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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돼지국밥은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술안주는 물론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다.
▲ 밀양돼지국밥 밀양돼지국밥은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술안주는 물론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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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으로 올라갈 때마다 느낀다, 서울, 경기도, 충청도 쪽에는 순대국밥과 설렁탕은 많았으나 돼지국밥 흔치 않았다는 것을. 그러나 부산, 대구를 비롯한 경상도에는 유명한 돼지국밥집이 수도 없이 많다. 

단순한 지역 차이일까. 돼지국밥은 경상도 지방에서 즐겨먹고, 순대국밥은 서울이나 그쪽 지방에서 즐겨먹고 있다. 그렇지만 꼭 서울이나 그쪽 지방에서 순대국밥만 먹는 것은 아니다. 간혹 소머리국밥집이 있으나 국물 맛이 제대로 우려나지 않고 고기도 돼지만 못했다.

굳이 발품을 팔아 그쪽에서도 얼마든지 맛있는 돼지국밥집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 대부분은 부산 경남식의 국밥과는 맛이 달랐다.

충청 이북지방은 왜 돼지국밥이 흔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충청도 그 이북지방에는 오래전부터 소를 많이 키워서 그런 게 아닐까. 정말이지 곳곳에 소머리국밥은 많아도 돼지국밥은 보이지 않았다.

충청 이북지방은 왜 돼지국밥이 흔하지 않을까

돼지국밥 상차림은 어느 지역이나 비슷하다.
▲ 돼지국밥 상차림 돼지국밥 상차림은 어느 지역이나 비슷하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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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상도 사람들이 즐겨먹는 돼지국밥의 원조는 어딜까. 원조라고 간판을 내건 돼지국밥집이 너무 많다. 항간에는 부산이라고 꼽는 이도 있고 밀양 무안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정작 부산이 돼지국밥의 원조라고 얘기하지만 부산은 물론, 김해나 마산, 그 밖의 지역의 돼지국밥의 상호는 거의 다 '밀양돼지국밥'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 까닭이 무얼까.

무안읍내에 있는 동부식육식당이 그걸 증명하고 있다. 2대에 걸쳐 운영하고 있는 집이다. 밀양 돼지국밥의 원조라고 소문이 자자하며 일부러 이곳 식당을 찾아온다고 한다. 이집 국밥의 특색은 맑은 국 맛이 참으로 깔끔하다. 때문에 밀양돼지국밥 원조라고 하는데 부산 김해에서 유명한 밀양돼지국밥은 이집의 국밥맛과는 거리가 있어 이집이 원조라고 주장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저희 집은 다른 집과는 달리 돼지 뼈와 쇠뼈(우골)를 섞어서 국물을 우리기 때문에 국물이 탁하지 않고 맑으며, 비린 맛은 전혀 없어요. 그게 우리 집만은 독특한 비결입니다."

자칭 원조라는 자부심이 대단한 주인장의 말이다. 곁들여져 나오는 새우젓갈과 다데기로 간을 하고, 따뜻한 국물에 소면을 말아 먹은 다음, 잘 익은 김치와 깍두기와 밀양의 특산물인 청량고추가 국밥과 한데 어울리면 그 맛이 일품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즐겨먹는 돼지국밥의 원조는 어딜까

청량고추와 잘게 썬 마늘을 듬뿍 넣었다.
▲ 돼지국밥 청량고추와 잘게 썬 마늘을 듬뿍 넣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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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데기와 새우젓갈로 간을 한 돼지국밥, 부추도 가득 넣았다.
▲ 다데기를 푼 국밥 다데기와 새우젓갈로 간을 한 돼지국밥, 부추도 가득 넣았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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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국밥은 부산에서 쭉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익숙한 음식이지만, 다른 지역에서 먹기 힘든 음식 중에 하나다. 그만큼 돼지국밥의 정확한 유래가 알려지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널리 먹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이후 사람들이 가난했을 무렵이라고 한다. 가난한 시기에 쇠고기 뼈를 이용해서 만드는 설렁탕과는 달리 비교적 값싼 돼지 뼈를 이용해서 음식을 만들게 된 것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술안주는 물론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흠(?)이라면 돼지국밥집의 인테리어는 다 거기서 거기라는 것이다. 아마 그렇게 예의를 따지고, 부담스럽게 먹는 음식이 아니어서 그런 것일 거다.

아주 깔끔한 스테이크 전문점 같은 돼지국밥집이 생긴다면 신기해서 인기를 좀 끌지 않겠나? 하지만, 오히려 그런 자리라면 국밥 먹기에 불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돼지국밥이다.

필자도 아직 정확한 연유를 캐보지 못했다. 헌데, 어느 집이든 밀양돼지국밥집에는 늘 사람들이 북적북적 댄다. 이름값일까. 식사 때가 아니어도 번호표를 받고 가다려야 할 때가 부지기수다. 그래도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어디 붕어빵에 붕어가 들었습니까? 맛있으면 그만인기라."
"그렇지, 어딜 가든 돼지국밥은 밀양돼지국밥이야."

노익장 어른 두 분이 필자의 뜬금없는 물음에 다년 간 맛보았다는 밀양돼지국밥 애찬사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이내 따뜻한 숭늉 한 잔이 나온다. 돼지국밥집에 숭늉이라? 다소 걸맞은 얘기 같지만 국밥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에 맞춰 입안을 데워주기에 충분하다.

마침내 국밥이 나왔다. 여느 국밥집과 다름없는 반찬이지만 깔끔하다. 채 썬 마늘을 듬뿍 넣고 부추 무침 한 접시에다 뚝배기 가득 국물이 넘치도록 토렴해 주는 밀양돼지국밥, 한 숟가락 뜨기도 전에 찬사가 저절로 터져 나온다. 다데기를 잘 섞어 찬들과 곁들이면 즐거움이 입안 가득 해진다.

어딜 가든 돼지국밥은 밀양돼지국밥이야

창녕 학천돼지국밥은 밀양돼지국밥과 달리 맑은 국물에 대파를 가득 넣어준다.
▲ 학천돼지국밥 창녕 학천돼지국밥은 밀양돼지국밥과 달리 맑은 국물에 대파를 가득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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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학천돼지국밥에 비해 밀양돼지국밥은 맑은 국물에 고기가 가득 들었다.
▲ 밀양돼지국밥 창녕 학천돼지국밥에 비해 밀양돼지국밥은 맑은 국물에 고기가 가득 들었다.
ⓒ 박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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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추운 날, 경상도 어디를 가든 주위를 둘러보아 돼지국밥집이 있거든 망설이지 말고 들어가시라. 어느 집에 들러도 국물이 깔끔하고 담백한 게 입맛을 당긴다. 국밥 한 그릇이면 그만이다.

그러나 국밥을 좋아하지 않으면 술국을 시키면 맑은 국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내장을 시키면 쫄깃쫄깃한 게 씹는 맛이 아주 좋다. 냄새도 나지 않고 느끼하지도 않다. 그런데 돼지국밥은 비올 때 먹으면 그 포만감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하여 필자는 창녕의 돼지국밥집도 즐겨 찾는다. 역시 밀양돼지국밥이란 붉은색 간판에 허름한 가게지만 그 맛은 한결같다. 항상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분빈다. 더구나 한 잔 한 다음날이면 구수한 돼지국밥이 더욱 생각난다. 다음은 합천돼지국밥을 만나러 갈 예정이다. 밀양만 돼지국밥이 유명한 게 아니기에.


태그:#밀양돼지국밥, #원조, #해장국, #순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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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국기자는 2000년 <경남작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한국작가회의회원, 수필가, 칼럼니스트로, 수필집 <제 빛깔 제 모습으로>과 <하심>을 펴냈으며, 다음블로그 '박종국의 일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김해 진영중앙초등학교 교감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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