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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맛은 첫사랑처럼 달콤하고 끝맛은 한 여름 냉면처럼 시원하다.
▲ 첫맛 상큼 발랄 첫 맛은 첫사랑처럼 달콤하고 끝맛은 한 여름 냉면처럼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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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농사가 좋아 농부가 되고 흙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즐겁고 시골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자연에 감사하고 작물과 대화하며 사는 농부 조승현을 만난 것은 지난 2008년 7월이었다. 그가 나를 찾아온 이유는 수박 때문이었다.

지난해 7월 수확을 며칠 앞둔 수박 판로가 갑자기 막히게 되었다. 약속했던 업체에서 수박을 가져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수소문해서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했다.

그는 통화가 연결되자 마자 사무실로 찾아왔다. 수박은 출하시기가 되면 늦추기 힘이 드는데 별도의 보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박을 팔기 시작했다. 그의 사연을 들은 많은 네티즌들의 도움으로 수박 모두를 판매 할 수 있었다. 그는 택배를 보내면서 100g이라도 모자라면 그 안에 모자란 돈을 넣어 보냈다. 그는 신뢰를 보여준 소비자에게 다시 신뢰로 보답했다. 그의 수박은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했다.

하우스 한 동 그의 딸기밭의 전부다.
▲ 딸기밭 하우스 한 동 그의 딸기밭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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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맺어진 인연은 열무와 배추에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딸기로 이어진다. 한 번 맺은 인연은 이렇게 지속된다.  딸기농사가 한창이던 지난 11월 노모가 병환으로 입원해 병원에서 병간호를 해야 했다.  종일 노모의 수발을 들고 짬을 내어 딸기밭 관리를 했다. 그러다 보니 딸기밭일은 온통 아내 몫이 되었다. 그의 아내는 서울에서 태어나 도자기를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한다.

"3년 안에 가마를 만들어 준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말한 세월이 9년이 흘렀다. 여전이 가마는 없다. 그녀는 농부가 되었다. 흙 만지는 것으로 좋아했으니 흙에서 사는 것이 좋지 않느냐? 는 조승현씨의 넉살에 그녀는 미소를 짓는 것으로 답했다. 좋은 것인가? 아닌 것인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농사를 지어서는 몇 백만 원 하는 가마를 만들어 줄 수 없더군요. 한해 농사짓고 아이들 키우는 것도 힘이 들어요. 그래도 농사를 짓는 것은 좋아요."

딸기밭에서 조승현씨가족
▲ 가족 딸기밭에서 조승현씨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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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딸기 하우스 한 동을 했다. 한 동이라... 솔직히 나는 딸기 하우스를 한 동하는 농가를 본 적이 없다. 적어도 서너동은 하고 열동 이상 하는 분도 더러 있다. 그의 하우스는 총 4동이다. 3동에는 감자가 심어져 있다. 

왜 4동 다 하지 않았느냐? 고 했더니 그는 짧게 대답했다. '윤작'을 위해서란다.

윤작은 돌려짓기를 말한다. 같은 땅에 같은 작물을 여러 번 심지 않는 것이다. 한 작물을 동일한 토지에 지속해서 농사를 짓게 되면 농사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 이유는 해당 작물을 좋아하는 선충이나 벌레들이 생기고 토양에 있는 각종 영양성분을 한 작물이 좋아하는 부분이 있어 그 부분에 결핍이 생기기 때문이다. 흡사 정치와도 비슷하다. 적절한 시기가 되면 바꿔주어야 한다.

"유기농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윤작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농사가 힘이 들죠. 기술이 좋은 분들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그렇게 하는 것이 작물에게 좋은 것 같습니다."

지구상에서 농사 중에 유일하게 연작피해가 없는 것은 "벼농사"뿐이라고 했던가...

논은 수중생태계와 육상생태계가 공존하는 곳이어서 연작에 대한 피해가 없다고 한다.

딸기 자유롭다. 크고 작고 제 맘이다.
▲ 유기농딸기 딸기 자유롭다. 크고 작고 제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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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딸기밭에 들어가봤다. "와우~" 정말 씽씽한 딸기들이 초원처럼 펼쳐져 있다.

"올해는 제가 병간호 때문에 병원에 있다 보니 수확시기보다 지난해보다 1개월 정도 늦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촉성재배라고 해서 딸기를 빨리 수확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런 방법을 쓰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딸기밭이 더욱 싱싱해졌어요. 아마도 딸기가 촉성재배에 의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딸기밭엔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딸기의 종류는 설향이다. 눈의 향기라는 이름처럼 설향은 상큼하고 새콤한 맛이 특징인 딸기다. 첫 맛은 달콤하고 끝 맛은 개운한 딸기다. 그래서 첫사랑처럼 달콤한 딸기라고도 하는데 설향의 맛이 그대로 입안에 퍼진다. 잿빛 곰팡이가 조금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곰팡이를 없앴기 위해 특별한 약을 쓰지는 않는다고 한다.

"진딧물도 그렇고 응애도 그렇고 선충도 곰팡이도 조금씩은 다 있는 것이고 많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하나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풀을 잡기 위해서는 제초제를 써야 하지요. 손으로 해서는 불가능해요. 결국은 자연에 최대한 가깝게 내버려 두는 일입니다."

딸기의 상큼한 맛에 반하다.
▲ 붉은 딸기 딸기의 상큼한 맛에 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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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수확하면 3kg 바구니로 50-70개 정도 수확합니다. 일주일에 1-2회 수확을 하구요. 아내와 둘이서 작업합니다."

"딸기 맛이 어떤가요?"라고 조승현씨가 물었다. "뭐랄까요. 딸기 본연의 맛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설향이 그렇게 단 품종은 아니잖아요?"

"과일이 단 맛이 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과일의 본연의 맛을 넘어 너무 단 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그렇긴 하죠."
"단 것 좋아하면 설탕을 먹으면 되지요. 딸기도 새콤달콤한 것이 제 맛인데 요즘에 너무 단 것만 찾다 보니 어떻게 하면 당도를 높일까 골몰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당도를 높이는 자제를 사용하게 됩니다. 큰 것만 좋아하면 크게 키우느라 고생하구요. 결국은 자연에 가깝게 하는 것이 좋은 것이죠."

보통 하우스 옆에는 작은 작업용 하우스가 있다. 거기엔 작업장이 있고 조그마한 책상 하나가 있다. 거기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 손은 줄곤 딸기 바구니에 가 있었다. 먹는 동안 한 바구니를 거의 먹었다. 딸기로 배를 채운다.

그의 유기농딸기는 나무가 실하고 좋았다. 딸기 잎은 무성하고 싱싱하고 활력이 넘친다. 그가 자신의 농사에 대해 이야기 할 때처럼 신이 나있다. 딸기들을 주렁주렁 달려 기세 좋게 커간다. 붉게 익은 딸기는 탐이 나고 한 잎 베어 보면 단 물이 흐른다. 새콤하고 달콤하다. 우울한 기분이 좋아지고 상쾌해진다.

조승현씨의 막내딸이 딸기를 들고 잠이들었다. 아이는 꿈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조승현씨는 이 아이와 농촌에 끝까지 남아 있을 수 있을까?
▲ 딸기와아이 조승현씨의 막내딸이 딸기를 들고 잠이들었다. 아이는 꿈속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조승현씨는 이 아이와 농촌에 끝까지 남아 있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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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즐겁지만 돈은 안 된다. 실제가 그렇다. 농사라는 것 자체는 힘이 들어도 보람이 있다. 내가 관심을 가져준 만큼 작물은 화답한다. 내가 무관심하면 작물도 그에 반응한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다. 시장은 농민의 맘과는 무관하게 흘러간다. 가격은 들쑥날쑥 하는데 자재비는 꾸준히 오르기만 한다. 그러다 보니 농사는 항상 힘이 든다.

농사는 참 재미가 있어요. 하지만 생활은 항상 힘들어요. 돈 없이는 살 수 없으니….

우리는 매일 시장에서 무엇인가를 구입한다. 자신의 장바구니를 무엇을 채우는가? 그것이 중요하다. 농부는 계속 줄어든다. 시골에는 젊은 농부가 없다. 젊은 농부는 의욕을 가지고 농사를 시작하지만 대출 받은 돈은 빚으로 남고 주머니는 텅 비어간다. 텅 빈 농부의 주머니는 농부를 시골에서 도시로 떠민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가 장바구니에 농부의 희망을 담으면 농부들은 다시 되살아난다.

그래도 그는 소비자와 소통하는 직거래가 좋단다. 그는 농사의 희망이 직거래에 있다고 했다. 소비자와 농민이 서로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농사 9년 동안 터득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조승현씨의 딸기는 참거래농민장터를 통해 직거래되고 있다.



태그:#유기농 딸기, #참거래, #딸기, #직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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