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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충북 진천의 연곡저수지. 꽁꽁 언 얼음, 허허벌판처럼 널찍한 저수지, 며칠 전 내린 눈이 그대로 남아있을 만큼 차가운 날씨, 계곡을 흐르던 한여름의 물줄기를 대신 해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는 겨울바람이 내는 '씽씽' 소리를 조합하면 대충 밑그림이 그려질 듯한 배경에 겨울낚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풍경입니다.

 

밑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 그런 풍경, 꽁꽁 언 얼음이 허허벌판처럼 널찍한 겨울 저수지에서 사람들이 겨울 낚시를 합니다. 다른 계절의 낚시터에서처럼 강태공 어른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기다란 낚싯대를 휘휘 돌리며 추 달린 낚싯줄을 던지는 모습도 아닙니다. 실패처럼 낚싯줄을 감고 있는 짧은 도구와 물에 동동 떠있는 찌가 전부입니다.

 

간이의자를 놓고 잔뜩 웅크린 채 낚시를 하고 있는 어른도 없지는 않았지만 대개는 소꿉놀이를 하듯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족 단위입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하는 가족의 모습이라서 그런지 몸이 움츠러들 만큼 차가운 얼음판일지언정 따뜻한 분위기입니다.

 

엄동설한 얼음낚시에도 세월이 낚이나요?

 

강태공들이 낚시는 세월을 낚는 일이며 손맛이라고 했는데, 얼음을 깬 작은 구멍으로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는 저 사람들 역시 세월을 낚고 손맛을 즐기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강태공들도 아니고, 아무리 두텁게 입었어도 추위를 느낄 수밖에 없는 겨울 낚시니 세월까지 낚는다는 건 허풍이겠지요. 하지만 얼음을 깬 구멍에 동동 떠있는 찌가 윙크하듯 움찔거릴 때 손끝의 말초신경을 통하여 맛보는 손맛은 감히 경험을 해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고도 재미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쥐여준 낚싯줄을 들고 있던 꼬마는 엉겁결에 맛보는 손맛이 너무 진한지 진저리를 치듯 환호합니다. 그렇게 한번 손맛을 맛본 아이는 손이 벌겋도록 얼어 있으면서도 낚싯줄을 놓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몇 시간이나 낚아 올렸나, 얼음을 깨 임시로 만들어 놓은 구멍마다 손가락 크기의 빙어들이 한 사발씩은 들어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펄떡거리는 빙어에 새콤달콤한 초장을 푹 찍어 먹던 모습을 떠올리다 보니 저절로 입맛을 다시게 되고 침마저 꿀꺽 삼키게 됩니다. 

 

얼음을 뚫은 구멍이 너무 다닥다닥해 얼음이 깨지거나 주변이 무너지며 혹시 빠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얼음이 두껍고, 현재 기온이 매우 낮아 얼음이 점점 두꺼워지고 있는 상태라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음낚시를 하며 물을 끓여 컵라면을 먹고 커피를 타먹는 모습도 보입니다. 얼음과 불, 뭔가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부조화인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물을 끓이고 컵라면을 먹습니다.

 

얼음판 위에서 물 끓여 컵라면 만드네

 

 

위험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화기나 끓는 물이 얼음에 직접 닿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날씨가 워낙 차가워 이 정도는 문제없다며 그대로인 버너 밑을 보여줍니다. 그러고 보니 장작불을 피워야 구울 수 있는 고구마는 얼음 바깥쪽 땅 위에다 불을 피워 굽고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하고 있으니 안전 또한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기웃거리듯 둘러보는 동안에도 윙크 같은 입질이 계속되는지 낚싯줄을 들고 있는 사람마다 손맛에 감전된 짜릿함을 "어!" "어!" 거리는 외마디 소리로 토해 냅니다.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은 겨울 고기들이 건네주는 윙크 같은 입질에 짜릿짜릿한 손맛을 즐기고, 눈에 보이는 풍경과 귀로 들리는 소리에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추억을 양념으로 더해 조물조물 버무리고 나니 이거야말로 한겨울 가슴을 찌릿찌릿하게 하는 따스한 시간입니다.

 

귓전을 스치는 바람은 '씽씽' 소리를 낼 만큼 삭풍이었지만 마음에 부는 바람은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군고구마에서 모락모락 풍겨 나오는 달콤함이며, 벌나비의 날갯짓에서 이는 훈풍이었습니다.

 

빙어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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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윤수

태그:#빙어, #겨울낚시, #윙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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