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고등학교 다닐 때 국영수는 못했지만 '역사'는 정말 좋아했다. 우리 역사와 세계 역사를 쓴 단행본은 많이 읽었지만 우리 역사를 전체를 관통하는 통사(通史)는 읽지 못해 아쉬움이 많았다.

 

우리 통사를 읽는 일은 의미가 있다. 생각 끝에 통사 읽기에 나섰다. <동학농민전쟁 인물열전> <조선후기 정치사상과 사회변동> 따위를 쓰면서 민족사, 생활사, 민중사를 복원하는 데 열정을 기울인 이이화 선생이 쓴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전 22권>이다.

 

1994년 기획되어 1998년 <한국사 이야기 1>이 나왔다. 기획부터 완간까지 10년을 계획할 정도로 오랜 시간과 5천년 우리 역사를 담는 방대한 분량으로 전 24권을 계획했지만 2004년 전 22권으로 완간했다.

 

22권을 단 번에 읽어가기는 내 역량이 부족하다. 시간 날 때마다 한 권씩 읽어가면서 이이화 선생이 "우리 역사가 담고 있는 엄청난 기피와 넓이, 다양한 이야기를 제대러 담아내는 책을 한 번 써보고 싶었다"는 역사 연구 살이 40년 여행에 동참하기 했다.

 

"1권은 빙하기, 지구의 형성과 한반도의 지형 등 자연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인류의 발생과 종의 기원을 다루고 있다. 또한 최근의 인류학과 고고학 연구성과를 토대로 원시인들의 모습을 복원하여 만주 지역과 한반도에 생활터전을 잡은 우리민족의 시원(始原)을 좇고 있다. 역사시대를 연 조선, 부여, 삼한의 모습도 담았다." (20쪽)

 

우리 역사를 다루는데 만주지역과 한반도에 생활터전을 잡은 우리 민족 시원을 좇는 일은 타당하지만 '지구 형성'과 '한반도 지형' 지구과학과 자연사를 다루고, 인류발생과 종의 기원을 다룬 인류학과 고고학를 다룬 저자 관점이 처음에는 의아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전구적 환경과 연대하여 세계인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으며" 또한 "민족 이동과 교류는 인류문명의 보편적 발달과정"이라는 1권 저술 목적을 읽으면 '우리'만 강조하는 단일민족 사관에서 '다른 이'를 생각하는 '역사보편성'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한반도에 언제쯤부터 살았을까? 북한 학자들은 60만년 전부터라고 주장하고, 일제강점기 일본 학자들은 한반도는 구석기 시대가 없었다고 했다. 60만년 전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지만 일본학자들 주장은 1935년 함경북도 온성 강안리에서 구석기 유물이 발견됨으로써 한반도는 구석기 시대가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흥미를 끌었던 내용은 신석기 시대 "모계사회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저자 주장이다. 윈시씨족 사회가 '모계사회'였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집단혼으로 혼거하는 가운데 어미니 쪽으로만 자녀의 혈연관계를 따질 수밖에 없고," 다른 하나는 "여성이 농업을 이룩하면서 살림을 꾸리는 데에 주인 노릇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달리 생각한다. "아직 인문과 제도가 함양되거나 확립되지 않는 사회는 '힘'이 곧 정의였고, 아무리 원시씨족사회가 평등사회이지만 나이와 재능과 힘을 인정받는 거은 자연의 법칙"이라는 이유를 든다.

 

"인간은 힘을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원시공동체사회에서 여성들간의 단순한 협동과 역할을 두고 권한을 행사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한 판단이다. 따라서 모권사회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모가장제는 더욱이 있을 수 없었다." (93쪽)

 

저자는 단군신화를 '역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환단고기>에 나오는 역대 왕 이름과 재위 연대는 믿을만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조선(이하 조선)과 단군은 민족사의 출발점으로 우리 역사의 유구성과 독자성을 시사하고 있으며 우리 역사의 여명을 짐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단일민족'에 대하여 강하게 비판한다. 한반도 북쪽에서는 예맥, 조선, 부여, 고구려, 옥저의 구성원을 형성하게 했던 동이족의 한 갈애인 예맥족은 상고 시대 발해만을 사이에 두고 산둥반도, 요동반도, 조선반도를 연결하며 동이문화권을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남쪽은 삼한의 한족이 기본을 이루었는데 이 한족은 예족과 맥족과는 구분되었고, 오히려 일본과 밀접한 교류를 했다고 말한다.

 

"한민족은 여러 종족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섞인 것이다. 이들이 언어와 풍습을 공유하면서 단일에 가까운 민족을 형성해왔다고 보아야 한다." (169쪽)

 

주목했던 점은 조선이 멸망한 이유를 든 대목이었다. 조선 마지막 왕이었던 우거왕은 한 무제의 강한 군대와 맞서 결사항전을 했지만 언제나 내부의 적은 있는 법, 조선에는 후한 상을 내리겠다는 한나라 제의에 넘어간 장군들이 있었다. 조선 신하가 조선 왕을 죽였다. 끝까지 조선을 지키고자 했던 '성기(成己)'도 배반자들에 의하여 조선과 함께 삶을 마감했다. 그 때가 서기전 108년이었다.

 

"조선 대부분의 고위 대신들은 목숨과 영화를 찾아 항복했지만, 성기는 죽음의 길을 택했다. 그는 조선을 끝까지 지키려는 왕의 뒤를 이어 적과 분전하던 백성들의 여망에 따랐다." (260쪽)

 

하지만 나라를 팔아 부귀영화를 누려고자 했던 배반자들은 부귀영화를 얻었을까? 아니었다.

 

"이와 달리 네 명의 대신과 태자는 항복하고 협조한 공로로 한나라의 열후가 되어 중국 땅의 식읍을 받았으나 얼마 못가 껍데기 영화는 흐지부지되고 영락의 길을 걸었다." (260쪽)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1>를 덮으면서 떠오른 생각 하나는 우리 민족을 위대한 민족으로 미화시키기 위하여 '단일민족' 개념에서 벗어나 인류보편성을 통하여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삼국시대를 지나면서 '우리' 민족 중심으로 다룰 수밖에 없겠지만 '단일민족' 개념을 비판했다는 것만으로 작은 진보임은 분명하다.

 

다른 하나는 나라를 팔아 배신하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각인시켜 주었다. 배반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21권이라는 긴 여정이 남았지만 역사를 민중사와 생활사에 관심을 두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을 갈 수 있으리라.

덧붙이는 글 |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1> 이이화 지음 ㅣ 한길사 펴냄 ㅣ 10,000원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1 - 우리민족은 어떻게 형성되었나

이이화 지음, 한길사(2015)


태그:#이이화, #한국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