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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예쁜 여자만 좋아하나요?"

몇 년전 유일하게 제대로 된 직장에 다니던 시절, 동갑내기 노처녀(?)가 나한테 물어봤던 질문이다. 회사분위기상 상황에 따라서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기는 했지만 무척이나 편했던 관계로 별다른 생각 없이 바로 대답했다.

"아마도 대부분은 그럴 것 같네요."

순간 그녀의 얼굴에 심각하게 굳어가더니 이내 울상으로 변해갔다. 그리고는 입술이 살짝 떨리는 것 같더니 나지막한 음성을 토해내는 것이었다. "그…그럼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죠?"

그녀도 여자였던 것일까,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할 것 같던 그녀 역시도 머릿속에는 예쁜 여자들에 대한 남자들의 심리가 궁금했었나 보다.

섹시함은 남자를 지배하는 여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싶다
 섹시함은 남자를 지배하는 여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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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상으로는 못나지 않았던 그녀

그녀는 못생겼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외모였다. 뭐 예쁘지도 않지만 163㎝정도의 신장에 뚱뚱하지도 그렇다고 마르지도 않은 건강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눈 코 입 크게 못난 구석도 없었다. 다만 얼굴에 여드름이 좀 있고 피지가 좀 많아 번들거리기도 했지만 그 정도 외모면 어디 가서 걱정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성격도 활발하고, 어디 가서 잘 어울리는 편인지라 아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었다. 실제로 동네 선배중 한 명은 나와 동석한 자리에서 그녀를 보고는 마음에 쏙 든다며 계속 소개를 요구했고, 나는 몰래(?) 그 상황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녀가 다니는 산악회에 선배를 가입시키는가하면,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을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알려주며 정보를 제공하는데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을 좀처럼 가리지 않을 것 같았던 그녀도 여자 특유의 부담감은 가지고 있었나보다. 무작정 들이대는 어설픈 작업에 그녀는 단호하게 "NO'를 표시했고, 소심한 선배는 금새 중도포기하고 말았다.

내가 선배를 몰래 지원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그녀가 만나는 사람이 이미 있었다는 이유가 존재했다. 그러나 아는 지인의 소개로 알게되었다는 그들은 몇 개월에 한번씩 정도밖에 서로 만나지 않았고, 데이트도 되게 형식적이었다. 어찌 보면 결혼적령기에 찬 남녀가 서로를 '보험용'으로 사용한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물론 그들은 일반적인 커플들과 스타일이 다를 뿐 자신들만의 뭔가는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매일 직장에서 붙어 다니는 내가 느끼기에 최소한 그녀는 그 남성분들보다 조금 나은 사람을 갈망하고있었던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난 그 남성분을 사진으로만 봤는데 상당히 뚱뚱해 보였다. 실제로 그분을 본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진보다도 훨씬 뚱뚱했다고 한다. 물론 난 뚱뚱한 사람들을 비하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녀의 주변사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을 뿐이다. 그녀는 평소에도 가끔 자신도 모르게(?) 살찐 사람이 싫다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얘기했었다.

그녀는 나에게도 여러번의 기회(?)를 줬다. 뭐 내가 특별하게 매력적인 남성이고, 그녀가 나를 많이 좋아했다기보다는 남성들의 대시를 많이 받아보지 못한 입장에서 새로운 이성에 대한 호기심 같은게 약간은 존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물론 동네 선배의 경우처럼 그녀에게 접근한 남성도 더러는 있었겠지만, 일단 그 선배 같은 경우는 인상도 많이 강하거니와 머리를 삭발로 밀어버려 웬만한 사람들은 외모에서부터 겁을 먹을 스타일을 갖고 있었다.

한술 더 떠 꽉 달라붙는 가죽점퍼에 손에는 파이터들이나 쓸법한 반장갑을 끼고 다녔으니 그녀가 원하던 평범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대단히 멀었던 것 같다. 이를 의식하고 선배에게 스타일의 변화를 종용하기도 했지만 원체 터프가이 패션으로 지내온 터라 어설픈 평범한 복장은 어색함만 가중시켰다.

어쨌거나 난 그런 기회를 받고 싶지 않았다. 당시 한참동안 솔로를 면치 못했던 입장에서 보면 고마울(?)수도 있겠으나, 이상하게 다른 여자는 몰라도 그녀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 못생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특별히 모난데도 없지만 이상할 정도로 여자로 느껴지지 않았다는게 그 이유다.

아무리 인간이 지적인 동물이라고 해도, 최소한 이성에게서 어느 정도의 성적매력(꼭 이상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은 느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와 상당한 기간 동안 붙어 다녔지만 손 한번 잡고싶다는 순간적인 충동조차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자제도 아니었고 인격도 아니었다. 이성으로 제어한 적도 없다. 그저 나를 완벽하게 오픈 시킨 상태였음에도 본능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신기했다.

그녀와는 일상의 작은 터치도 싫었다

그녀는 밤새도록 게임을 즐기는 습관 때문인지 어깨가 뭉친다며 종종 자신의 손으로 어깨를 주무르고, 또 나에게도 어깨, 팔, 허리 등을 주물러줄 것을 요구한 적도 있다. 아가씨가 맛사지를 부탁하면 총각 입장에서는 조금은 좋을 수도 있으련만 난 싫었다. 난 꼭 여자가 아니더라도 친근한 사람끼리 토닥토닥 하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지만 왠지 그녀와는 조그만 접촉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앉아서 커피 마시며 대화할 때는 즐거운 적도 있었지만 어쨌든 닿는 것은 별로였다. 때문에 종종 거절을 하곤 했는데 언젠가 정말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주무르게(?) 된 적이 있었다.

당시 그녀는 회사 내에서 짠밥이 높은 베테랑이었고 난 몇 개월 안된 신입이었다. 작은 곳이라 딱히 직책을 따지지는 않았지만 문제는 활발한 그녀가 사무실내 전체적인 분위기를 끌어갔다는 사실이다. 내가 대놓고 까칠하게 맛사지를 거절하자, 그녀는 잠시동안 회사 내에서 나를 왕따(?)를 시켰다.

물론 그렇다고 회사사람들이 나를 외면한 것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나를 배제하려고 노력하자 많이 활발하지 않은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힘들었다. 결국 나는 그녀와 화해를 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먼저 다가가 어깨 등을 주물러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많이 굴욕스러웠다. 흑흑…

그런 내가 언젠가 회식자리에서는 그녀에게 스킨십에 대한 경고(?)를 들었다. 언젠가 회사에서 다른 거래처 사람들과 회식이 있었는데 당시 나는 신입 시절인지라 아는 외부 사람들은 아예 없었다. 모든 이들과 친한 그녀가 마냥 부러웠다. 때문에 나는 어색하게 다른 이들과 인사를 하며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미 오랫동안 친분을 쌓아온 그들의 대화 속에 끼어 들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난 어색하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되도록 그녀에게 말을 많이 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데 나만 어색하게 침묵하고 있을순 없는 노릇이었다.

난 평소보다 더욱 그녀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도 과하게 끄덕거리며 술자리에서 더욱 친해지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녀가 웃긴 말을 하면 더욱 크게 웃어주며 그녀의 팔을 툭툭 쳤다. 근데 바로 그 순간 오해가 생겼다. 장난스럽게 자신을 치는 나의 행동에 그녀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그려지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이봐요. 김종수씨. 스킨십을 하고 싶으면 정당하게 하시던가, 이런 식으로 은근슬쩍 내 몸을 건드리는 것은 불쾌해요" 순간 난 할말을 잃었다. "……" 어이도 없었지만 딱히 무슨 변명을 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난 썩소를 머금은 채 아무런 답변을 하지도 못하고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 관한 기억을 더듬다보면 가장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은 이른바 '키스사건(?)'이다. 아니 제대로 말하면 상당히 미안하기도 하면서도 무섭기도한(?) 그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직원들끼리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한 남자 선배가 그녀에게 장난스럽게 키스를 하려고 했다. 원래 그 선배와 그녀는 평소에도 성별을 떠나 굉장히 친한 사이였던지라 그런 장난도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선배는 과거 영화배우 신성일 톤으로 "우리 분위기도 좋은데 키스나 한번 할까?"라며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잡고 얼굴을 끌어당겼다. "야아… 왜 그래" 그녀는 장난반 쑥쓰러움반이 섞인 채 도리질을 해댔고 사람들은 웃는 얼굴로 두 사람을 주목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사고(?)를 쳤다. 난 속으로 '쟤하고는 절대 키스를 못할 것 같아'라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속내가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새어나오고 말았다. "에구… 어쩜 좋아. 선배님이 불쌍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키스가 안될 것 같은데" 작은 소리도 아니고 상당히 큰소리로 난 혼잣말을 내뱉었고, 순간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으로 내 얼굴을 치는 시늉을 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색이 무지 열 받은 것 같았다. 난 움찔하며 "미…미안, 고의가 아니었다. 진정해라"고 말하며 황급히 수습을 해야만했다. 좀더 침착했어야하는데 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했을지 약간은 후회스러웠다.

남녀관계에서는 조건 못지 않게 서로를 이성으로 느끼는 것이 참 중요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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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좋은데 섹시함만 빠졌다?

그녀는 얼마 후 주변의 성화에 결국 결혼을 했고 직장을 떠났다. 사실 난 그녀가 조금은 부러웠다. 다른 것을 모두 떠나서 어쨌든 가정을 꾸리게되었으니 말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아버님께서는 그녀가 맘에 드셨나보다. 가끔 그녀와 밖을 같이 돌아다닐 때 아버님이 그 장면을 목격하시곤 했는데, 일단 어른에게 싹싹한 태도가 점수를 많이 받은 듯 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혀를 끌끌 차시며 나를 나무래셨다. "쯧쯧… 만들 수 있으면 너의 여자로 만들어보라니까 결국 이렇게 놓쳐버리냐?" "아니에요. 아버지. 저는 손톱 만큼도 그 친구에게 관심 없었어요. 진짜로 관심 있으면 이렇게 안 놓치죠. 여자로도 안보여요" "시끄럽다! 네 녀석이 어디 가서 그만한 여자 만나냐? 다 틀렸고 상황 봐서 필리핀 여자나 알아봐라!" 아버님 입장에서는 그녀가 정말 맘에 드셨나보다. 하지만 어떡하겠는가, 난 그녀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있었지만 정말 아주 약간도 여자로서 느껴지지 않은 것을 말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남자 입장에서는 여성의 섹시함이 그 사람을 이성으로 느끼게되는데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아버님은 어른의 입장에서 그녀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셨던 것 같지만 이성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나에게는 최소한의 동기부여라도 필요했다.

그녀는 결혼을 앞둔 몇 달 전부터 종종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경우 자신이 사는 곳까지 같이 걸어갈 것을 요구하곤 했다. 총각 입장에서 처녀와 함께 밤길을 걷는 것은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니다. 꼭 크게 마음에 없다해도 이성끼리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걷게되면 괜스레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녀와는 그런 것도 싫었고(인간적으로는 좋았다) 귀찮았던지라 "왜 힘들게 걸어가"하면서 간단하게 차로 데려다주곤 했다.

그런데 그녀의 섹시함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녀가 결혼하고 한참이 지난 후 어떤 자리에서 직장 관련 사람들과 술을 먹게되었는데, 거나하게 술이 취했는지 몇 사람이 지나가는 투로 말을 꺼냈다. "이상하게 그 친구는 손톱만큼도 여성의 그런 것이 안 느껴져. 무슨 의미를 부여하자는게 아니라 너무 안 느껴져서 이상해" 오직 나만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누가 그랬다. 남자가 여성에게서 성적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다른 기타요소가 좋아도 좀처럼 깊은 관계까지 빠져들기는 쉽지 않다고. 머릿속에서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정보가 계속 제공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가슴과 몸이 쉽게 반응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다른 여러 가지가 많이 딸려도 성적매력이 돋보인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을 빼앗기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유흥가 여성들에게 남성들이 쉽게 마음을 빼앗기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러한 요소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상대성도 분명히 있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각자의 견해차이가 분분할 것이라 보여진다. 하지만 아주 먼 옛날부터 가장 중요한 병법의 하나로 '미인계'가 존재했다는 것에 비춰봐도 단지 일부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섹시함은 정해진 것이 아닌 자신만의 눈에서 느껴지는 듯 하다. 때문에 모두의 시선이 제각각 일수밖에 없다. 내눈에 예쁜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고 사랑스러운 것이다
 섹시함은 정해진 것이 아닌 자신만의 눈에서 느껴지는 듯 하다. 때문에 모두의 시선이 제각각 일수밖에 없다. 내눈에 예쁜 여자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하고 사랑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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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함은 정해진 것이 아닌 자신만의 눈에서 느껴진다

얘기를 쭉 쓰다보니 그녀를 섹시함과는 매우 관련이 없는 여성으로 매도한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녀는 자신만의 매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런 그녀의 매력과 내가 느끼는 것이 달랐다고 보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녀는 현재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고 잘살고 있으며 얼핏 전해들은 바로는 매우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면 된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을 상대로 섹시함을 어필할 것도 아니고 '내 남자' '내 사랑'한테만 제대로 이성으로서 다가설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과거를 돌이켜봐도 그녀를 매우 섹시하게 생각한 사람도 분명 있었다. 특히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동네 선배는 그녀 때문에 몇 번이나 숨이 막혔다고 나에게 고백(?)하곤 했다. 사랑을 얻기 위해 위해 일부러 산악회에 들어간 선배는 모임이 있을 때마다 자신의 차로 그녀와 함께 움직였다.

언젠가 상당히 먼 곳에 있는 산을 타고 내려오는 길이었다고 한다. 선배는 당시 스틱으로 움직이는 승용차를 몰고있었는데, 그녀의 손이 스틱부근에 내려져 있었나보다. 선배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스틱을 움직일 때마다 그녀의 손등과 살짝 접촉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선배의 말인즉슨 운전에 집중하기 어려울 만큼 자극적인(?) 느낌이었다고 한다. 또한 음료수라도 한잔 먹으려고 차를 휴게소에 주차시켰는데, 어느새 그녀는 피곤했던지 잠이 들었다고 한다. 살짝 입을 벌리고 기우뚱하게 잠을 청하고있는 그녀를 보는 순간 선배는 하얀 볼을 쓰다듬어주고 싶은 충동을 힘겹게 억눌러야만했다고 말했다.

"진짜야? 진짜?"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녀만의 섹시함에 빠져들었다는 선배에게 진심여부(?)를 알기 위해 거푸 되물어봤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그런 나를 향해 선배는 약간 화난 목소리로 "넌 어떻게 그런 여자를 옆에서 보면서 한번도 딴 생각을 안 했냐? 돌부처냐?"라며 되려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곤 했다.

이게 바로 '사람궁합'이 아닌가싶다. 세상에는 누가 봐도 섹시한 이성이 존재하기는 하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지극히 극소수고 나머지는 다 자신의 눈에서 각자의 취향대로 이끌리는게 아닌가싶다.

언젠가 어떤 누나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가끔 너무 생활이 어려울 때면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왜 난 나 좋다고 했던 남자들을 골라서 시집가지 못했을까하는 후회가 들어" 그 누나 같은 경우는 정말로 아가씨 시절 인기가 좋은 편이었지만, 최종적으로 누나가 선택했던 남자는 그중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딸리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주변의 다른 남성들보다 자상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았다. 다만 누나 눈에는 현재의 남편이 무척 귀여워 보였고, 남자가 능력이 없으면 자신이 직접 벌어 먹이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이런게 사랑의 콩깍지가 아닌가싶다.

"왜 다른 남자들은 전혀 마음에 안들었어요?" 의아한 듯 물어보는 나의 질문에 누나가 묘한 미소로 대답했다. "글쎄… 돈도 많고 결혼하면 잘해줄 것 같기는 했는데, 왠지 그 사람들과는 같이 이불 덮고 잔다는게 상상이 안 갔고, 더불어 손끝만 스쳐도 괜히 싫은 것 있지. 그냥 이성으로 느끼고 싶지 않더라구" 난 다시 물었다. "그래서 많이 후회돼요?" "가끔 생활이 힘들 때는 후회도 드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역시 난 내 맘에 드는 사람과 맘 편하게 손잡고 그러는게 더 좋아" 결국 누나도 자신이 이성으로 느끼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하는게 가장 행복한 듯 보였다.

덧붙이는 글 | ☞ 다음호 예고: 장가가려면 거짓말을 잘해라?



태그:#섹시함, #남녀관계, #궁합, #사랑,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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