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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겨울 햇살 사이로 대나무와 차밭이 어우러져 시야를 맑게 해준다.
 따뜻한 겨울 햇살 사이로 대나무와 차밭이 어우러져 시야를 맑게 해준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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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푸름을 간직한 보성녹차 밭. 정갈하고 깔끔하게 정돈된 차밭이 품격을 말해주듯 지나가는 나그네의 시선을 붙잡고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겨울이 무색할 정도로 온통 푸른색의 차밭이 산등성이를 굽이굽이 돌아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어 왠지 보는 이로 하여금 옷매무새를 고쳐 잡게 한다.

정원수처럼 잘 다듬어진 차나무들이 산비탈의 구부러진 골짜기를 따라 늘어서 있는데, 바람이 일면 마치 푸른 바닷물이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는 듯하다. 주변 경관 역시 빼어나 기 때문에 사시사철 가리지 않고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지나치려했던 나그네의 발걸음을 또 다시 멈추게 하며 깔끔하게 정리된 차밭의 드넓은 녹음이 시야를 맑게 해준다. 모 TV광고처럼 수녀님과 비구승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곳에는 모델이라도 된 듯 포즈를 잡는 사람들이 있다. 전국 차 생산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답게 가는 곳마다 녹차천지다.

차밭 사이로 따사로운 겨울 햇볕이 내리쬔다. 무리를 지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삼나무 사이를 걸어가는 여인들이 있다. 간간히 그 사이로 웃음소리가 들린다.

전주 모 중학교 동료 선생들과 함께 차밭 구경릉 나왔다는 왼쪽 박은하씨와 동료들이 환한 미소를 보낸다.
 전주 모 중학교 동료 선생들과 함께 차밭 구경릉 나왔다는 왼쪽 박은하씨와 동료들이 환한 미소를 보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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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오셨나요? 친구들이신가요? 무척 즐거우신가봅니다.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었어요."

“아네. 그런가요? 저희는 전주에 있는 모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들이에요. 방학 중이기 때문에 여유로운 시간을 마음껏 느끼기 위해 홀가분한 마음으로 동료들과 함께 오랜만에 모여 맑은 햇볕과 푸른 녹차 밭을 구경하려고 왔어요.

잘 가꾸어진 삼나무 아래를 걷다보니 그동안 아이들한테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가네요. 상쾌한 기분으로 웃다보니 담장을 넘었나봅니다. 여인의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었으니 옛날 같으면 쫓겨났겠네요. 호호호 카메라를 보아하니 사진작가신가 봅니다. 

좋은 작품 많이 담으셨나요? 사진을 찍다보면 좋은 곳을 많이 여행 다니시니 참 좋겠어요. 저는 자유롭게 여행 다니면서 아름다운 곳을 많이 보고 기억 속에 저장하고 가슴으로 묻어두며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더라고요. 늘 아이들과 부딪히며 실랑이를 해야 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주름살만 느는 것 같아요. 물론 나름대로 뿌듯함과 보람은 있지만 말이죠."

"모처럼 마음도 홀가분하고 탁 트인 차밭을 구경하셨으니 기분이 좋지요? 멋진 사진도 찍어 드릴까요? 광고의 한 장면처럼은 아니겠지만 모델보다 멋지게 찍어 드릴 테니 다정스럽게 친한 척 하면서 곧게 뻗은 쭉쭉 빵빵 삼나무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해 주실래요?"
"그래도 되나요? 작가님이 찍어 주시면 뭔가 다르겠지요?"

"쑥스러운 마음에 작가는 아니고요. 여행을 하면서 기사를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다섯 분이 오셨나요?"
"아뇨 몇몇 동료들은 입구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있어요. 걷기 싫어하는 동료도 있고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동료도 있어요. 그래서 찻집에서 녹차의 은은한 향을 느끼며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지요. 저희도 찻집으로 가서 몸도 녹일 겸 차밭에 왔으니 녹차 한잔 할 겁니다."

"기사라면 기자신가요?"
"인터넷 뉴스 <오마이뉴스>시민기자입니다. 기사에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올려도 되겠지요?"
"네에, 괜찮아요. 그럼 예쁘게 찍어 주세요. 호호호."

일행 중 한 미모 하는 박은하 선생님이 환하게 웃는다.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다. 아이들과 생활하는 교사들이라서인지 밝고 쾌활해 보인다. 그녀들을 보니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보성읍에서 율포해수욕장으로 가는 18번국도를 따라 8㎞쯤 가면 봇재가 나오고, 이 봇재 아래로 굽이굽이 짙은 녹색의 차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보성읍에서 율포해수욕장으로 가는 18번국도를 따라 8㎞쯤 가면 봇재가 나오고, 이 봇재 아래로 굽이굽이 짙은 녹색의 차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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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정돈된 차밭 사이로 햇살이 내리쬔다.
 깔끔하게 정돈된 차밭 사이로 햇살이 내리쬔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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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cf 광고에 수녀님와 비구승이 나왔다는 장소이다. 녹차와 삼나무가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모 cf 광고에 수녀님와 비구승이 나왔다는 장소이다. 녹차와 삼나무가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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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으로 녹차의 향과 달콤함을 느낄수 있는 녹차라떼, 한모금 마시자  녹차향이 입안가득 고인다.찻집에서 판매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녹차의 향과 달콤함을 느낄수 있는 녹차라떼, 한모금 마시자 녹차향이 입안가득 고인다.찻집에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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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를 이용하여 만든 녹차찐빵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한입 베어 물자 녹차의 은은한 향이 묻어난다.
 녹차를 이용하여 만든 녹차찐빵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한입 베어 물자 녹차의 은은한 향이 묻어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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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와 함께 찾아온 가족들도 있다. 아이는 엄마에게 '녹차가 뭐야?'하며 질문을 한다. 보는 것마다 신기한지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두 딸과 함께한 가족이 실랑이를 하고 있다. 하이힐을 신고 온 엄마는 가파른 차밭을 걷는 것이 힘드니 아래서 기다리겠다하고 딸들과 아빠는 조금 만 더 걷자며 엄마를 설득하고 있다.

사계절 푸름을 간직한 녹차. 멀리 찻집 창문 틈에서 새어 나오는 차향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 차밭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이 편안해 보인다. 차향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찻집에 들러 녹차라떼 한잔을 샀다.

삼나무사이를 걸으며 차를 한 모금 들이키니 차향과 달콤함이 어우러져 그 맛이 일품이다. 추위도 단숨에 물러갔다. 차 맛도 좋지만 가격도 저렴하다. 이곳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녹차 쿠키도 보인다. 쿠키를 좋아하는 딸을 위해 한 봉지 사들고 나왔다.

입구에 도착하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사이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녹차찐빵이 보인다. 넓은 녹차 밭을 한참을 걸어 구경하고 나오니 마침 허기가 진터라 푸른색의 녹차찐빵을 보니 군침이 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찐빵을 들고 한 잎 깨물자 녹차향이 입 안 가득 고인다.

소박하면서 소담스러워 보이는 녹차꽃이다.
 소박하면서 소담스러워 보이는 녹차꽃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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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수처럼 잘 다듬어진 차나무들이 산비탈의 구부러진 골짜기를 따라 늘어서 있는데, 바람이 일면 마치 푸른 바닷물이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듯 물결치는 보성차밭,
 정원수처럼 잘 다듬어진 차나무들이 산비탈의 구부러진 골짜기를 따라 늘어서 있는데, 바람이 일면 마치 푸른 바닷물이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듯 물결치는 보성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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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밭 사잇길을 걸어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가족들.
 차밭 사잇길을 걸어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가족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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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에 녹차꽃을 본 적이 있다.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녹차꽃을 보면서 녹차에 꽃이 핀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화려하지도 않고 소박한 모습이 녹차 향만큼이나 정갈하게 느껴졌다. 푸른 녹차 밭을 눈으로 즐기고 코로 음미하고 맛으로 즐기며 오감만족을 느낄 수 있으니 모든것이 즐겁다. 어느새 뉘엿뉘엿 하루 해가 저문다.


태그:#보성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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