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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0월 볏가마를 야적하고 있는 충남 농민들.
 지난 해 10월 볏가마를 야적하고 있는 충남 농민들.
ⓒ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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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청의 한 농업정책과 직원이 "전농 충남도연맹이 도청 앞 현관에 쌓아 놓은 볏가마를 치우지 않을 경우 단체지원금 지급을 재검토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농 충남도연맹 관계자들에 따르면 충남도청 농업정책과 직원들이 7일 점심 무렵 농민회 관계자들을 만나 수 차례에 걸쳐 볏가마를 치워줄 것을 요구했다.

농민회 측이 이를 거절하자 이날 오후 1시경 농업정책과 모 직원이 "야적한 볏가마 때문에 진급도 못했다"며 "단체에 주던 지원금 지급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는 것.

전농 충남도연맹 등은 지난해 10월 28일  쌀값보장 등을 요구하며 벼 500여 포대(40kg)를 충남도청 현관 앞에 야적한 바 있다.

현장에서 직접 이 말을 들은 충남도연맹 장명진 사무처장이 즉각 "이는 단체에 대한 협박이자 모욕"이라고 반발해 양측 사이에 험한 말이 오고 갔다. 장 처장 등은 이에 대한 항의로 일부 볏가마를 풀어 도청 현관 앞에 뿌리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해당 도청 직원은 "함께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다가 이같은 말을 했다"며 "볏 가마가 두 달 넘게 쌓여 있어 실무자 입장에서 심적 압박과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서로 격앙된 상태에서 험한 말이 오고 갔다"며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지원금 지급 여부를 검토할 수는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후 해당 농민회 간부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며 "하지만 받아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단체지원금이 말 잘 듣는 단체에 주는 '금일봉'인가"

충남도청 직원의 발언에 항의해 도청 앞 현관에 볏가마를 풀어 뿌려 놓았다.
 충남도청 직원의 발언에 항의해 도청 앞 현관에 볏가마를 풀어 뿌려 놓았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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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충남도연맹 장명진 사무처장은 "해당 직원이 격앙된 상태에서 험한 말을 한 것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쌓아 놓은 볏가마를 치우지 않을 경우 단체지원금을 끊을 수 있다고 한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민들이 볏가마를 쌓아 놓을 수밖에 없는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이를 단체지원금과 지원과 연결짓는 공무원의 인식에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충남도연맹 김영호 의장은 "도청으로 받은 지원금은 모두 농민교육 사업과 행사 비용으로 쓰여지고 있다"며 "이를 마치 도청이 말 잘 듣는 단체에 지급하는 금일봉 쯤으로 여기는 풍토에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는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충남도연합회에는 지난해 9개 사업에 2억 1300만원 등 3년간 모두 5억 1600만원을 지원한 반면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에는 지난해 5개 사업에 7800만원 등 3년간 2억 2300만원을 지원해 특정단체에 편중지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태그:#충남도, #충남도연맹, #전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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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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