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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한민국 남성의 많은 재밌는 모습 중에 하나가 핸드백을 든 남자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데이트 중인 젊은 커플들에게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이 모습에 대해 혹자는 꼴불견 남자라 하고 혹자는 다정한 남자라고 말한다.

남자는 왜 핸드백을 들게 되었을까? 첫째는 다정함과 자상함 때문일 것이다. 여자친구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과하여 여자친구에게 그 어떤 짐도 들게 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인 것이다. 수퍼 젠틀맨이라고 하겠다.

둘째는 투정쟁이 여자친구 때문이라고 하겠다. 그 어떤 짐도 들기 싫고 남자친구에게 과도하게 기대려 하는 심리 때문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몇몇 과도한 젠틀맨들이 핸드백을 들어줬던 것이 그 편이성(?)으로 인해 빠르게 확산되었고, 애정척도를 테스트하듯 여자는 남자에게 가방을 내밀게 되었다. 행여나 거부를 한다면 "이 정도도 못해줘?" 대부분의 남자는 여기서 항복이다. 항복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통해 남녀간의 갈등을 고조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여성분들께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몇몇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곁에 있는 남자가 하나뿐인 소중한 남자친구일 것이다. 남자친구를 진심으로 배려하고 나아가 타인에게 비춰지는 '우리'의 모습을 생각해서라도 남자친구에게 핸드백을 내밀지 말아줬으면 한다.

그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멋쟁이를 꼬질이로 만들지 말자'다. 즉, 핸드백을 남자에게 내민 순간 남자의 코디가 깨지고 스타일이 붕괴된다는 말이다. 코디네이션이란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아이템이 조화를 이루며 맵시를 연출하는 것이다.

특히 남자는 여자와 달리 화려한 액세서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넥타이, 벨트, 구두, 시계 정도의 제한된 아이템으로 색상과 질감을 맞춤으로 멋을 낸다. 이런 조화에 핸드백이 끼어들었을 때 어떻게 스타일이 붕괴되는지 예를 통해 알아보자.

여자의 귀찮음으로 남자의 스타일은 붕괴되버리고 만다.
▲ 핸드백을 든 남자 여자의 귀찮음으로 남자의 스타일은 붕괴되버리고 만다.
ⓒ 엄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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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런던 스트라이프의 옥스포드 셔츠에 연한 베이지 면팬츠를 입고 금장버튼이 인상적인 네이비칼라의 블라이저를 걸친 남자가 있다. 레지멘탈 스트라이프의 넥타이와 행거칩으로 한껏 멋을 내고 브라운 색상의 벨트와 로퍼로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의 아메리칸 트레디셔널 스타일을 구현했다. 하지만 손에는 광택이 돋보이는 애나멜 소재의 핸드백이 들려있다.

B) 검은색의 3피스 정장을 입은 장신의 남자는 순백의 셔츠에 은색의 은은한 광택이 흐르는 넥타이와 소매단의 실버 커프스 버튼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다. 소매단과 바지의 기장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절도 있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그 남자의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돋보인다. 하지만 그 남자의 돋보이는 손목시계 아래에는 연하늘색의 키플링 토트백이 들려있다.

C) 007 카지노 로얄에서 완벽한 몸매와 스타일을 보여줬던 다니엘 크레이그. 금발과 푸른 눈동자를 가진 이 브리티쉬맨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바디 라인에 턱시도를 입고 레드카펫 위에 서있다. 함께 출연했던 아름다운 여배우 에바 그린을 에스코트하며 입장하는 그의 반대편 손에는 에바 그린의 클러치 백이 쥐여있다.

위와 같이 3가지 예시를 들었는데 이쯤에서 ‘아’라고 느끼는 바가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남자의 옷–아주 트렌디하거나 유니섹스 캐쥬얼이 아닌–은 소재, 색상, 상황에 따른 조화가 가까스로 이루어지고 있다.

울과 면 소재는 남성복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소재다. 이런 남성의 내추럴한 소재에 반해 여성의 옷과 잡화에는 비닐, 에나멜을 비롯한 다양한 합성소재로 구성되어 있다. 소재의 불협화음은 스타일이 붕괴되는 원인 중 하나다.

남자의 패션에서 색상의 매치는 매우 중요하다. 가령 올블랙 슈트에 갈색구두를 신는다든지, 검은 구두에 흰 양말을 신는다든지 하는 것은 매우 미스매치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갈색 벨트에 갈색구두, 갈색밴드의 금장시계로 잘 맞춰진 색상 코디에 핑크색의 여성가방이 끼어든다는 것은 엄청나게 곤란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임이나 장소의 특성에 따라 남성복은 변화가 민감하다. 물론 여성복도 마찬가지겠지만 넥타이 하나로 인해 창피를 당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행여나 격식 있는 모임에서 여성 파트너의 핸드백을 들고 있는 남자라면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아끼는 남자친구를 사소한 귀찮음으로 망신거리로 만들지 않기를 여성분들께 부탁 드리고 싶다. 남성들에게 '애인의 가방을 들어주지 말라!' 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성 스스로 자제해주길 바랄 수 밖에 없는 민감한 문제다.

남성의 코디가 깨지는 문제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성의 입장에서도 핸드백이라는 우수한 아이템을 포기하는 것이다. 비싼 값 주고 구매한 멋진 핸드백을 아깝게 왜 남자에게 던져주는가?


태그:#핸드백, #남성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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