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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는 양재역 사거리 도곡동 957번지

 

강남, 이 단어를 보면 '대치동'과 '학원' 그리고 '부자'라는 명칭이 떠오를 것이다. 행정 명칭인 이 단어를 듣는 순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 부분에 동의한다. 맞는 얘기다. 그렇지만 강남구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가 아니다. 우리가족 역시도 그렇게 부자가 아니면서 가난하지 않는 '평범'한 가정이다. 행정구역상 강남구에 살뿐이다.

 

이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우리집은 말죽거리라고 불리는 양재역 4번출구 앞에 위치했다. 교통과 업무시설 등이 잘 갖춰진 곳 중 하나다. 심지어 강남과 서초 그리고 성남 거주민들이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곳이다.

 

많이 발달된 우리동네 양재역, 현재 신분당선 신축준비중이다. 그외에 여러시설물 등을 보충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세세히 살펴보면 우리동네의 변화과정에 무심할 때가 많았다. 어느 부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내가 자주 가는 곳은 이제 어떻게 됐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직접 걸으면서 확인하지 못하고 급한 마음에 자가용을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우리동네를 차로 지나가면 항상 똑같다고 생각을 한 지 22년, 이제부터 우리동네의 세세한 변화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걸어보기로 했다. 양재역부터 강남역까지 총 40여분이 걸리는 왕복거리를 돌아봤다. 걸으면서 본 우리동네 '강남대로'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어, 왜 없어졌지? 음식점, 자동차판매점 많이 없어져

 

 

항상 똑같아 보여 별것 없겠지하며 걸었던 강남대로, 그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영업중단'.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맛있게 먹었던 냉면집이 폐업했다. 또 기념일 때마다 자주갔던 패밀리 레스토랑점도 문을 닫았다. 심지어 다양한 모델을 전시해 구매욕구를 불러일으켰던 자동차 판매점도 사라졌다. 불과 50m 떨어진 거리에 내가 알던 곳이 무더기로 문을 닫은 것이다.

 

건물 신축관계로 영업을 중단한 이 냉면집은, 업무시설이 주변에 많아 장사가 잘됐다.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로 꽉 차 줄을 서야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냉면집은 독특하게 삼겹살과 함께 나오는 물냉면과 각종 안주로 사랑을 받았는데, 특히 24시간 영업을 해 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잘 되는 모습을 보며 '다음에 또 와야지'하는 생각이 들던 찰나. 건물신축관계로 문을 닫았다. 이유가 뭘까? 양재역 일대는 최근 건물신축과 리모델링 공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무려 수십 년 된 낡은 건물들이 이곳에 많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깔끔한 미관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끝에 현재 양재역 일대는 오피스텔과 각종 의료복합시설이 들어섰다. 이 덕분에 양재역 주변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같은 정비가 부족했을까? 이번에도 양재역 일대에선 무려 건물 3개가 철거될 운명에 처했다. 역시 건물신축을 위해서다. 벌써부터 이 낡은 건물에 입주한 상인들은 속속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문을 닫고 있다. 이 냉면집도 개발의 영향을 받게 됐다. 도시미관을 위한 개발계획이 음식에 대한 추억과 향수를 한순간에 깨트리는 듯했다.

 

젊음의 거리 강남역 주변, 미디어스테이지 보고 깜짝

 

 

강남역부터 교보타워사거리까지에선 젊은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친구와의 술자리, 영화관람 등 유흥거리들이 가득한 곳도 바로 이곳이다. 그만큼 상업시설도 많이 발달됐다. 또 길거리의 노점상들도 많이 위치했다.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이곳에 디자인거리 유치계획을 세우자 노점상인들은 반발했다. 디자인거리가 시공되고 난 후엔 자신들의 생존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천막까지 치면서 디자인거리 조성을 막기위한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은 한순간의 재로 변했다. 한때 이들은 '김밥 할머니를 폭행한 용역업체들이 이곳에 찾아와 난리법석을 만들었다'는 안내문까지 만들정도였다.

 

사진에서 증명하듯 한때 논란이 됐고, 싸움도 많았던 디자인거리 조성. 해가 지나자 서서히 윤곽이 드러났다. 가장 놀라운 것은 미디어스테이지. 업무시설과 유흥시설 등 문화 요충지로서의 역할을 뚜렷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이 시설물은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몇 개월 후 이 시설물이 작동되면 마치 새로운 세상에 온듯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보도블록도 정비된 모습이다. 울퉁불퉁하고 조립이 안맞아 넘어지기 일수였던 이곳이 점점 대리석으로 덮였다. 넘어질 걱정은 이제 없다는 것을 각인시킨 셈이다.

 

공공디자인전에서도 선보인 강남대로 '디자인거리', 작년에는 논란도 많았고 아픔도 많았던 곳이었다. 하지만 해가 지나면서 새롭게 환골탈태하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렇게 50여분간 총 2km정도 되는 우리동네 '강남'을 걸으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게됐다. 대부분 내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해 관심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자가용 이용이 습관화됐기 때문이다. 만일 심심하고 따분하면 직접 거리를 걸으면서 우리동네의 작은 변화를 관찰하는 것이 어떨까? 새로운 정보를 알 수 있는 뿌듯함과 운동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포터, 캠퍼스라이프, 네이버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남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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