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원한다면 농업용수마저 아낌없이 주겠다는 것인가. 농업과 농촌을 위해 존재해야 할 농어촌공사가 언제부터 친기업조직으로 전환됐는가. '한국농어촌공사'는 차라리 '삼성하수공사'로 이름을 바꿔라."

한국농어촌공사 아산지사에서 아산시 송악면 궁평리 궁평(송악)저수지 농업용수 일부를 산업용수로 전환해 공급하려는 계획에 송악면 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연간 200만톤 공급에 2억원 수익 예상?

지난해 한국농어촌공사 아산지사는 궁평지 잉여수를 충남 아산시 탕정면 삼성산업단지의 비상급수 확보를 위한 산업용수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루 최대 2만2000㎥를 영농기, 비영농기, 갈수기 등으로 구분해 농업용수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급한다는 것.

농어촌공사측은 궁평지 산업용수의 공급단가는 1㎥당 90원으로 연간 200만㎥를 공급할 경우 2억원 가량의 수익이 발생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삼성탕정산업단지에서는 대청댐에서 하루 12만~18만㎥의 산업용수를 공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측은 사고나 각종 비상사태 발생으로 대청댐 물 공급이 중단될 경우 공정의 차질과 막대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비상용수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의 한 관계자는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남는 잉여수를 개발해 산업용수로 공급하면 농업과 첨단산업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윈윈전략이 될 수 있다"며 "농업기반정비사업 축소로 유지관리비의 부족한 재원을 확보해 농업인 환원사업비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측은 올해 안에 삼성탕정산업단지와 협약을 체결한 후 가압장 및 송수관 매설 후 2009년부터 잉여수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왜 산업용수 걱정을?

이같은 사실이 주민들에게 알려지자 송악면 17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송악면지역발전협의회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송악면지역발전협의회측은 현재 송악 궁평지의 농업용수를 이용하는 농민은 송악, 배방, 구온양 등에 분포돼 있는데 예상되는 피해조사도 없었고, 주민들에게 그 어떤 협의나 사업설명조차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송악면 이헌범 주민자치회장은 "모내기철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물을 공급해 줘야 한다. 특히 송악면은 모래땅이 많아 논에 물이 잘 마른다. 또 우렁농법 등 친환경 농업을 주로 하기 때문에 농업용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저수지에 일정수위를 유지하지 못한다면 자체정화능력이 떨어져 저수지 오염도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악면지역발전협의회 조병주 총무는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남는 잉여수를 산업단지에 공급한다고 하는데 잉여수의 개념정립도 안됐고 근거도 없다. 잉여수라면 저수지의 만수상태에서 넘치는 물이 잉여수 아닌가. 그러나 일 년에 만수위를 넘는 경우는 몇 차례 없다"고 말했다.

송악면지역발전협의회 안영섭 사무국장은 "산업단지에만 비상용수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농사짓는 사람들에게도 이듬해 봄 갈수기를 대비해 비상용수가 필요하다. 농어촌공사는 본분을 잊은 것 같다. 산업용수 공급차질은 걱정하면서 왜 농업용수 공급차질은 걱정하지 않는가"라며 농어촌공사의 사업계획을 비난했다.

강희복 아산시장, 절대불가 선언

"송악저수지 농업용수를 탕정산업단지에 공업용수로 공급하기 위해 농어촌공사 아산지사에서 검토한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해 아산시는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강희복 시장은 2월4일  송악면 주민과의 대화에서 농어촌공사가 궁평저수지 잉여수를 탕정공업단지 공업용수로 사용하려고 추진 중인 사업계획에 강한 제동을 걸었다.

한국농어촌공사 아산지사는 지난해 궁평지 잉여수를 아산시 탕정면 삼성탕정산업단지의 비상급수 확보를 위한 산업용수로 공급할 계획을 밝힌바 있다.

이에 강 시장은 "농어촌공사측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이미 통보했다"며 "농업용수가 공업용수로 유출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날 주민과의 대화에 참석했던 한국농어촌공사 아산지사 김일구 지사장은 본 사업계획 철회여부에 대해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