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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父子)의 이야기가 있는 곳 선재도, 안산시화방조제와 대부도를 지나면 선재도가 나옵니다. 영흥면 선재도는 섬의 주변에 아름다운 곳이 많고 물이 맑아서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던 곳이라 하여 선재리라 하였고 여러 개의 리를 통합하여 선재도라 불리게 되었답니다.

 

이 지역은 원래 남양부 영흥면 지역에 속했던 곳으로 1995년 인천시에 편입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 가면 생각나는 추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시간이 나면 이곳을 찾습니다. 이곳은 아버지의 바다로 유명한 이야기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도시에서 미술을 전공했던 연용씨가 어부로 삶을 살아가는 아버지의 실명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가 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던 곳입니다.

 

개펄과 바다와 바람과 싸우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신 어부의 삶이 있었던 곳입니다. 세상을 바라볼 수 없는 아버지는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에서만큼은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셨기 때문에 가슴에 묻었던 바다 선재도, 바다는 그분에게 평온한 안식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연용씨는 당뇨로 실명을 하신 아버지가 집으로부터 10여리나 떨어진 어장까지 밧줄을 연결하여 지팡이 끝 쇠갈고리 하나에 온몸을 맡긴 채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아버지의 삶을 기록하던 맑은 영혼을 가진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지금은 연용씨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함께 고기를 잡아 운영했던 식당도 다른 사람에게로 넘겼기 때문에 연용씨를 만날 수가 없었지만 그곳을 찾았을 때 그곳의 노을은 붉게 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도착하니 붉은 노을이 반깁니다. 그때 아버지를 지키며 따라 다녔던 '바다'도 온데 간데  없습니다. 바다는 개 이름입니다. 아버지의 삶의 일부였던 개이지요. 바다를 닮은 개가 한 마리 있긴 합니다. 아마도 바다의 새끼가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주인은 떠났지만 뉘엿뉘엿 넘어가는 햇살 사이로 비치는 노을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이며 연용씨에게서 소설 같은 아버지의 삶을 들었던 지난이야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추억을 남기고 간 자리에 또 다른 사람들이 추억을 만듭니다. 슬픈 추억도 기쁜 추억도 찾아오는 이들의 사연을 바다는 모두 보듬어 안아줍니다. 중년의 부부가 노을을 바라보며 손을 잡고 걸어갑니다. 바다 가운데 나아가 굴을 따가지고 나오는 어부들이 보입니다.

 

그들의 질펀한 삶과 함께 하는 듯 노을은 더더욱 붉게 타오릅니다. 노을빛이 어찌나 강렬한지 눈이 부십니다. 멀리 세 개의 해가 보입니다. 하늘에 하나, 바다에 하나, 개펄에 하나, 환상적인 노을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혹시 꿈에도 그리던 오메가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환상도 가져봅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꼭 한번 담아보고 싶은 작품 중에 해가 바다로 떨어지면서 만드는 오메가 모양을 하고 지는 모습을 담는 것이 꿈입니다. 일출이나 일몰 때 오메가를 만나면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보기 힘든 광경을 만났을 때 너무도 기쁜 나머지 아름다운 여인을 상상하며 ‘오여사’를 만났다든지 ‘오마담’을 만났다고 좋아들 합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오메가를 잡아보지 못한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콩닥콩닥 마구 요동칩니다.

 

아하! 그런데 오마담은 여인인 저에게는 냉정한 모양입니다. 멀리 보이는 섬으로 그만 떨어지고 맙니다. 설레며 기대했던 마음이 무색할 정도로 냉정한 오마담은 그렇게 저에게서 멀어져 갔습니다. 그렇지만 세 개의 해를 볼 수 있는 행운에 감사하며 카메라 장비를 철수 합니다. 오메가는 언제나 담아볼 수 있을는지~

 

 

 

 

자연은 우리들에게 언제나 풍부한 여유와 마음의 휴식처를 제공합니다. 늘 똑 같은 풍경을 선물하지 않고 언제나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보는 느낌 또한 언제나 다릅니다. 가는 곳마다 다른 느낌의 풍요로움에 늘 감사하며 자연 앞에 숙연해짐은 우리가 평생 함께해야할 우리들의 안식처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선재도의 지는 노을 사이로 붉은 빛이 영흥 화력발전소와 당진 화력발전소의 연기기둥을 감싸 안아줍니다. 붉게 타는 노을 속으로 점점 어둠이 다가옵니다. 차가운 바닷바람이 콧등을 칩니다. 황홀한 노을에 빠져 연방 셔터를 누르는 동안 몰랐던 찬기가 이제야 몰려옵니다.


태그:#선재도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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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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