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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밀어붙이면 안 된다. 그걸 용산에서 보여준 것 아니냐?"

 

22일 장하성 고려대 교수(경영대학장)의 이명박 정부 비판은 거침이 없었다. 그는 "지도자의 역량이 부족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 장 교수는 "지하벙커 들어가면서 시장이 놀라기는커녕 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만수 경제팀의 환율 개입에 대해서는 "환율 정책을 잘못 잡은 게 지금 결정적인 어려움의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 수송동 희망제작소에서 열린 '희망의 길을 찾다' 신년특별강연에서 장 교수는 "희망이 멀어지고 있다, 고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액주주운동에 앞장서며 개혁적 시장주의자를 자처하는 장 교수가 공개적인 강연을 통해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박 대통령,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정치지도자의 역량이 부족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와 리더십이 부재하다. 몇 가지 사회적 사건을 보면, 사회적 합의 도출에 실패한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장하성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의 대해 가감 없는 비판을 내놓았다. 그는 "당장 국민들이 무엇 때문에 분노하고 힘들어하는가와 전혀 관계없는 문제를 정치 이슈화 시키고 있다"며 "경제현실적인 이슈를 이념의 틀 속에서 해결하려든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어떤 정책을 말할 때 꼭 '일자리 창출'을 붙인다"고 지적한 장 교수는 "방송과 은행을 재벌에 주는 것도, 운하를 파는 것도 모두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는데, 어떤 근거에서 일자리가 더 생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녹색 뉴딜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많은 것들이 녹색으로 포장돼 있다"며 "운하가 경제적 사업인지 환경적 사업인지 사회적인 논쟁이 필요하다, 환경과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건 운하를 판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경인운하와 관련, 그는 "화주들은 무조건 물건을 빨리 받고 싶어 한다"며 "배로 여덟 시간 걸리는데 그렇게 한가한 화주가 어디에 있느냐, 그러한 속도전에서 제외되는 물동량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의지로만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친시장과 친기업을 구분 못 하는 이명박 정부"

 

이날 장하성 교수는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가 시장을 잘 이해하지 못 한다고강조했다.

 

"비상경제회의를 하려면 현장에 가서 국민들과 만나야 하는 것 아니냐. 여의도나 농산물시장에 가서 해야지, 지하벙커에는 왜 들어가느냐. 시장은 놀라기는커녕 웃어 버린다. 또 MB물가는 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서 괜히 욕먹는다."

 

또한 이명박 정부가 시장과 기업을 혼동하고 있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큰 실수는 친시장 정책을 써야하는데 친기업 정책을 쓰는 것"이라며 "정부나 기업이 시장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재벌 르네상스가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구택 포스코 회장 사퇴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만약 정치적 압력에 의한 사퇴라면, 시장경제를 망치는 일을 한 것"이라며 "이는 (정부여당이) 어느 기업의 CEO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시장 경제가 아니라 관치 경제"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지식경제 시대에 제조업식 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벌 총수 불러서 투자를 더 해달라고 하는데, 기업은 사회복지단체가 아니다, 절대 불필요한 인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며 "이런 정책이 반복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고통은 이제 시작, 이런 상황은 환율 정책 탓"

 

장하성 교수는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해 "고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극복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이르다, 상당히 걱정이 된다"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만든 것은 환율 정책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개입을 발언한 시점부터 우리나라는 환율이 10% 평가 절하됐다, 다른 나라들의 환율이 5~10% 절상된 것에 비춰보면, 15~20%의 환율격차가 벌어졌다. 지난해 1월 기준으로 현재 우리나라보다 환율이 더 오른 나라는 남아공밖에 없다.

 

수출 증진이 이유라지만, 이러한 환율 정책이 수출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느냐? 아니다. 세계 경제가 급격하게 위축되기 이전에도 엄청난 무역흑자는 없었다. 내수 성장도 중요한데, 환율 올라 물가가 오르니 내수 진작도 힘들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새 경제팀은 제발 환율과 주식시장에 대해서 언급을 안 하고 통화스와프를 하더라도 조용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껏 그런 발언들이 투기적 개입을 만들었다, 앞으로는 시장 개입 발언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도 희망은 있다"며 고언을 내놓기도 했다. 장 교수는 "이념 논쟁하지 말고, 현실 경제 속에서 국민한테 다가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대타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 뜻대로 안 된다고 밀어붙이면 안 된다, 그게 안 된다는 것을 용산에서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장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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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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