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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비상국민행동은 악천후 속에서 시작됐다.

 

기자회견 예정시각인 29일 오후 1시에 때맞춰 여의도에 느닷없이 강한 눈보라가 몰아쳤다. 하지만 '한미FTA 국회비준, 신문법-방송법 개악, 반민생-반민주 MB 악법 저지 48시간 비상국민행동' 기자회견에 참여한 50여명 대부분은 우산을 들지 않았다. 이들은 눈바람을 몸으로 받아내며 'MB 악법 저지'를 외쳤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와 박종철 열사 아버지 박정기씨, 고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도 마찬가지였다.

 

참석자들은 직권상정이 예상되는 29일 밤~31일까지를 '총력투쟁 기간'으로 선포하고 결의를 다졌다.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자꾸 MB 심판, 심판하는데 이미 심판은 끝났다"며 "이제 민중의 반란으로 끌어내리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정권은 MBC와 KBS2를 빼앗아 재벌과 조중동에게 주려 하면서 이제는 방송법이 위헌이라는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의 조종이 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종회 진보네트워크 대표는 한나라당이 연내 처리할 법안 중 사회개혁 관련 법안으로 내놓은 '통신비밀보호법'을 강력히 성토했다.

 

"통비법에 따르면 내가 어디서 누구하고 어떻게 통화했는지가 다 남는다. 내가 방에서, 직장에서 인터넷으로 뭐했는지 그 내역도 고스란히 남는다. 내가 하는 일, 내가 생각하는 일까지 다 감시 당하는 것이다. MB 정권 지난 5월에 끝을 못 봤는데, 이제 끝을 봐야 한다."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농어촌특별세'를 폐지하려는 한나라당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그동안 농민들은 정부 말만 믿고 정부 시키는 대로 일했는데, 이제 한미FTA 통과시키려 하면서 또한 농어촌특별세까지 폐지하려 한다. 농민들은 대체 어떻게 살란 말인가. 대한민국에 식량 위기가 오지 않은 건 다 농민들이 열심히 농사지어서 국민들 밥상에 쌀을 올려놨기 때문이다. 농사 안 되는 해가 있다. 땅이 그 힘을 잃으면 그렇다. 지금 이 나라 정부가 바로 병든 토양이다. 확 갈아엎어야 한다. 새로운 땅 만들어야 한다. 이제 별 수 없다. 국민들과 함께 농사 지으려 한다.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되면 국회로 진격해 들어갈 것이다."

 

진영옥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경제 살리겠다고 큰 소리쳐 온 정부였지만 지금 이 나라는 가장 열악하고 비참한 상황에 빠져 있다"면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국민행동 선포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한미FTA 비준반대 직권상정 한나라당 규탄 전국 농어민대회'가 열렸다. 농민연합,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전국의 농어민 조직이 대부분 모였다. 이들은 "한나라당이 연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85개 법안이 대부분 한미FTA 비준, 농특세 폐지 등 민생과 관련없는 악법들"이라며 "처리를 기필코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윤요근 농민협회 상임대표는 "큰 재해 없이 오랜만에 풍년을 맞았지만 농촌은 그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이라면서 "농업을 말살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농특세까지 폐지하려 하고 있다. 농민 생존권을 지키고 한미FTA 비준을 반드시 막아내자"고 말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한나라당은 더 이상 경제위기로 고통받는 서민을 위하는 정당이 아니며 오로지 이명박 정권에 충성하는 하수인"이라면서 "대체 85개 법안 중 정말 서민을 위한 것이 몇 개나 되냐"고 되물었다.

 

"이미 실패한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따라가는 한미FTA가 민생법안인가 아니면 재벌들에게 언론장악을 보장해주는 신문법, 방송법이 경제를 살리는 법안인가. 이번 국회파행을 통해 이 정권과 한나라당의 본질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이 정권과 한나라당은 99% 서민들의 삶에는 관심이 없으며 1% 재벌과 부자들의 이익과 미국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독재정권, 매국노들에 불과하다."

 

이들은 "국민 여론을 외면하고 독재시절로 회귀하려는 이명박 정권은 폭압 통치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한편 농어민대회가 끝나면 오후 5시에 'MB악법저지 범국민대회'가 개최된다. 또 저녁 7시에는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가 주최하는 철야 시국 기도회가 열린다. '비상국민행동' 참가자들은 천막도 치지 않고 노상에서 48시간동안 노숙하며 국회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들은 직권상정이 유력한 30일에도 오후 2시 언론노조 결의대회에 적극 참여하며, 오후 5시 범국민대회 등을 잇달아 열기로 했다.

 

여의도는 싸우고 있다.

 

48시간 비상국민행동 선언문

 

비상한 결의와 행동으로 이명박 표 독재악법을 저지하자

- MB 악법 저지를 위한 48시간 비상국민행동에 돌입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의회 쿠데타의 순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도 단 한 번의 작전으로 입법전쟁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는 확고한 선포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12월 28일 국회의장에게 위헌관련 법안 14개, 예산부수법안 15개, 경제살리기관련 법안 43개, 사회개혁 법안 13개 등 85개 법안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구했고, 아울러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의 퇴거도 명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회 본회의장 등을 점거하면서 MB 악법 저지를 위해 농성하는 야당들에 대한 최후통첩이고, 국민에 대한 협박이다.

 

한나라당이 최종적으로 압축했다는 85개 법안은 방송법, 신문법 등의 언론관련법안들, 농어촌특별세와 교육세 폐지 법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른바 경제 살리기 법안에는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비롯해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산업은행의 민영화와 수도를 비롯한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추진하는 내용의 법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또 사회개혁 법안에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집시법 개정안, 교원노조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국정원법 개정안, 집단소송법 제정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북한을 인권을 앞세워 압박하겠다는 북한인권법 제정안도 포함되어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경제 살리기 법안'이라고 강변하는 법안들은 사실은 경제위기 심화 법안이며, 독재권력 강화 법안이다. 경제를 살린다는 법안들은 그나마 남았던 재벌기업에 대한 규제를 모두 없애겠다는 것,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겠다는 것, 노동자들을 비롯한 서민들의 삶을 더욱 더 벼랑으로 내몰겠다는 것들이다. 따라서 철저하게 소수 부자계급의 이익에 맞게 경제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민중들은 경쟁으로 내몰아 생존권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짓밟겠다는 것이다. 날치기 통과된 예산안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한 예산은 대폭 삭감했던 것에서 보듯이 이런 법안들이 통과되면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는 급격하게 후퇴할 것이고, 차별과 불평등, 절망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각종 법안들조차도 사회개혁 법안이라고 우기는 일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공영방송을 재벌에게 넘겨주는 것이 경제 살리기일 수 없으며, 국정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통신비밀의 보호는커녕 통신비밀의 자유를 완벽하게 침해하는 법률이 사회를 개혁하기 위한 것일 수 없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철저하게 봉쇄하겠다는 법안을 대놓고 사회개혁 법안이라고 우기는 작태는 그야말로 국민을 무시하는 파렴치한 짓이다. 이들 법안들이 통과되면 국민들에게 돌아오는 상황은 대재앙의 상황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의회 쿠데타를 통해 독재국가의 합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48시간 비상행동에 돌입한다. 이 나라는 '제왕 이명박'의 나라가 아니며, 이 나라는 뉴라이트와 소수 부자와 재벌들의 나라가 아니다. 저들은 무더기로 법안을 날치기해서라도 법 형식만 갖추면 법치라고 우길 수 있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런 법치는 역사 속에서 국민적 저항을 불러왔고, 끝내 통치자들의 불행한 결말로 귀결되었다는 엄중한 역사의 교훈을 그들에게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를 지키고자 한다. 만약 국회에서 날치기를 통해 법안들을 무더기 처리해 버리면 그 법안들을 독재의 법으로 규정하고, 곧바로 이명박 정권을 심판 투쟁으로 전화하여 투쟁해 갈 것이다. 오늘보다도 더 엄혹했던 독재정권 시절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화운동을 벌였고, 그런 결과로 독재자들을 권좌에서 끌어냈던 것처럼 우리는 이 자리에서 끌려갈 수는 있어도 이 저항을 포기할 수 없다.

 

의회 쿠데타가 임박한 이 순간, 반드시 MB 악법을 국민의 힘으로 저지하겠다는 결의로 우리는 이 연말 48시간 비상국민행동을 돌입한다.

 

 2008년 12월 29일

 

한미 FTA 국회비준, 신문법-방송법 개악, 반민생-반민주 MB 악법 저지 48시간 비상국민행동 참가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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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비상국민행동, #한나라당, #이명박, #방송법, #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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