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14일 '오연호의 기자만들기'(오기만) 수업이 진행되는 '오마이스쿨' 세미나실. 13명의 참가자들은 시험이라도 보는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책을 열심히 뒤적거리고 있다. 모두 똑같이 들고 있는 책은 잠시 후 강의를 듣게 될 손낙구씨의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책이다.
 
이거 정말 무서운 책이다. 첫 장부터 시작해 수도 없이 쏟아지는 통계와 수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어렵고 복잡해서가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통계자료를 통해 확인시켜주는 분노유발형 이야기에 분노의 고개가 절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부동산 계습사회>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철저한 통계자료를 통해 하나부터 열까지 친절하게 풀어 알려주는 마치 초등학교 시절 학습전과같은 책이다.
 
강의를 시작한 그는 놀랄만한 이야기부터 꺼내 놓았다. 수학이 싫어서 자연계를 가지 않고 역사학과를 갔다는 그가, 특히 "통계가 너무 어려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썼다고 상상할 수 없는 책이었다. 심지어 그가 며칠 동안 계산기를 두드려 구해낸 자료를 통계청에서 물어볼 정도였다고 한다. 믿을 수밖에 없다. 그의 책이 명백한 증거이다.
 

"혼자 질문하고 풀어가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썼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부동산이 비싼데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비싸면 얼마나 비싼가', '비싼데 왜 계속오르는가', '비싸서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계속 확대해 가면서 그 답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책을 썼는지 이야기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책 서문에서 썼던 것처럼 80년대 말, 정태춘씨의 <우리들의 죽음> 노래가사에 나온 이야기를 꺼냈다.

 

"86년부터 공장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했습니다. 80년대 말 3차 부동산 투기 때 잠긴 지하셋방에 불이나 어린 남매가 죽는 사건부터 전세값 폭등으로 17명이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는 당시 이런 사건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에게 실망했었다.

 

"투기로 인해 고통 받는 민중들을 보고 노동운동이 할 수 있는 건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그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2004년 국회 보좌관으로 정치활동지형을 바꾸면서 이 문제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03년 민주노총 대변인에서 17대 국회 심상정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하게 된 그는 오랫동안 빚진 마음을 풀어 낼 수 있었다.

 

강의에서 그는 우리나라의 빈부격차는 곧 부동산 재산 격차라고 설명했다. 저출산문제, 노동쟁의발생, 수명과 학력의 지역별 차이 등도 부동산 격차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각종 자료로 증명하고 있었다. 그는 주택문제의 해결을 위해 무엇보다 토지 소유의 개념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유의 부동산을 늘리고 투기위험이 없는 공공주택을 늘려가는 것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늘려가야죠."

 

국민 10명 중 9명이 주택을 보유한 싱가포르의 모델을 해결 방향으로 제시했다. 강의 후 이어진 문답에서 '현재 주택가격의 적정선은 어느 정도라 생각하는지'라는 질문과 '앞으로의 주택 가격변화는 어떻게 예상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신중한 자세로 답변했다. 

 

"80% 정도의 대다수의 집은 2억5천만원 이하로 비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강남지역은 거품이 심해 절반정도로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밖에 지역의 고가아파트들은 20~30% 정도 낮아져야 적당하다 봅니다. 부동산 문제는 실물경제의 문제로 다루기보다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세 가지 정도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일본처럼 급격한 하강현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또 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급격히 떨어졌다가 다시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 그리고 지금처럼 계단형으로 투기가 일어나는 현상이 유지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손학구씨는 본인은 책에서 정의한 부동산 계급 중 3급이 되고 싶은 4급이라고 말했다. 자기 집을 갖고 싶은 전·월세 가구를 뜻한다. 앞으로 활동계획을 묻는 질문에 "먹고살고 싶어요"라고 말한 그에게서 오랜 노동운동으로 생활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해왔던 활동의 연장선에서 활동 하고 싶습니다'면서 "얼마 전 두 번째 책을 마무리했습니다"라며 지칠지 모르는 그의 열정과 타협할 줄 모르는 그의 노력이 계속 되고 있음을 알렸다.

 

부자들이 평정한 부동산 무림에 서민파 대표 고수로 등장한 손낙구씨. 그의 높은 내공으로 부동산 계급사회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길 기대한다.


태그:#부동산, #손낙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