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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완채는 근이영양증(근육병) 장애 청소년입니다. 현재 안성고등학교(3년, 19세) 특수학급에 소속해 있으며, 집은 안성 일죽면 장암리입니다.

 

완채는 초등학교 1학년 무렵까지는 멀쩡한 아이였지만, 그 후로 다리가 아프기 시작해 이제는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하체부터 상체까지 조금씩 근육이 마비되어 가는 병이죠. 발병하고 10년 전후가 되면 사망에 이른다는 현대의 불치병 중 하나입니다. 지금 완채의 나이가 19세. 8세에 발병했으니 11년을 살았네요.

 

사실 완채의 형(박윤채, 21세)도 같은 병으로 살다가 올해(2008년 9월)에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형 윤채도 완채랑 비슷한 시기에 아팠으니 완채의 생명도 보장할 수 없는 셈이죠. 평소 두 형제의 엄마가 완채와 윤채를 간호해왔고, 이젠 완채만을 간호하고 있습니다. 같은 방에서 나란히 침대를 쓰던 윤채가 저 세상으로 갔기에 완채의 마음도, 완채 엄마의 마음도 편치 않겠지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완채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힘으로 보람을 찾는 일이 있다면 그림 그리는 일이랍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완채는 안성고등학교에서 두 번이나 그림으로 상을 탔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림을 그리려면 누군가 옆에서 그림도구와 스케치북을 일일이 갖다 대어 주어야 합니다. 평범한 청소년에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주 쉬운 취미 생활일 수 있지만, 완채에겐 사력을 다해야하는 힘든 작업입니다.

 

 

아참, 완채의 별명이 왜 '거울왕자'인지를 말할 때가 되었군요. 완채는 눈치 채셨겠지만, 지금은 자신의 힘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밥 먹는 것, 대소변 보는 것, 목욕하는 것 등은 물론이고 앉아 있지도 못합니다. 하루 종일 누워 있는 게 일이고요. 고개를 자신의 힘으로 들지 못하기에 누군가 방문을 해도 고개를 돌려 쳐다보기가 힘들죠. 그래서 완채 엄마와 완채가 생각해낸 방법이 손거울로 세상을 보는 방법이었습니다. 아직은 완채가 손은 쓸 수 있기에 손을 사용하여 손거울을 통해 방과 사람들을 구경하지요.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거울왕자’입니다.

 

더아모의집 8년 친구인 ‘거울왕자’ 완채의 평생 소원이 바로 자신이 그린 그림을 가지고 그림전시회를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여러분의 후원과 도움으로 완채군의 그림전시회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완채군이 사력을 다해, 그러나 틈틈이 직접 만든 그림들을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완채군의 생애 마지막 불꽃일지도 모를 이 뜻 깊은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경기가 어렵다고 하는 이때에 완채군의 아름다운 시도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거라고 확신해봅니다.

 

 

기간 : 2009년 2월 20일 금요일 정오 12시~2월 22일 일요일 오후 5시

장소 : 안성시립 중앙도서관(신관 전시실)

오프닝 행사 : 2월 20일 금요일 오후 5시

청사모(http://cafe.daum.net/2006network 청소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일동

 

덧붙이는 글 | * 이 그림 전시회는 안성지역민들의 정성어린 후원으로 청사모가 개최하는 것입니다. 
* 더아모의집(http://cafe.daum.net/duamo)은 8년 세월을 거울왕자 완채군과 함께 나누며 살았습니다. 더아모와 완채가 만들어가는 그림세상입니다. 


태그:#거울왕자, #박완채, #더아모의집,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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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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