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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최근의 교과부 현안에 대한 보고와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다. 여기에서는 최근 교육계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역사 교과서 교체 문제나 자율형 사립고, 영재 학급 등에 관한 사안과 교육계 최대의 이슈인 7명의 파면·해임 교사를 둘러싼 보고와 질의 응답이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안병만 교과부 장관과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등이 참가하여 의원들의 질의에 진땀을 빼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구산초에서 해직된 정상용 교사, 거여초에서 해직된 박수영 교사와 학부모들이 방청객으로 참가하여 과정을 지켜보았다. 애초 한나라당 측에서 해직 교사들의 방청을 반대했으나 안민석 민주당 의원 등의 적극적인 주장 끝에 겨우 방청할 수 있었다.

 

[질문- 누가 그랬을까 ①]

 

"앞으로 이 졸업시즌, 앞으로 내가 일일이 (해직교사들을) 가 찾아 보고 대화도 이루어지겠고, 또 교장 선생님하고도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아무쪼록 소청심사, 행정소송 등에서 많은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기도를 잘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①해직교사 제자 ②해직교사 학부모 ③해직교사 동료 ④해직교사 가족 ⑤공정택 교육감

 

7명의 파면 해직 교사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나고 있는 이 말은 누가 했을까?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이들을 일일이 찾아가고, 교장 선생님하고도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소청심사와 행정소송에서 구제될 수 있도록 기도까지 하겠다고 했을까?

 

어느날 갑자기 자기의 담임을 빼앗겨 버린 제자들이 한 말도 아니다. 물론 그 학부모들이 한 말도 아니고, 동료 교사들이 한 말도 아니다. 그 가족들이 한 말은 더더욱 아니다. 절대로 이 말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한 사람, 바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국회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과 해직 교사, 학부모들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한 말이다.

 

교사들을 해직시킨 당사자인 공정택 교육감이 교사들의 구제를 위해서 기도하겠다는 이 말을 들은 해직 교사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악어의 눈물' '적반하장' '철면피' '안면몰수' '병주고 약주고'… 이런 경우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어느 것인지 정말로 헷갈린다.

 

[질문- 누가 그랬을까 ②]

 

"금품수수, 회계집행 부적절 정직 2개월, 수학경시대회 점수 임의로 변경 채점 정직 3개월, 뇌물수수로 기소유예 감봉 1개월, 학생 체벌 견책, 민간 참여업체 강사 성희롱 불문경고, 여태까지 이렇게 되어 있거든요. … 이번에 전교조 교사 여섯 분인가 일곱 분인가 해직한 것은 국민들 법감정을 봐서도 사실은 좀 너무 오버하신 측면이 있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① 민주당 안민석 의원 ②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③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 ④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뜻밖에도 이 말을 한 사람은 '전교조 저격수'로 불리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다. 물론 안민석, 권영길 의원 등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뿐 아니라 자유선진당의 이상민 의원, 심지어는 친박연대의 정영희 의원까지 파면 해임 징계는 문제가 있다며 교육감의 결단을 촉구하였다.

 

국회의원 당선 이전에는 반전교조를 표방하는 뉴라이트 교육단체인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의 대표였고, 당선 이후에도 줄곧 반전교조를 표방하며 활동해왔던 조전혁 의원도 이번 징계에 대해서는 파면 해임이 과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조전혁뿐 아니라 김선동, 권영진, 김세연 의원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이 교사들의 행동에 비해 파면·해임 처분을 한 것은 공정택 교육감이 잘못한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MB정부에서 교육 분야만큼 보수와 진보의 입장이 명확하게 대립하고 있는 곳이 드문 것이 현실인데 이번 일제고사 파면 해임 교사들의 징계 양정에 대한 입장은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까지 동의할 만큼 공정택 교육감이 잘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 조사 결과에서도 징계가 잘못되었다는 의견이 잘 되었다는 의견보다 2배나 높게 나왔고, 중도적 교원단체인 좋은교사모임 소속 교사의 여론조사에서는 무려 91%의 교사들이 징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①] 법도 잘 모르면서 법 핑계 대는 교육감

 

"징계처분 당사자와 일부 교원단체에서 징계 철회와 재심사 검토를 요구하고 있으나 징계권자는 국가공무원법 제78조 1항에 의거하여 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른 징계처분을 하였기에 징계 철회와 재심사 검토는 불가능합니다. 다만 징계 대상자는 소청심사와 행정소송을 통하여 권리구제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말은 공정택 교육감이 한 것이다. 언뜻 들으면 자신도 징계 교사들의 징계를 철회해 주고 싶지만 법적으로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신도 어쩔 수 없어서 안타깝다는 표현으로 들린다. 그래서 법적으로는 할 일이 없으니까 구제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고 한 것일까?

 

그러나 이는 초보적인 법률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교원의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에 의한 위임 법령인 대통령령 제20740호 교원소청에관한규정 제7조(처분의 취소) "청구인이 소청심사청구를 제기한 후 피청구인이 소청심사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을 취소·변경하거나 그 소청심사청구의 취지에 따라 다시 처분을 한 때에는 심사위원회와 청구인에게 그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규정하는 바에 의해 피청구인인 공정택 교육감은 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인 7인 교사의 파면 해임을 취소 변경할 권한이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그 처분을 한 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와 징계 교사들에게 통보하면 된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②] 교육감의 무지와 책임 회피는 계속된다, 쭉~

 

현안 보고에 이어진 국회의원들과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공정택 교육감의 교육 관련법에 대한 무지가 여기 저기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교육기본법 제13조(보호자) ② "부모 등 보호자는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의 교육에 관하여 학교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학교는 그 의견을 존중하여야 한다" 등에 의한 '자녀에 대한 교육의 책임과 결과는 궁극적으로 그 부모에 귀속된다는 점에서 국가는 제2차적인 교육의 주체로서 교육을 위한 기본 조건을 형성하고 교육시설을 제공하는 기관일 뿐'이라며 학부모의 선택이 우선임을 명확히 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초중등교육법 제9조에 의해서 학업성취도 평가의 주체는 교과부의 장관이며, 그 교과부의 장관은 전국 모든 학생의 일제고사가 아니라 표집평가를 결정하였음에도 권한이 없는 교육감이 전집 학업성취도 평가인 일제고사를 실시해 놓고도 이 법을 근거로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그리고 이 규정 어디에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반드시 학업성취도 평가에 전집으로 참가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은 없으며, 이 조항을 어길 시의 처벌 규정 또한 없다는 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공정택 교육감이 마지막으로 할 일은 '결자해지'

 

국회 출석 요구에 갑자기 당뇨 수치가 높아졌다면서 병원에 입원해 버린 것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정택 교육감은 이번 국회 현안보고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

 

자신은 이번 징계에 대해서 잘 모르며, 부교육감인 징계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징계위원회의 파면·해임 의결에 동의해 준 것뿐이라고 하면서 부하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러나 교육공무원징계령 등 우리 법률 상 교육감은 징계위원회에 징계를 회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징계요구권자이며 징계위원회의 징계 의결을 최종적으로 확정하고 처분하는 징계 처분권자이다.

 

또한, 학부모의 선택권을 부여한 미국의 학업성취도 평가 관련 규정과 학교별로 또는 교육위원회별로 집단적으로 시험 참가를 거부하거나 성적 제출을 거부한 영국과 일본의 사례에 대해서도 명확히 답변하지 못했다. 이상민 의원의 책임에 대한 사퇴 추궁도 얼버무렸다.

 

공정택 교육감은 지난 선거에서 무수한 불법 의혹을 받았고 그 중에 일부 혐의가 인정되어 검찰에 의하여 기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시민단체들에서는 드러난 혐의만으로도 더 이상 '교육 대통령'을 계속할 명분도 정당성도 상실하였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런 사퇴 요구에 공정택 교육감은 명확히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퇴에 대한 입장 표명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 법률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징계 사건이 재심중일 때에 교육감이 징계를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다. 스스로 강조하는 것처럼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정말로 파면해임 교사들의 구제를 위해서 기도할 마음이 있으면 법에 따라서 파면·해임 처분 취소부터 해야 한다. 이것이 공정택 교육감이 교육감으로서 해야할 마지막 임무가 아닐까?


태그:#공정택, #서울교육감, #파면 해임, #해직교사, #일제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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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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