민이 주인인 농협으로 반드시 바꿔 놓아야 한다.

 

올해 예산군에서는 농협조합장 선거가 연달아 열린다. 선거판에 휩쓸려 잿밥에 눈이 먼 조합장을 뽑아선 안된다. 옥석을 가려 농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을 조합장을 뽑는 일이 농민조합원이 할 수 있는 첫번째 개혁이다."

첨부파일
김영호.jpg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하는 <무한정보신문>과 인터넷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농협개혁, #김영호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 #신경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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