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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집에서 20~30분 정도 걸어가면, 늘 출렁이는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의 조건의 하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2의 고향이 되어 버린 부산. 부산에 산다는 그 이유 하나로 또 귀찮지만 행복해 지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부산으로 여행을 오는 일가 친척이나 친구들 그리고 가끔 옛 동료의 가족들이 방문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대개 "이봐, 어디 가격도 싸면서 아이들도 잘 먹고, 어른들 얘기하는 동안 놀기 좋은 곳 없을까?" 하고 묻습니다.
 
'싸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어른들 얘기하는 동안 놀기 좋은 곳이라…', 그때마다 나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격도 싸고 아이들도 잘 먹고 어른들 얘기하는 동안, 바다 구경하며 저희끼리 놀기 좋은 음식점이 어디 있나… 그러니까 일석이조, 매부 좋고 누이 좋은 맛집을 찾아야 합니다.
 

늘상 내 생활 신조 첫째는 '항상 내 집에 오는 손님은 왕… ', 그러나 너무 경제적으로 부담스럽게 손님을 모셔도 안되는 법이라, 이리 저리 수소문해 보았으나, 유아 놀이방이 딸린 맛집은 가격이 너무 비싸 흠이었습니다. 그러나 손님이 대동하는 아이들은 초등학생들이고, 오랫만에 부모와 여행 온 아이들을 생각하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맛집을 고집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부산은 생선이 흔한 듯하지만, 열 명 이상의 일행이 생선회와 곁들인 저녁식사를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 딸린 횟집(맛집)을 찾기는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더구나 동료 후배의 아내와 아이들은 생선회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바닷가 출신 후배는 부산왔으니, 생선회에 선배랑 소주 한잔을 꼭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말입니다. 이거 참,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남천동 해변 시장 근처 남천동 아파트 사는 직장 후배를 불러냈습니다. 남천동에서만 한 20년 산 직장 후배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학부형이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통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토요일인데도 후배는 내 청에 아이들과 함께 나왔습니다. 두 집의 아이들은 초면인데도 금방 친해져서 웃고 떠드는 모습에 내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남천동 아파트 단지 남천동 해변 시장은 겉보기와 달라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어판장 규모가 상당히 컸습니다. 수족관 안에 생선 이름을 일일이 표기 해 놓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해양 박물관에 들어온 듯 신기해 했습니다. 일행은 횟감을 준비케 하고, 잠시 바닷가구경을 했습니다.
 
하얀 파도가 밀려오고 부서지는 모래밭에 뛰어 노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서울에 있는 아이들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가족이란 함께 사는 것인데 벌써 공부한다고 떨어져 산지 몇 년인가 싶었습니다.  
 
후배는 아이들이 배가 고프겠다고, 남천동 해변시장 앞 남천 할매 떡뽂기 집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런데 가게 방안에는 손님들이 가득해서 열명이 넘는 일행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습니다. 어른들과 아이들은 북적북적한 사람들 틈새에 끼어 오뎅을 먹었습니다. 
 
"선배님, 이 떢뽂기 점 할머니는 오랜 세월  떡뽂기 장사 해서 번 돈으로 불우한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어요."
 
일행은 후배의 말에 깜짝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나는 떡뽂기를 요리하시는 할머니에게 몇 마디 묻고 싶었지만,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손님 때문에 말을 걸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렇게 어른들은 생선회를 먹고, 아이들은 떡뽂기와 오뎅을 푸짐하게 먹고 나니 배가 불렀습니다. 어른들이 생선회를 먹는 동안, 아이들은 바다 구경 나갔는지 자리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걱정이 되어 아이들 잃어버리겠다고 그만 일어나자고 했습니다. 그러자 직장 후배가 빙그레 웃으며, 아들애가 핸드폰이 있으니 아무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하하하 선배님, 우리 아이들이 바다가 밥보다 좋은 가 봅니다. 정말 이렇게 아이들이 바다를 좋아하니 부산에 자주 놀러 올게요."

 

옛 직장 후배는 호탕하게 웃습니다. 나는 "이보게, 아이들이 저렇게나 바다를 좋아하는데, 자네가 직장을 부산으로 옮겨 사는 건 어때?" 하고 말하니, 후배는 고개를 완강하게 가로 저었습니다.

 

"선배님도 잘 아시면서…, 아이들은 위해 서울에서 살아야지요"라고 말하면서, 표현하기 힘든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래, 그걸 내가 왜 모르겠나? 사람은 태어나면 한양으로 보내고 말은 태어나면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도 있으니..." 나는 말끝을 흐렸습니다. 내 아이들도 고향 떠나 객지의 서울 땅에서 공부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람이 산다는 행복의 조건, 동전의 이면처럼 참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화려한 불빛이 어둠을 밀어내는 광안리 대교가 보이는 밤바닷가에서 오랜만에 아이들과 아이처럼 뛰기도 하고 장난도 쳤습니다. 

 

문득 서울 사는 아이들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바다밥이 먹고 싶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반짝반짝 수평선 위에 무지개처럼 떠 있는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말입니다. 

 


 


태그:#싸고맛난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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