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소 영화 워낭소리 스틸컷

영화 워낭소리 스틸컷 ⓒ 워낭소리 공식블로그

처음 <워낭소리>가 개봉했을 때, 어느 누구도 쉽게 관객 10만을 넘어설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독립다큐멘터리영화 꿈의 관객 수라 할 수 있는 10만 관객을 드디어 넘어섰다. <워낭소리> 배급을 맡고 있는 인디스토리는 2월 2일 10만366명 관객을 동원, 개봉 19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했음을 발표했다. 대단한 관객 동원이다.

 

처음 7개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한 <워낭소리>가 어떻게 이런 관객 동원을 기록할 수 있었는지 그 이유를 한번 살펴보자.

 

7개에서 20개, 다시 38개 상영관으로 확대 개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워낭소리>가 처음 개봉했을 때 단 7개 상영관에서 관객들과 마주했다. 결코 많은 상영관을 확보했다고 할 수 없다. 이 작품은 개봉당시 극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이전 독립영화들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 생각했다. 현재와 같은 한국극장시스템에서 독립영화는 기존 충무로 시스템에서 나온 상업영화와 경쟁해서 제대로 상영관 수를 확보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런 척박한 현실 때문에 가장 많은 경로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단독 개봉이나 CGV, 롯데씨네마에서 내어주는 적은 수의 독립영화 상영관을 통해 개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독립영화 혹은 다큐멘터리영화는 아무리 뛰어난 작품이라도 만 명 관객동원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도저히 승산 없는 싸움 같이 보이던 독립영화의 현실에 가능성을 보여준 첫 작품은 <원스>였다.

 

이 작품은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개봉관을 확대해가며 독립영화 꿈의 관객 10만을 훌쩍 넘어 2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되었다. <원스>는 관객들이 어떤 시선으로 독립영화를 바라보는가에 따라 충분히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알려준 작품이었다.

 

<워낭소리> 역시 <원스>와 비슷한 경로를 걸어왔다. 이 작품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를 본 관객들 스스로 홍보전사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관객들 입소문이 <워낭소리>가 상영관을 확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었다.

 

이 작품이 처음 입소문을 탄 것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서였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이미 이 작품에 매료된 관객들을 중심으로 초기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이 두 영화제에서 <워낭소리>가 뛰어난 작품임을 확인한 일반관객들은 극장상영이 결정된 후 자발적인 홍보전사가 되었다. 각종 영화포털사이트에 <워낭소리>에 대한 정성스러운 평을 남기며 상영 전부터 영화 마니아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초기 7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워낭소리>는 적은 상영관 수에도 박스오피스 14위에 오른다. 이때 극장 개봉을 통해 영화를 접한 관객들이 영화제를 통해 이 작품을 먼저 접한 관객들과 합세하며 <워낭소리>는 인터넷에서 큰 탄력을 받게 된다. 이 작품은 각종 영화포털사이트에서 높은 평점과 좋은 영화평이 계속 이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 작품은 영화포털사이트뿐만 아니라 개인 블로그들의 뛰어난 영화평과 영화에 대한 견해 등이 폭발적으로 매일 쏟아져 나오면서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었다. 결국 인터넷을 조금이라도 하는 사용자라면 자연스럽게 <워낭소리>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향후 개인 블로그들이 영화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제공자로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여기에다 초기 개봉 후 각종 언론에서 이 작품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제대로 홍보할 기회조차 없었던 <워낭소리>가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질 수 있었던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홍보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모든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워낭소리>는 서울 중심의 7개 상영관에서 전국적으로 20개 상영관, 그리고 최근에는 38개 이상의 상영관으로 확대 개봉될 수 있었다.

 

<워낭소리>, <원스>의 20만 넘을 수 있을까? 

 

이제 <워낭소리>가 과연 어디까지 관객들을 모을 수 있을지 더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독립영화 최고흥행 기록은 <원스>의 20만 관객이다. <워낭소리>가 지금과 같은 흥행추세를 이어간다면 20만 관객동원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문제는 20만 관객을 넘어 과연 3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분명 독립다큐멘터리영화가 2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는 것은 다음 작품이 그 이상의 관객도 동원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주게 된다.

 

<워낭소리>가 3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접근하면 우리 영화 저변 확대를 위해 상당히 좋은 일이다. 영화 제작사들이 좋은 작품에 관객들이 모여든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앞으로 작품성 뛰어난 작은 영화들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될 수 있다. 결국 한국영화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30만 관객 동원은 앞으로 <워낭소리>가 얼마나 더 많은 상영관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이 관객들의 호응이 계속 이어진다면 30만 관객동원도 분명 꿈은 아닐 것이다.

 

한국독립영화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워낭소리>가 과연 어디쯤에서 그 진군을 멈추게 될 것인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2.03 21:04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워낭소리 이충렬 블로그 인터넷 무비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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