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감독의 첼시 부임을 알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

히딩크 감독의 첼시 부임을 알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 ⓒ UEFA

 

'마법사' 거스 히딩크 감독이 첼시의 새로운 사령탑이 되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떠들썩하다.

 

첼시가 이미 러시아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히딩크에게 '겸직'이라는 부담까지 떠안기면서 지휘봉을 맡긴 것을 보면 최근의 성적 부진으로 인해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올 시즌 현재 첼시는 14승 7무 4패로 승점 49점으로 4위에 올라있다.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첼시보다 1경기를 덜 치렀지만 승점 56점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남은 1경기를 이긴다고 가정할 경우 승점은 10점차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미 전체 38경기 중 25경기를 소화한 시점에서 승점 10점차는 부담스러운 격차다. 승점 54점으로 2위에 올라있는 리버풀 역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며 쉽게 자리를 내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역시 승부사답게 "10점차가 뒤집힌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며 "막판에는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축구팬들 '히딩크, 너무 늦게 왔다'

 

 히딩크의 올 시즌 성적을 예상한 BBC 설문조사

히딩크의 올 시즌 성적을 예상한 BBC 설문조사 ⓒ BBC

영국 BBC가 '히딩크가 올 시즌 첼시에서 몇 개의 트로피를 차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75%의 축구팬들이 '단 하나의 트로피도 차지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영국 축구팬들이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늦게 왔다'는 것이다. 히딩크가 앞으로 남은 13경기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차이를 좁히기에는 누가 봐도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놀라운 마법을 자랑하는 히딩크라고 해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0년 넘게 버티고 있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다.

 

하지만 첼시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히딩크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큰 불만은 없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4위권 안에 드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까지 차지한 첼시가 만약 상위 4개 팀에게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마저 따내지 못할 경우 구단의 명성은 물론이고 재정적으로도 큰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첼시의 4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팀은 역시 퍼거슨 감독 못지않게 프리미어리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아르센 웽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이다. 아스널은 승점 44점으로 첼시를 5점차로 추격하고 있다.

 

첼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라는 마지막 보루라도 지키기 위해 히딩크 감독에게 절박한 심정으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이다.

 

'토너먼트의 강자' 히딩크에게 거는 기대

 

첼시가 히딩크 감독에게 기대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와 함께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사실상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힘들어진 첼시로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올해 농사의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프리미어리그와 달리 챔피언스리그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모든 팀들이 같은 출발선에서 뛰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올 시즌 첼시의 전력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그동안 한국, 호주, 러시아 등을 이끌고 국제대회 토너먼트에서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거두었던 히딩크 감독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목표다.

 

히딩크는 지난 1988년 PSV 아인트호벤을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2005년에는 박지성, 이영표 등과 함께 4강까지 올랐었다.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첼시가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모든 경기를 마쳤지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도 있어 옛 제자 박지성과의 외나무다리 승부가 성사될지도 큰 관심거리다.

 

히딩크, 3개월 후 정말 떠날까?

 

히딩크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나는 5월까지만 첼시를 맡는다는 조건으로 감독직을 수락했지만 정말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이는 드물다.

 

만약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첼시가 모든 방법을 동원해 히딩크를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히딩크 스스로가 명예회복을 위해 첼시에 남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대표팀이 예상보다 쉽게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는다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모든 축구 감독들에게 유럽 최정상급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첼시의 사령탑은 엄청난 부담이면서도 분명 매력적인 자리다. 히딩크 역시 알렉스 퍼거슨, 아르센 웽거, 라파엘 베니테즈 등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명장들과 당당히 겨뤄보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이다.

 

조세 무리뉴, 아브람 그랜트에 이어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까지 잇따라 해고 통보를 받으며 '감독들의 지옥(hell of managers)'으로 악명 높아진 첼시에서 과연 히딩크가 어떠한 마법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2009.02.13 14:21 ⓒ 2009 OhmyNews
거스 히딩크 첼시 프리미어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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