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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근흥면 삼성가 토지. 삼성가로부터 임대 계약해 벼 농사를 짓고 있는 최 할아버지는  삼성가가 토지를 매입할 때만 해도 별도의 임대료 없이 개발시까지 농사를 허락했다고 한다. 허나 같은 해 연말 삼성가로부터 임대료 고지서를 받고 금액을 지불했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 삼성가 토지. 삼성가로부터 임대 계약해 벼 농사를 짓고 있는 최 할아버지는 삼성가가 토지를 매입할 때만 해도 별도의 임대료 없이 개발시까지 농사를 허락했다고 한다. 허나 같은 해 연말 삼성가로부터 임대료 고지서를 받고 금액을 지불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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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家) 소유 토지를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는 충남 태안군 근흥면 도황2리 최모(68) 할아버지는 매년 농사짓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삼성가의 요구에 따라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약 2만6500㎡(약 8만평) 토지를 반강제적으로 팔았으나 수십년 동안 이렇다 할 개발도 없이 이 지역 일대는 방치됐다.

삼성가에 판 땅에서 수십년 소작

"선조들이 물려준 소중한 재산을 반강제적으로 팔았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당시에는 일어났어. 삼성(가)은 땅을 팔지 않는 주민의 집 앞에 똥을 퍼다 쌓아놓고 담벼락을 허물고, 전기를 끊는 등 땅을 팔지 않고는 못 살 정도로 괴롭혔지."

삼성가의 연포해수욕장 개발계획이 무산될 쯤 임대차 계약을 맺고 농사를 짓게 된 최 할아버지는 삼성가의 개발계획에 따라 '아리랑 비치'라는 이름이 붙은 지금의 황골 포구 인근에서 약 8000평의 벼농사를 짓고 있다.

삼성가는 최 할아버지에게서 토지를 매입하면서 개발이 이뤄지기 전까지 별도의 임대료 없이 농사를 짓게 약속했다고 한다. 허나 같은 해 연말 최 할아버지는 삼성가로부터 임대료 고지서를 받았고 금액을 지불했다.

"땅 사려고 날 현혹한 것이지. 지금 같으면 믿지도 않았을 거여. 그때는 진짜 금방 개발될 것처럼 말해서 농사도 몇 년 못하겠구나 했는데, 벌써 여기서 40년째 농사짓고 있네."

마을에서는 비교적 대규모 농사를 짓고 수십 년간의 농사 경력을 자랑하는 최 할아버지지만 일 년 농사를 끝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이 일(농사)밖에 없어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지, 남의 땅에서 농사짓는다는 게 어렵지. 농사꾼이 농사해서 돈 벌었다는 얘기도 못 들어봤고, 한 해 농사 따져봐야 하루 2만원 꼴이여, 내 품값도 안 돼."

총 수확량의 3분의 1가량을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는 최 할아버지는 갈수록 치솟는 비료값과 장비사용료, 수년간 요지부동인 농협의 수매가격에 걱정이 태산이다.

또한, 타 지역주민들은 이양기, 콤바인 등 농기계를 사용해 비교적 수월하게 농사를 짓고 있지만 최 할아버지는 이마저도 사용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삼성가가 토지매입을 시작한 것은 40여년이 지났지만, 잘 정리된 인근 지역과 달리 농지정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넓은 지역에 비해 경작로도 확보되지 않아 농기계 사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농사를 짓자고 하니 여간 힘든 것이 아녀, 그렇지만 농기계를 사용해 보려고 해도 도대체 와야 말이지, 오는 길도 비포장에 홈이 군데군데 파여 있지, 농지정리도 안 돼 일하기도 불편하지… 요즘 세상에 품삯 줘가며 낫으로 벼 베는 사람 봤남. 내가 그러네."

삼성가 소유 토지로 향하는 길은 비포장 도로다. 지역주민들의 요구에도 삼성에버랜드 연포리조트측은 개발계획에 따라 골프장 등이 건설될 시 포장된 도로를 걷어내야 한다며 도로포장을 거부하고 있다. 허나 개발계획을 이행하라는 요구에는 국립공원지역 지정으로 개발이 어렵다며 하소연 하는 등 시시각각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비포장 도로 삼성가 소유 토지로 향하는 길은 비포장 도로다. 지역주민들의 요구에도 삼성에버랜드 연포리조트측은 개발계획에 따라 골프장 등이 건설될 시 포장된 도로를 걷어내야 한다며 도로포장을 거부하고 있다. 허나 개발계획을 이행하라는 요구에는 국립공원지역 지정으로 개발이 어렵다며 하소연 하는 등 시시각각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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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삼성가와 임대 계약해 농사를 짓고 있는 최 할아버지로서는 자신이 겪고 있는 불편함을 드러내 놓고 표출할 수도 없다.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 50여 가구가 대부분 삼성가의 토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다들 불만은 있지만 함부로 말하기가 좀 그렇지, 나중에 임대 계약 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고…. 올해 농사짓다가 내년에 못 짓게 된다고 생각해봐…. 목소리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

"국립공원 지정으로 개발계획 무산" → "개발하면 포장도로 걷어내야"?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공동대응을 택한 주민들은 삼성에버랜드㈜ 연포리조트를 찾아 개발계획 이행, 농지정리 및 경작로 포장 등에 대해 계속해 건의해왔다.

그러나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포리조트는 개발계획을 이행하라는 요구에는 국립공원 지정으로 인해 개발계획이 무산돼 어렵다고 하소연하더니, 농지정리 및 경작로 포장 등을 요구할 때는 개발계획 이행 때 포장된 도로를 걷어내야 하는 어려움을 내비치는 등 태도가 시시각각 변했다.

지난달 취재를 위해 찾은 현장사무소. 당시 연포리조트 고형철 소장은 "토지매입 당시 개발계획이 세워져 있었으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전면 무산됐다"며 "국립공원지역에서 해제되지 않는 한 사실상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가, 농지정리 및 경작로 포장에 대한 물음에는 "개발계획이 이뤄지면 포장된 도로를 걷어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 허나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토지소유자인 <중앙일보>에 문의하라"는 등 상반된 의견을 얘기했다.

이에 대해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편의에 따라 태도를 바꾸지 말고 개발계획이 있다면 주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방법을 택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주민들이 요구하는 농지정리 및 경작로 포장를 해주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작로 포장에 대해서는 최근 단 한 차례, 토지 소유자인 <중앙일보>와 이 마을 최봉용 이장 사이의 통화가 연포리조트 측의 중재로 이뤄지기도 했다.

최 이장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어 끝내 포장 안 해주면 시위라도 하겠다고 했더니 담당자 왈 '지금 협박하는 거냐'며, 화를 내며 고소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할아버지는 농사짓기가 어렵고 통행도 불편한 이 지역을 삼성가에서 당초 계획대로 개발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농사짓는 일이 갈수록 힘에 부치는데, 농기계 사용도 어렵고 그나마 용돈벌이로 나가던 바다도 기름사고로 오염돼 어획량이 없다"며 "삼성은 기름사고의 책임자로 사고 지역의 경기 회복을 위해서라도 마땅히 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태안,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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