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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진흥원은 29일 전국 1800여 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기 동향을 조사한 결과, 1월 체감경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경기실사지수는 해당 기간 경기가 나빠졌다고 평가한 업체가 긍정적 견해보다 많으면 100을 밑돌고, 수치가 낮을수록 부정적 의견이 많다는 뜻이다)가 38.7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견줘 14포인트, 지난해 1월 대비 40.6포인트나 추락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중개업의 체감경기 지수가 16.9로 가장 나빴다. 이어 개인택시(27.4), 사진촬영업(35.1), 소매업(34.9), 자동차전문수리업(35.4), 오락·운동서비스업(36.8), 음식업(43.8), 개인서비스업(45.5), 학원업(58.01) 등의 차례였다. 또한 경기불황의 여파로 자동차정비업체를 비롯해 음식점, 슈퍼, 학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 상황이 ‘사상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창녕의 경우 개인택시가 무려 110대입니더. 그것도 인구 10만일 때 기준이고, 지금은 상주인구가 고작 1/3밖에 안 됩니더. 신규 개인택시는 없고 지난 번 5대만 폐차되었을 뿐입니더. 하루 종일 차를 몰아봤자 적자다아입니꺼. 게다가 LPS값이 800원대로 올라버려 이제 이 장사로 재미가 없습니더. 그저 못 죽어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거지예.”

 

“그래도 거제 같은 데는 개인택시가 완전 호황이라고 하데예. 다른 경기는 다 죽어도 조선 경기가 좋아서 그런 것이겠지예. 이래가지고는 어디 자식 공부시키고 입에 풀칠이나 하겠나 싶습니더. 하루 절반은 손님 기다린다고 차를 세워놓고 있다아입니꺼. 차를 팔라고 해도 이미 제 가격받기는 틀리뿌렸심니더. 그래도 거제는 개인택시가 1억원을 호가한답니더. 그쪽사람들은 살맛나는 기지예.” 

 

그저 못 죽어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거지예

 

기자가 1일 창녕시외버스 정류소 앞에서 만난 개인택시 기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실로 아이엠에프 때보다 더 심하다”는 하소연이 분분했다. 한 시간여 머물러봤지만 십여 대 줄을 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택시를 선뜻 타려는 손님들이 없어요.” 그러니 기사들은 차를 세워놓고 삼삼오오 정치며 경제를 화제로 삼고 있을 뿐 아예 일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경기침체의 체감 정도는 정류소 구내식당과 인근 식당들에서도 비슷했다. 이미 정류소 내 분식점을 문을 닫은 상태다. 그리고 주변의 식당들도 실제 가게 문만 열어놨지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머지않아 가게를 접을 생각을 가진 업주들이 태반이었다. 이유는 한 달 내내 음식을 팔아도 가게 세를 내기도 빠듯하다는 얘기. 비단 이와 같은 현상은 소읍 창녕에만 국한된 실정을 아닐 것인데도 택시기사나 상인들 모두 삶에 대한 무력증이 심했다.

 

“지난여름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괜찮았지예. 근데 재작년부터 완전 개통된 우회도로 영향이 큰기라예. 창녕을 지나던 차들이 모두 읍내로 들어오지 않고 그냥 지나가버리니까 손님이 더 없는기라예. 그전에는 일반 손님들보다 화물차 기사들이 제법 많이 찾았습니더. 국도로 대구까지 운전하라카믄 창녕 아내면 별로 쉴 곳이 없었잖아예. 하지만 요즘은 길이 뻥 뚫려 한번도 쉬지 않고 대구까지 간다아입니꺼. 더구나 람사르총회로 우포늪이 각광을 받다보니께 환경에 너무 신경을 쓰는 탓도 크지예.”

 

택시기사나 상인들 모두 삶에 대한 무력증이 심해

 

상인들 말마따나 창녕의 대로는 여느 때보다 한산하다. 드문드문 지나가는 차량들도 쉼 없이 스쳐 지날 뿐이다. 더구나 창녕지역이 생태보전지역으로 묶이면서 사업체나 신규건물의 증개축에 대한 인허가가 까다로워 외지 업체들이 창녕에 공장을 짓는 것을 꺼리는 것도 한 이유다. ‘지역 경제가 살아나야 궁극적으로 나라의 경제가 사는 것 아닙니꺼?’ 상인들의 한숨소리만 거듭났다.

 

 

지금 소읍 창녕은 택시나 음식점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기까지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겠지만, 실제로 기자가 중심지 부동산 몇 곳을 다녀본 바로는 매물로 나와 있는 물건은 많아도 정작 사겠다는 발걸음이 없었다. 경기침체를 가장 먼저 체감하는 업종이 택시와 부동산업계다. 그나마 얼어붙은 바닥경기가 “해동할 쯤이면 풀리지 않겠나”하는 믿음을 상인들의 자조 섞인 말이 희망적이었다.

 

“내 나이 올해로 칠십이구먼. 평생을 운전대를 잡고 살았제. 배운 게 이것 밖이라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어. 그렇지만 제 아무리 손님이 없다고 해도 부지런을 떨면 밥벌이는 해. 그런 믿음으로 사는 거지. 어디 산 입에 풀칠하겠나. 경기란 것도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는 거야. 못살겠다, 힘들다고만 하지 말고 다들 제 위치에서 충실하면 사는 거야!”

 

아무리 손님이 없다고 해도 부지런을 떨면 밥벌이는 해

 

노익장다웠다. 많은 기사 분들이 팔짱을 끼고 나앉아있어도 그분은 “연방 차를 닦고 부시면서 손님을 기다린다”고 했다. 또 한 분, 정류소 부근에서 30년째 해장국 장사를 하고 있다는 할머니 지론도 “음식을 정성껏 마련해놓고 기다리면 손님은 온다”고 했다. 다들 그런 마음가짐으로 달려 들면 이까짓 경제난국쯤이야 능히 헤쳐 나가지 않을까. 그러나 길게 늘어선 개인택시들을 보며 발걸음이 무거웠다. 언제쯤 창녕에 따뜻한 봄기운이 똬리를 틀까?    


태그:#개인택시, #상인, #경기침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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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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