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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어둠의 권세를 이긴 사람들>(김승태지음/다산글방)은 일제침략시대에 신사참배 거부 항쟁자들의 수기와 편지, 일기, 증언, 재판기록 등 다양한 형태의 글들을 한 데 묶어 펴낸 것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일제침략 그 암흑의 시대에 목숨을 걸고 신앙을 굳게 지켰던 믿음의 선조들. 그들의 삶과 신앙적 체험들이 생생하게 와 닿는다.

 

일제하 한국교회는 점점 강도 높은 박해로 인해 1930년 중반 이후 교단적으로 일제의 압력에 굴복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무리들 속에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믿음을 지키며 일제에 항거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성정(性情)을 가진 자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인간으로서 참을 수 없는 고난을 무릎 쓰고 거짓과 악한 궤계와 맞서 싸울 수 있었을까. 또 자기 목숨을 버려 순교할 수 있었을까.

 

“누가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우리를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로마서8:35)”

 

일제의 박해와 일제에 굴복한 교회의 협공을 받아 이중의 박해와 수난을 당하면서도 그들은 하나님의 말씀과 양심에 따라 의롭게 살고자 하는 열망을 가졌고, 한결같이 하나님에 대한 신실한 신앙의 절조를 자기 목숨보다 사랑한 사람들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고난의 시대에 믿음을 지킨 자들의 기록들을 통해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신사참배 거부항쟁을 한 사람들이 직접 남긴 자료는 많지 않다고 한다. 혹시라도 자기 자랑이 되지 않을까 하여 그들은 오히려 글로 남기거나 내세우기를 주저하였던 것이다. 여기에 담긴 기록들은 엮은이가 남아 있는 자료들을 찾아 한데 모아 엮은 것이다. 이런 기록들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이들의 순교적 삶과 신앙을 어찌 알 수 있으랴.

 

신사참배 결의 직전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김두영 목사의 수기로부터 김두석, 한상동 목사, 주남선 목사의 옥중기, 손양원 목사의 옥중편지, 조용학 조사의 신앙일기, 염애나 전도사, 조수옥 권사의 증언, 권두선 선생의 수기 등이 함께 실려 있다. 김두영 목사의 수기에는 1938년 일제 경찰의 압력으로 장로교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하기 직전에 김선두 목사와 필자인 김두영 목사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일본에 건너가 활약한 것이 실려 있다.

 

또한 일본의 요인들을 대동하고 건너와 총독부에 압력을 가하여 이를 저지하려 하였으나 경찰의 방해로 실패하였던 체험을 기록하고 있다. 김두석 선생의 수기는 당시 마산 사립 의신학교 여교사로 있다가 신사참배 문제로 사직하고 신사참배 거부운동을 하다가 옥고를 치른 이야기이다. 김두석 선생이 기록해 독립기념관에 기증했고, 이것을 엮은이가 다듬어 펴낸 것이다.

 

한상동 목사의 수기는 신사참배 문제로 인한 옥중체험에 대한 기록으로, 박윤선 목사가 옮겨 적어 <파수군>에 4회에 걸쳐 나뉘어 실었던 것이다. 한상동 목사는 신사참배 거부운동으로 5년간 옥고를 치러야 했다. 옥중에서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던 그는 출옥하게 되면 수도원과 같은 수양원을 만들어서 일본정치 아래서 양심이 마비되어 타락한 목사들이 수양하여 조선교회의 앞날을 새롭게 출발하도록 하리라 다짐했다.

 

뿐만 아니라, 신학교를 설립하여 진리와 더불어 운명을 같이 할 전도인을 기르고 전도해 이 나라를 기독교국으로 만들 것이라 생각하며 기도했다. 해방으로 1945년 8월 17일 풀려나 주기철 목사가 시무하던 산정현교회를 재건하여 시무하면서 교회의 재건에 힘썼다. 남북분단으로 북한지역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정권을 잡고 교회간섭이 심해져 1946년 초에 월남하였다.

 

그 후 그는 주남선, 박윤선 목사 등과 함께 진해에서 신학강좌를 마련하고 신학교 설립과 교역자 양성에 힘쓰는 한편 현장목회도 겸하였다. 그는 후에 고려파로서 교단을 분립시켰고 1951년 삼일교회를 개척해 담임하면서 고려파 운동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는 또 고려신학대학의 초대학장을 지냈으며 1976년 1월 소천하였다. 주남선 목사는 옥고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1937년7월, 중일전쟁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조선총독 미나미가 평양숭실학교를 비롯하여 전 조선 기독교교육기관에 신사참배를 강요하였다. 그러나 점차 교회에까지 강요하게 되어 각 교회 및 노회에 신사참배 결의를 하도록 하였다...”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교회와 교직자들이 일제 당국의 강요에 따라 시국인식 신사참배를 한 후부터는 강단에서 도리어 신사참배인식 선전을 하는 것을 본 나는, 조선교회를 위하여 신사참배운동을 아니할 수 없었다.”

 

주남선 목사는 1938년부터 교회에 대한 신사참배 강요가 노골화되면서 이에 저항하다 수차 검속되었고, 한상동 목사 등과 함께 신사참배 거부운동을 벌이던 그는 1940년 7월 16일, 거창경찰서에 구속, 다른 거부운동자들과 함께 1941년11일 평양으로 압송되어 평양형무소에서 미결수로 복역했고 1945년 8월 17일 출옥하였다.

 

그는 또한 한상동 목사와 함께 1947년12월, 경남노회를 탈퇴하여 이른바 고려파에 참여하였음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외에도 염애나 전도사와 조수옥 전도사, 김두석 등의 증언과 수기 등은 생생하게 와 닿는다.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잔인무도한 일제치하에서 신앙의 절조를 지키기 위해 치른 옥고와 말할 수 없는 고난을 어찌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다 감당할 수 있었겠는가. 염애나 전도사의 증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30세에 다시 투옥이 되어 945년 8월 19일 석방되기기까지 햇수로는 6년간을 감옥에서 투쟁하며 신앙을 지켰다. 해방과 더불어 출옥한 우리는 동료들과 함께 한국교회의 친일행각에 대하여 철저한 회개와 근신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친일에 앞장섰던 기성교회들은 우리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하며 우리가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자기들을 감싸주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마지못해 형식적인 회개로 그치려고 했다. 그럴수록 최덕지를 비롯한 마산지방의 출옥 여성도들은 더욱더 철저하게 기성교회들을 비판하고 회개와 근신을 요구하였다.

 

김두석 선생의 수기에서도 처녀의 몸으로 말할 수 없는 고난을 당했던 것을 기록을 통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아침 궁성요배로부터 정오묵도에 이르기까지 그들과 정면충돌하게 되었다. 다른 죄수들은 규칙에 따라 아침 시간에는 일어나 동쪽을 향하여 일본 천황에게 절하고 정오 12시에 사이렌이 울리면 일제히 일어나 머리를 숙여 나라를 위해 죽은 영령들을 위해 묵념을 올리는데, 나는 그와 반대로 꿇어앉아 살아계신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니, 이것이 그들의 눈에 띄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을 보던 일본인 간수 와다나베는 참다못해 나를 불러 일으켜 세운 뒤 기둥 앞으로 오라고 하더니 오른 팔을 두 기둥 사이로 뒤틀어 놓고서는 고무달린 막대기로 장작개비를 패듯 때리면서, ‘이렇게 해도 천황을 모독하며 국가에 대항하겠느냐? 네가 믿는 예수를 포기해라.’하였다...그래서 나는 ‘오늘까지 믿어온 주 예수를 포기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매는 계속되고 팔은 퉁퉁 붓기 시작하여 오색의 멍이 들었다.“

 

그들의 고난을 어찌 필설로 다할 수 있으랴. 하지만 그 고난 속에서도 깊은 신앙체험을 했고, 그것은 큰 힘이 되었다. 그렇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 한 가지, 죽기까지, 죽음의 문 앞에서까지 항거하며 믿음을 지켰던 사람들.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의 수기나 증언 등을 통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끝까지 신사참배거부운동을 하며 신앙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늘 깨어 있는 신앙, 성령 충만을 덧입고 기도에 매진했음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며 사는 신앙태도와 늘 깨어있는 기도와 믿음 무장이 있었던 것이다. 깨어있는 신앙, 하나님과의 깊은 교제와 기도, 성령의 능력을 덧입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의 굳센 믿음, 그들의 의로운 항거와 나라와 민족을 위한 눈물의 기도가 있었고, 순교자들의 피흘림이 있었기에 그나마 오늘날 우리나라와 민족이 살고, 이 땅에 복음이 살아있는 것이다. 우리 믿음의 선조들의 삶을 더듬어 보면서 어떻게 신앙을 지켜나갈지 자신의 삶과 신앙을 정립할 수 있기를! 한상동목사는 그의 옥중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 땅 위에서 주를 믿고 성도의 생애를 살고 있는 형제들이여, 안심하라, 주님이 살아계셔서 지금도 일하고 계시니라.”


증언

김승태, 다산글방(1993)


태그:#증언, #신사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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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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