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제(12일) 저는 30년 같이 길게만 느껴지던 너무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고, <결혼 3년만에 처음으로 아내에게 휴가를 주었다> 하였지요. 제가 딸아이를 어린이집에서 찾아 집에 가서 보니 식탁 위에 왠 편지가 있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저에게 보낸 것이었습니다.

편지 겉봉투를 보니 "건희 아빠 보시오~ 오늘의 미션봉투"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사진이 좀 흐려서 그런데 분홍빛 바탕에 예쁜 집 그림이 있는 봉투였습니다.

아내가 쓴 편지의 겉봉투 모습
 아내가 쓴 편지의 겉봉투 모습
ⓒ 임정혁

관련사진보기


봉투의 뒷면을 보니 예쁜, 그리고 메시지가 있는 스티커를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보면 마지막 "행복해"에 새까만 "ㅇ"과 하트 표시가 있지요. 자세히 보니 원래 문구는 "너 때문에 올 한해 너무 행복했어"인데, 아내가 자신의 뜻을 전하려고 "행복행♡"로 바꾼 것이더군요.

편지봉투를 붙였던 스티커. 글씨를 수정한 모습이 보인다.
 편지봉투를 붙였던 스티커. 글씨를 수정한 모습이 보인다.
ⓒ 임정혁

관련사진보기


내용을 열어 보니 아내 특유의 둥글둥글한 귀여운 글씨로 두 장이나 되는 편지가 있었습니다. 아내의 솔직한 마음과 사랑이 듬뿍 담겨 있는 첫 휴가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휴가 준 것에 대한 보람이 팍팍 들었습니다.

두장에 걸쳐 표현되어 있는 아내의 마음
 두장에 걸쳐 표현되어 있는 아내의 마음
ⓒ 임정혁

관련사진보기


편지를 읽으며 아내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쓴 글을 보고, 그에 대한 표현도 짧게 해주었더군요. 또 한켠으로는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다음 문구 때문에 그랬습니다.

"우선 불고기와 찌개가 있으니 데워서 먹고. 냉장고 윗칸에 반찬이 있어 꺼내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사놨어.... (중략) ... 건희와 즐거운 식사시간 갖고. 설거지는 내가 아침에 해도 충분하니깐 그냥 놔두고~ 건희 어제 목욕했으니 오늘은 그냥 손, 발, 세수만 하고 자도 될꺼야. 우유는 왼쪽 맨 끝 아래 싱크대 윗칸에 있어~ 1분만 살짝 돌려줘~"

저에 대한 마음과 딸아이에 대한 걱정 때문에 이렇게 자세하게 쓴 것이겠지만 어느덧 그 순수하고, 맑던 막내 딸 아가씨를 소위 말하는 '아줌마'로 바꿔놓은 것 같아 그랬던 것입니다. 그냥 어제 하루쯤은 모든 걸 잊고 쉬었다 오기를 바랐는 데 말이지요..

아무튼 아내는 장문의 편지를 마치며 이런 표현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음에 나도 근사한 휴가를 줄게. 기대해줘~ 사랑해요~ 정혁씨~ 감사해요~ 당신의 큰 사랑~"

자, 이런 표현을 본 후 제 반응이 어땠을 것 같으십니까. 당연히 기분 짱~이었지요! 세상에 어느 남편이 이런 최고의 표현을 보면서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편지지에 있는 집그림
 편지지에 있는 집그림
ⓒ 임정혁

관련사진보기


편지봉투에 있는 집 그림입니다. 핸드폰 카메라 렌즈에 상처가 많아 좀 지저분하게 나오긴 했습니다만 실제로는 참 예쁘고, 따뜻해 보입니다.

저는 이 그림을 보면서 우리 가정을 더욱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되게 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해보았습니다. 언덕 위의 예쁜 집까지는 아니어도 우리 부부의 마음 속에는 늘 이런 분홍빛 사랑이 살아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정과 애 때문에 웬수'와 함께 사는 게 아니라 서로의 인격을 알아가며, 더욱 설레는 사랑을 하게 하고자 하였습니다.

행복이란 찾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고,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바로 우리 안에 있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내, #부부, #결혼, #편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